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글쓰기가 나를 구원해주지 않더라도

흐느적거리는 하루 속에서, 나는 여전히 써본다

by 샤이보이

주말, 오랜만에 과음을 했다.

무기력한 몸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음 날 출근길은 더없이 버거웠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고, 그 상태에서 마주하는 일상은

낯설지 않지만 이상하게 고단했다.


출근했지만, 정신은 흐릿했고

하루 종일 내 존재가 반쯤 떠 있는 기분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이 생각이 자꾸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쉽게 지치고, 쉽게 무너지고, 쉽게 도망치고 싶은 사람이다.

요즘은 자주 그런다.


이따금 새로운 일에 손을 대기도 한다.

무언가를 벌려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내 비중은 크지 않다.

스스로 '나는 꼭 필요한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내가 운영하는 공간, 매달 돌아가는 수입,

직원들의 얼굴,

그 모든 것들이 점점 '의무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처음의 설렘은 어느새 어깨 위 무게가 되어

"오늘 하루도 잘 버텨야 해 "라는 말로 자신을 위로하게 된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억지로 일어나고,

억지로 씻고,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도, 그 모든 걸 하고 나면 남는 건

"이게 맞는 걸까?"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라는 질문뿐이다.


글을 쓴다.

이렇게 쓰면 조금 나아질까 싶어,

짧은 한숨 같은 문장을 하나씩 눌러 적는다.


하지만 글이 나를 구원해주지는 않는다.

당장의 숙취를 없애주지도 않고,

어깨에 얹힌 부담감을 날려주지도 않는다.

다만, 조금 더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줄 뿐이다.


나는 계속 쓴다.

다음 한 줄이,

내일을 조금 더 버티게 해 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 하나로.


그렇게 흐느적거리는 하루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아직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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