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좁은 집, 넓은 웃음, 그리고 마침내 한 번 더의 이사
2년이라는 시간.
아주 길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겐 많은 것이 변한 시간이었다.
좁은 신혼집에서 시작된 우리 돌의 일상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넓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꿈꿨던 그 '다음 집'은
항상 저수지가 보이는 그 앞 아파트였다.
다른 조건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조금 낡아도 좋고, 층수가 낮아도 괜찮았다.
단 하나, 그 창밖으로 저수지가 보여야 했다.
눈 씻고 찾아봐도 마음에 드는 집은 딱 하나뿐이었다.
우리의 감성에 맞는, 우리의 기준에 닿는 단 한 곳.
동수도, 호수도 이미 정해둔 상태였다.
우리는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를 줄이고,
필요 없는 것들을 미뤄두며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도 드디어,
그 매물이 나왔다.
알람을 확인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빛만 주고받고
곧장 부동산으로 향했다.
그냘, 계약서를 섰고,
따뜻하고 좋은 집주인을 만나
이게 우리가 만든 또 하나의 기회구나라는 걸 느꼈다.
그렇게 삶이 또 한 걸음 움직이는 듯 보이던 그때,
토마토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울고 있었다.
"나.. 직장 그만두고 싶어.
1년만 시간을 주면, 보란 듯이 합격할게."
그녀는 쉽게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다.
그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뒤척였을까.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없이 그저 믿어주기로 했다.
"그래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
그 한마디에
서로에 대한 신뢰,
그리고 미래를 함께 꾸려가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었다.
이사라는 물리적인 이동도 있었지만,
진짜 이사는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었다.
우리는 또 한 번의 '함께'로,
이 시절을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