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오직 중국어에서만 만날 수 있는
1. 퇴근길 전철에서 중국어 Duolingo를 하다가,
‘我喜欢这个厨师做的菜。’(이 요리사가 만드는 요리가 맘에 들어)라는 문장을 만났다.
순간, 웬만해선 내 평생 오로지 중국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어순이라 생각하니 느낌이 남달랐다.
중국어 문장을 잘 보면, ‘좋아하다 이 요리사가 만드는 요리를’ 순서로 되어 있다.
이 어순은 세계적으로 아주 특별한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어처럼 ‘이 요리사가 만드는 요리를 좋아하다’ 어순을 갖는 언어는 적어도 100개 이상 있고,
영어처럼 ‘좋아하다 요리를 이 요리사가 만드는’ 어순을 갖는 언어는 적어도 400개 이상 있으며,
‘요리를 이 요리사가 만드는 좋아하다‘ 어순인 언어도 이란어를 포함해 100개 넘게 있는데,
‘좋아하다 이 요리사가 만드는 요리를’ 어순을 따르는 언어는 이 세상에 오직 중국어와 그 친척 및 이웃 언어 몇 개 말고는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saokim/65
전에 위 글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161354
백은희 선생님이라는 분이 <세계 언어 속의 중국어>라는 책에서 더 유익하고 자세하게 다루신 바 있다.
(298쪽부터)
2. 듀오링고를 하다가 우연히 전에 다뤘던 동사+관계절+목적어 어순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간단히 댓글로 기록을 남겼는데, 그러고 나니 아예(‘앗사리’) 포스팅을 하나 할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왕 올릴 거면 사진으로 올리고 싶기도 하고, 영어 문장과 중국어 문장을 제대로 기억해 낸 건지 확실하지 않아서 다시 그 문장을 만나려고 같은 유닛에서 한 예닐곱 판을 연달아 했는데 결국 못 찾았다.
알고 보니 여길 누르면 유닛별 핵심 문장을 한번에 볼 수 있었다.
눌러 보니 내가 찾던 문장은 허무하게도 맨 위에 떡하니 올라와 있었다.
3. 과거에 올린 글을 읽으면 창피한 것도 있지만 솔직히 좀 잘 썼다 싶은 대목도 없지 않은데, 독자는 대체로 새로 올라오는 글만 읽으니 (내가 남의 글을 읽을 때 그러듯) 좀 아쉽다.
그만큼 맘에 드는 글을 새로 쓰기에는 요즘 여러모로 여건이 안 되니, 가끔 이렇게 별 내용 없이 옛날 글을 ‘끌올’하는 포스팅을 해야겠다.
+ 예를 들어 이 글에서 ‘천동설’이 틀린 가설일지언정 여전히 반증가능한 이론임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고등학교 ‘과학사’ 과목 교과서에 비슷한 내용이 실려 있다는 걸 알고 괜히 뿌듯했다.
내 기억으론 당시 저 내용은 스스로 생각해 내서 썼던 것 같다. ‘잘 쓰다’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내겐 이런 게 만족스러운 글의 한 예가 된다. 브런치에서 어느 분이 좋아요를 누르셨길래 다시 읽어 보다가 간만에 다시 발견한 내용.
4. 네이버에서 이번 주에만 두 건의 구독 취소가 있었다. 이유가 뭐였을까? ‘언어학자의 낭만’ 글이 마음에 안 들었을까?
지난 몇 개월의 네이버 블로그 통계를 보면 대략 이틀에 한 명 정도는 새로운 구독자가 생긴다.
그 분들이 왜 내 블로그를 ‘이웃 추가’해 주시는 건지 그 이유가 궁금할 때가 있다.
내가 가장 관심 가지는 글은 언어학에 관한 글이지만 이웃님들 중에는 언어학 외의 것에 이끌려 찾아오신 분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러시아어 알파벳 소개 글을 읽고 이웃 추가를 누르고, 누군가는 OPIc 모든 언어 AL 달성이나 수능 제2외국어 모두 풀기(올해는 바빠서 못 할 듯) 같은 허풍 섞인 제목에 이끌려 이웃 추가를 누를 것이다. 공무원 시험 합격 수기를 읽고 이웃 추가를 누르는 분도 계실 테고, 유럽 신혼여행 후기도 독자를 꽤 많이 끌어모았다. 더러는 수어 관련 글을 통해 찾아오시는 분도 계신다.
그런 분들은 내가 자꾸 언어학이 어떻다는 글만 올리면 이내 흥미를 잃으실 수도 있다. 만약 가끔 보이는 ‘이웃 삭제’의 원인이 그런 데 있다면 언어학 말고 다른 글도 좀 올리고 하는 게 좋겠다.(?)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원인이라면 그것이 무언지도 또한 궁금하다. 어쩌면 아마추어가 언어학에 대해 이상한 이야길 퍼뜨리는 걸 싫어하시는 고수 언어학도이실지도... 근데 요새는 딱히 언어학 내용이라 할 만한 글이 거의 없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