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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녀 Nov 17. 2021

(1116)아이 친구 엄마들과         잠시 쉼표

‘아이친구엄마’라는 존재의 피곤함에 대해, 맘카페를 잠시만 둘러봐도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근래에 나도 이 관계가 몹시 피곤하고 허탈했다. 나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였다.


이유 1. 거의 항상 내가 먼저 연락해야 한다.

커피 한 잔 하자거나, 밥 한 번 먹자거나, 쇼핑을 가자거나 제안하는 역할을(아무도 맡긴 적 없지만) 늘 내가 하고 있었다. 그런 행동의 밑바닥엔 이 엄마들과의 커뮤니티가 계속 활발하게 이어져야 한다는 내 강박이 있었다. 사교성이 떨어지는 내가 그나마 발 붙이고 있는 이 엄마 그룹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이유 2. 엄마 그룹 특유의 선의가 지겨웠다.

당신도 엄마라면 알 것이다. 아이 친구에 대해 얘기할 때 암묵적인 룰 같은 것. 남의 아이, 남의 육아에 대해서라면 관대하고 호의적이고 칭찬 일색으로 반응해야 한다는 것.

별 것 아닌 아이의 행동에도 ‘아유, 귀여워라~’ 호들갑도 떨어줘야 하고, 똘똘한 면은 발견하자마자 칭찬을 발사해야 한다. 서로에게 도와줄 일이라도 있으면 최선을 다해 빌려주고 알려주고 나눠주고 하는 것들.

본래 시니컬한 나에게는 좀… 느끼한 일들이었다.


이유 3. 애써 노력해도 나는 별로 인기도 없다.

이번 주엔 무슨 일로 만나자고 할까, 무슨 요일에 만나자고 할까, 이걸 톡으로 물어볼까, 아까 톡에 답을 했던가…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고 애쓰지만 겨우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 여러 엄마들에게 인기 있는 엄마는 따로 있었다. 내가 흉내낼 수 없는 경지.


그래서 이번 주부터는 노력을 멈추었다. 먼저  걸지 않은  며칠이 지났다.

그랬더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수시로 톡을 확인하며 전전긍긍하던 짓을 그만두니 몹시 평화롭다.

그리고 내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내 아이에게 해 줘야할 것들이 보인다. 부족한 책 읽기, 학원에 가방만 들고 다녔는지 진도를 못 따라가는 실력. 영어도 피아노도.

내가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만 지나치게 엄마들 관계에 집착했던 것인지도.


누군가는 돈에 집착하듯이, 나는 관계에 집착한다.  많은 사람은 그다지  부럽지만, 친구가 많은 사람은 진심으로 부럽다. 집착하면  달아나는 것일까.


그래서 어쨌거나 잠시 쉼표.

관계 디톡스의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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