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를 증오하며 16 -해녀-

한시로 보는 일상의 재발견 –자음과 모음 근간-

by 박동욱

해녀

해녀(海女)는 물속에 잠수하여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자들을 뜻하는 말이다. 제주도 현지에선 ‘잠녀(潛女)’ 또는 ‘잠수(潛嫂)’라는 말을 썼다. 해녀란 말은 일제강점기부터 썼다. 해녀는 상군, 중군, 하군 등 엄격한 계급이 있다. 이중에 가장 베테랑인 상군은 2분가량 바닷속에 머무르는데 수심 15m 이상의 바다에서 작업하였다. 해녀들이 내쉬는 특유한 숨소리를 숨비소리라 부른다. 해녀는 생사를 넘나드는 고단하고 힘든 직업이었다.




횡간도에서 전복 캐는 아이가 있었는데,

노란 눈에 붉은 머리털 모습이 괴이했네.

헤엄치다 뒤집으니 발꿈치까지 잠기고

일렁대는 초록물결 보이는 건 그뿐이네.

잠시 후 느릿느릿 파도 위로 머리 내밀더니

박에 기대 긴 숨 쉬고 다시 물로 들어가네.

어린애 땔감하고 돌아와 뽕나무 밑 잠자는데,

할멈 와서 두들겨 깨워 성내며 말하였네.

“이웃집 계집애는 열세 살 나인데도

포구에 늘 다니며 물속 깊이 들어간다

네 놈은 남자 되어 저 애만도 못하면서

언제나 뽕나무 아래서 꿈속에 빠져 있다.

집안 살림 언제나 여유가 생길 거며,

언제나 어른 되어 칭찬을 들을 터냐”

가련타 누군들 자식 사랑하지 않겠냐만

목숨 아낄 줄 모르고서 이런 것 가르쳐서

그것을 얻어 생계 삼고

그것을 자랑하며 영예로 삼다니

머리 돌려 한 번 탄식하고 감개가 새로웁네.

세상 많은 부형들도 사랑을 잘못하여

부지런히 글 가르쳐 관리로 나가게 하네

橫干島裏採鰒兒 黃瞳赤髮形怪奇

泅水飜倒雙踝沒 只看綠浸生紋纈

須臾冉冉出波頭 伏瓠長嘯還自投

小兒樵歸桑下睡 嫗來擊起生嗔恚

隣家小嬌年十三 常遊浦口能入深

爾獨爲男不如彼 長在桑下做夢裏

家業何時有饒餘 何時成人聞稱譽

可憐誰不愛其子 不愛性命而敎此

得此以爲生 誇此以爲榮

回頭一歎重感慨 世間多少父兄失其愛

勤敎文字赴宦海

김윤식(金允植), 「전복 따는 아이[採鰒兒]」


횡간도(橫干島)는 전남 여수시 남면에 속한 섬이다. 전복을 캐는 여자아이는 모습도 예사롭지 않다. 자맥질을 하다가 한참 만에 물 위에 떠올라 테왁에 기대서 숨비소리를 토해내고는 이내 물속에 들어간다. 여기까지는 어린 해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른 남자 아이는 산에서 나무하고 돌아와서 나무 밑에서 한잠에 빠져 있었다. 할머니가 아이의 단잠을 깨우며 물질하는 어린 해녀만도 못하다고 타박한다. 그런 뒤에 세상에서 목숨을 아낄 줄도 모르고 험한 일을 가르치는 세태를 비판한다. 이렇게 물질을 가르쳐 위험한 바다로 밀어 넣는 것이나 자식에게 글을 가르쳐 관리의 세계로 발을 들여 놓게 하는 것이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해녀나 관리나 목숨을 거는 어려운 일이었다.




고래 기름 등불 하나 바다를 비추는데

몸 뒤집어 파도 속에 들락날락 하는구나.

무슨 기술로 이렇게 하는 지 물어보니,

“다만 어릴 적 잘 익힌 덕분입죠” 하누나.

一點鯨油徹海空 翻身出沒亂濤中

問渠何術能如許 只是三三二二功

윤증(尹拯),「전복 따는 것을 보다[觀採鰒]」


어둠 속에 불 하나 비추고는 파도에 몸을 던진다. 연신 바다 속에 나왔다 들어갔다 하길 반복하면서 전복을 채취하고 있었다. 그 재주가 하도 신통해서 무슨 기술이냐고 물어보니 태연스레 어릴 적에 기술을 익혔다고 답했다. 짧지만 해녀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조정철(趙貞喆)의「탐라잡영(耽羅雜詠)」연작시 중 한 편에 “잠녀의 옷은 한 척쯤 짤막하여 알몸으로 너른 파도에 자맥질하네. 요즘에는 부역은 무겁고 고기 잡기 어려운데 예사롭게 몇 군데 관아에서 매질하네.[潛女衣裳一尺短 赤身滅沒萬頃波 邇來役重魚難得 鞭扑尋常幾處衙]”라 하여, 거의 알몸으로 작업하는 모습과 부역에 시달리는 고단한 현실을 함께 기록했다. 이런 모습은 다른 문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루 종일 베틀에 앉아 있던 사람은 비단옷을 걸치지 못했고, 목숨을 걸며 물속에서 전복을 채취한 사람은 막상 전복을 먹지 못했다. 해녀는 사나운 파도와 싸우는 것도 위험했지만, 수령과 아전의 횡포로 더 고통을 받았다. 그녀들에게 물에서나 육지에서나 편히 쉴 곳은 있지 않았다.


해녀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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