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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면 토마토가 있다.

#3 결혼 준비, 생각보다 순조로웠던 이유

by 샤이보이

우리가 가진 돈은 단돈 1,000만 원이었다.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당장 준비를 시작할 여력은 없었다.

당연히 집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나는 토마토의 원룸에 주말마다 얹혀사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갈 곳이 마땅치 않으니 자연스럽게 그녀의 공간에서 잠을 청하고, 밥을 먹고, 씻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생활의 제약이 많아졌고, 어느 날,

계약 기간이 끝나가는 원룸을 정리하면서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결혼 전 동거

우리에게는 연습이 아니라, 출발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우리에게 집을 고를 '조건'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기준도, 어떤 바람도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우리는 단순했다.

그래서 집에 조심스럽게 상황을 털어놓았고,

1,000만 원을 빌릴 수 있었다.


그렇게 손에 쥐게 된 총 2,000만 원.

그 돈으로 우리는 신혼집을 마련했다.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짜리 투룸.

넓이 15평.

누군가는 '평범한 조건'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그 집은 감격 그 자체였다.

웜룸에서 투룸으로의 이동.

말 그대로 '업그레이드'였다.


나는 특히 그 감정을 더 깊이 느꼈다.

한동안 집 없이 떠돌던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자고, 지인의 집을 전전하던 그 시간이 길었기에,

현관물을 열고 "내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곤간이 생겼다는 건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 집에 들어갈 때마다 황홀했다.

2년을 살아도 익숙해지지 않았고,

들어갈 때마다 설렜고,

불을 켜는 순간마다 살고 있다는 감정이 밀려왔다.


그렇게 우리의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결혼식 준비를 해나갔다.


우리가 준비한 결혼은

흔히 말하는 '결혼의 정석'과는 조금 달랐다.

프로포즈? 없었다.

스튜디오 웨딩 사진? 찍지 않았다.

신혼여행도 제주도, 딱 필요한 만큼만.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만큼만 했다.


주변에서는 계속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넸다.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다 해야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봐?"


하지만 우리는 생각이 달랐다.

결혼식은 하루였고,

그 이후의 삶은 매일이었다.


그래서 겉보다 속을,

보이는 것보다 함께 걷는 길을 택했다.

조금 소박했지만,

조금 덜 꾸몄지만,

우리에겐 충분히 근사하고,

충분히 기억에 남는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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