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로 보는 일상의 재발견 –자음과 모음 근간-
개
세상에 수많은 동물이 있지만 개야말로 인간과 가장 가깝다 할 수 있다. 개는 주인에게 충성심이 가장 강한 동물로, 인간은 개를 버려도 개가 주인을 버리는 법은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개는 반려 동물로 첫손에 꼽힌다. ‘플란다스의 개’, ‘벤지’, ‘하치 이야기(八チ公物語, 1987)’ 등 만화나 영화 속에서 보여준 충직한 동반자로서의 모습 또한 우리에겐 익숙한 이미지라 할 수 있다. 한시에서 개는 어떻게 등장하고 있을까?
개는 무심한 동물이 아니니
닭 돼지 따위와는 빗댈 수 없네.
예전에 묵었던 객 때로 반기고
밤에 오는 사람을 잘도 알고 짖었네.
짐승 잡는 재주 매우 민첩하였고
도둑 지킬 땐 귀신같이 들었네.
이웃집에서 새끼 몇 마리 주니
어여뻐 기르는 건 응당 다 같으리.
犬匪無心物 鷄豚比莫倫
時迎曾宿客 能識夜歸人
攫獸才多捷 伺偸聽有神
隣家乞數子 憐育定應均
이응희(李應禧),「강아지 두 마리를 얻고서[得二狗子]」
이 시는 이웃집에서 강아지 두 마리를 얻은 기쁜 마음을 적고 있다. 개가 사람과 친근하기로는 다른 동물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개는 예전에 잠시 머물렀던 사람이나 밤중에 돌아오는 사람도 기가 막히게 알아보고 짖어댄다. 어디 그뿐인가. 동물의 야성(野性)도 간직하고 있어서 짐승 사냥이나 도둑을 알아채는 일에도 남다른 재주를 뽐낸다. 이렇게 개의 다양한 속성을 애정을 담아서 언급하고 있다.
의로운 개 목숨을 바친 자리에
발길을 멈추고서 비문을 보네.
취하여 잠든 주인 깨지를 않아
바람 거세 불길이 태우려 하자
주인 구해 목숨을 온전케 하니
공을 바래 목숨을 바친 것이랴
풀숲에서 구차히 사는 사람들
어찌 이 무덤에 안 부끄러우랴.
義狗捐生地 停鞭覽碣文
醉眠人不起 風猛火將焚
救主由全性 殉身豈要勳
草間偸活輩 寧不愧斯墳
홍직필(洪直弼),「선산의 의구총을 지나며[過善山義狗塚]」
개에 대해서는 의구(義狗)와 효구(孝狗)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이 시는 선산(善山)에 있는 의구총(義狗塚)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무덤은 경상북도 구미시 해평면 낙산리에 위치해 있다. 선산 사람으로 김성원(金聲遠) 또는 노성원(盧聲遠)이라고도 하는 인물이 길가에 술에 취해 잠들었다. 마침 불이 나서 타 죽을 지경이 되자 기르던 개가 강물에 몸을 적셔 불을 끄고는 탈진해서 죽게 되었다. 이 개에 대해서는 윤기(尹愭)도 「의구총(義狗塚)」이라는 시를 남겼다. 개가 불을 끄고 주인을 구한 이야기는 여러 지방에 전한다. 옛날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이런 이야기가 실린 바 있다. 이처럼 개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주인을 구하는 충직한 동물이다.
누가 개에게 뼈다귀 던져 주어서,
개떼들이 사납게 싸우는구나
작은 놈 필시 죽을 것이고 큰 놈도 끝내 다칠 터이니,
도둑놈 엿보고서 그 틈을 타려 하네.
주인은 무릎 껴안고서 밤중에 울어대니,
비 맞아 무너진 담벼락 틈으로 온갖 근심 모여 드네.
誰投與狗骨 群狗鬪方狠
小者必死大者傷 有盜窺窬欲乘釁
主人抱膝中夜泣 天雨墻壞百憂集
권필(權韠), 「개 싸움을 보고서[鬪狗行]」
인간 사회의 온갖 갈등을 개의 행태에 빗대 우의(寓意)적으로 쓴 시도 많다. 이 시는 대소북이 편당을 일삼는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여기서 뼈다귀는 이권, 큰 놈은 대북(大北), 작은 놈은 소북(小北)을 각각 가리킨다. 당파들이 사소한 이권을 놓고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것을 말했다. 이 싸움은 한 편의 승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멸(共滅)만이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으로 도둑은 외적을, 주인은 임금을, 담장은 국가의 방비를 각각 의미한다. 정파적인 다툼에 외적이 쳐들어 올 수 있는 위기 상황을 그리고 있다.
개는 충직한 반려견 뿐 아니라, 사냥견, 경비견, 맹인안내견, 마약 탐지견, 군견 등으로 유용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옛 이야기 속에서 개는 주인의 목숨을 구하거나 주인을 따라 죽는다. 또, 관청에 고발하여 주인의 원수를 갚기도 하고 무덤이나 시신을 지킨다. 그러나 이따금 부정적 이미지로 등장하기도 한다. 대개는 간악한 권신이나 속물적 인간으로 상징화되었다. 어쨌거나 개는 여전히 인간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동물 임에 틀림없다. 인생의 반려(伴侶)가 된다는 아름다운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