모기를 증오하며 12 -모기-

한시로 보는 일상의 재발견 –자음과 모음 근간-

by 박동욱

모기


모기는 여간 성가스럽지 않다. 얄밉게도 피를 뽑아 먹고 덤으로 숙면까지 방해한다. 예전에는 모기를 물리치는 방법도 마땅한 것이 없어서 모깃불을 피우는 등 갖가지 퇴치법을 썼다. 70년대에는 에프킬러를 많이 썼는데 특유의 석유 냄새가 많이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정희의「與張兵使[九]」를 보면, “이 세상에 과연 열기 없는 하늘과 모기 없는 땅이 있는지요?[此世果有無熱之天無蛟之地歟]”라 하기도 했으니 모기의 극성을 알 만하다. 모든 지방에서 모기가 괴로웠겠지만, 김윤식(金允植)의 「고약한 모기 이야기(苦蚊說)」에 보면, 여수의 금오도(金鰲島) 모기가 가장 독하다는 기록이 나온다. 현대시인인 김형영(1944∼2021)의 「모기」에서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모기 소리로 소리를 친다 영원히 같은 모기 소리로……”라 하여, 인간의 삶을 모기에 빗대기도 했다.




사나운 범 울밑에서 으르렁대도

나는 코를 쿨쿨 골며 잠잘 수 있고

기다란 뱀 처마 끝에 걸려있대도

꿈틀대는 꼴 누워 볼 수 있지만

모기의 왱왱 소리 귓전에 들려오면

기겁하고 낙담하며 마음 속 태운다네.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어이하여 뼛속까지 독기를 뿜어 내냐

베이불 꽁꽁 싸고 이마만 내놓으면

잠깐 새 온통 혹이 돋아 부처 머리처럼 돼버리고

제 뺨을 찰싹 쳐도 헛손질 일쑤이며

넓적다리 급히 쳐도 모기는 간데없네.

싸워봐야 소용없고 잠만을 설치기에

길고 긴 여름밤이 일 년처럼 길기만 해

…하략…

猛虎咆籬根 我能齁齁眠

脩蛇掛屋角 且臥看蜿蜒

一蚊譻然聲到耳 氣怯膽落腸內煎

揷觜吮血斯足矣 吹毒次骨又胡然

布衾密包但露頂 須臾瘣癗萬顆如佛巓

頰雖自批亦虛發 髀將急拊先已遷

力戰無功不成寐 漫漫夏夜長如年

……

정약용,「얄미운 모기[憎蚊]」


모기를 다룬 시에는 제목에 증오하다[憎], 괴롭다[苦], 두렵다[畏], 저주하다[呪], 용서하다[恕]라는 말이 흔히 붙었다. 그만큼 모기는 괴로운 존재였다. 사나운 호랑이나 기다란 뱀보다 더 무섭다고 표현했다. 모기 소리만 들려오면 벌써 마음의 평정이 깨질 정도였다. 이불 밖으로 이마만 조금 나올라치면 모기한테 물려서 울퉁불퉁 부처님 머리처럼 되고, 뺨과 넓적다리를 연실 쳐대도 벌써 모기는 내빼고 이미 없다. 여름 하룻밤이 일 년과 같다는 말이 고통을 짐작케 한다. 이 시는 1804년 강진 유배시절에 지은 것이다. 아래 생략된 부분에서는 규장각 대유사(大酉舍)에서 모기 걱정 없이 서적을 교정하며 지냈던 시절을 떠올리며, 현재 자신의 처지를 슬퍼했다.




북쪽 지방 모기가 크기가 벌 같은데,

뾰족한 부리 피를 빨아 벌보다 독하구나.

아! 우리 북방 사람들은 살갗이 얇거늘

너희들 유독 무슨 맘에 와서 모진 짓 하는가.

주둥이 흔들고 날개 치면서 우레 소리 내니,

나에게 편한 잠과 식사 할 수 없게 하네.

비록 그러나 사대부들 보지 못했는가.

또한 백성 고혈 빼앗는 자가 많이 있는데

너희들 미물만 어찌 꾸짖을 것 있겠는가.

北方蚊蚋大如蜂 尖觜吮血毒於鋒

嗟我北人肌肉薄 爾獨何心來相虐

搖吻皷翼作雷聲 使我不得安眠食

雖然不見衣冠族 亦多浚民膏血者

於汝微物焉足責

홍양호(洪良浩), 「북방의 모기[北方蚊]」


이 시는 홍양호(洪良浩)가 함경도 지방의 모습을 다룬 「북새잡요(北塞雜謠)」중에 한 편이다. 북쪽 지방 모기는 만만치 않았다. 모기는 안 그래도 괴로운 북방 사람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탐관오리가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 짜내는 것이 모기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았다. 모기를 욕하면서 탐욕스런 관리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모기를 퇴치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을까? 쑥으로 모깃불을 피웠다. 신위의 「쑥을 태워서 모기를 막았으니 장난삼아 짓다[爇艾禁蚊戲作]」에 보면 “…쑥 향기 진하기가 강렬하여서, 모기 막기로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네. 주렴을 내리고 화로에다 모깃불 놓으니, 곧바로 모두 남은 모기 없게 되네.…[艾香郁以烈 制蚊無此比 下簾爇一罏 立盡無遺類]”라 나온다. 다음으로 모기장도 흔히 썼다. 홍한주(洪翰周)의「모기장을 읊다[詠蚊帳]」에서 “…드디어 꿈을 평온하게 했으니 도리어 피부가 완전한 것 기뻤네. 날아들어도 어찌 능히 통과할 수 있으랴만, 왱왱하고 소리 내니 불안해지네.…[遂令魂夢穩 還喜軆膚完 撲撲何能透 營營却不安]라 읊었다. 조선 시대 여행용품 체크리스트를 적은 기록인 ‘행구건기(行具件記)’에도 모기장(蚊帳)이 나온다. 적절한 퇴치 방법이 없어서 어디를 가든 모기 때문에 이래저래 괴로웠다.



행구건기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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