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면 토마토가 있다.

#7 "오늘 어땠어?"라는 질문의 무게

by 샤이보이

"오늘 어땠어?"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식탁 앞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

가장 흔하게 건네는 질문.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질문.


어떤 날은 그 질문이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이 되지만,

또 어떤 날은

그저 조용히 덮어두고 싶었던 하루를 다시 꺼내게 만드는,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그냥,

그녀의 하루가 궁금했을 뿐이다.

작은 위로라도 건네고 싶었고,

하루의 끝에서 말벗이 되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날 토마토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그랬어. 그런 질문,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녀의 하루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나는 그 순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그 뒤로는

괜히 눈치를 보게 되고,

그저 입을 다문 채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만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다.


어떤 날은 반대로

토마토가 내게 먼저 묻는다.

"오늘 괜찮았어?"


나는 잠시 망설이다

"응, 별일 없었어."라고 툭 내뱉는다.

사실은

속으로 울컥한 순간도 있었고,

체력은 방전됐고,

온몸이 무거워졌지만

그 이야기가 혹시 그녀에게 짐이 될까 봐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버린다.


그 말에

토마토는 어딘가 서운한 눈빛을 보이고,

나는 또 괜히 미안해진다.


"오늘 어땠어?"라는 질문에는

사실

"사실 오늘 너의 하루가 궁금해."

라는 진심이 담겨 있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게

"왜 힘들었는지 말해봐."

라는 요구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배워가기로 했다.

말을 아껴야 할 때와

말을 열어야 할 때.

때로는 질문보다

그저 가만히 옆에 앉아 있는 '존재' 자체가

다 큰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는 걸.


요즘은 말 대신

작은 행동으로 하루를 전하기 시작했다.


주방에 수북이 쌓인 설거지를 보면 안다.

"오늘은 마음의 여유가 없었구나."

그럼 나는 아무 말 없이 설거지를 시작한다.


집안의 물건 하나하나가

우리의 오늘을 말해주고 있었고,

서로를 조이지 않으려는 배려가

하루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묻지 않아도 알고 싶은 하루가 있었고

말하지 않아도 닿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젠,

"오늘 어땠어?"라는 질문이

조금씩 다르게 들린다.


지금은,

"오늘도 버티느라 수고했어."

라는 말로 들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집에 가면 토마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