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면 토마토가 있다.

#4 집이 좁아도, 토마토가 있으니까

by 샤이보이

우리 첫 신혼집은 작았다.

작고, 가난했고, 솔직했다.


보증금 2,000만 원이 전부였던 집.

집을 얻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기에,

들여놓을 수 있는 가구도 딱 생존에 필요한 것뿐이었다.

세탁기, 냉장고, 침대.

그게 전부였다.


그래서였을까,

평수는 크지 않았지만,

집 안은 묘하게 넓게 느껴졌다.

비어 있는 공간마다 우리 둘의 시간이 하나씩 채워졌기 때문이다.


하나씩 조금씩 필요한 것들을 사 모았다.

건조기, 전자레인지, 청소기, 옷장, 식탁...

사소한 물건들이 채워질 때마다,

이곳이 단지 거주지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이 되어가는 과정을 실감했다.


그때 우리는 집에 TV도 없었다.

아이패드 하나를 침대 끝에 걸쳐놓고,

서로 오밀조밀 붙어 앉아 웃으며 영상을 봤다.

버스 정류장도 멀어서, 한 명이 약속이 생기면

다른 한 명은 마치 의무처럼 같이 나가야 했다.

효율은 없었고, 불편함은 늘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그 불편함이 우리를 더 가깝게 해 주었다.


불편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게 참 신기하다.


그 집 근처엔 걸어서 20분 거리에

작은 저수지를 둘러싼 산책로가 있었다.

그리고 늘 같은 말을 했다.


"우리 나중에 이사하면,

저수지 바로 앞에 있는 저 아파트로 가자."


그 꿈은 매일 걸을 때마다 더 단단해졌다.

밤공기를 마시며 손잡고 걸으면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 슬쩍 둘러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곧 여기 살겠지"라고 웃기도 했다.


삶의 크기가 작아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 작은 삶은 충분히 넓어질 수 있다는 걸

그 시절이 알려줬다.


그때 그 시혼집,

좁고 비었지만

늘 웃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기에 토마토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오밀조밀하게 살던 우리 집

계약 만료 기간이 점차 다가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집에 가면 토마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