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싸고 나오란 말을 왜 굳이 했을까

ㅡ 위험한 년

by 사피엔




'오빠'를 불러보지 못한 년. 그 말은 결핍이 아니라,

이 세계의 사용 설명서에서 끝내 삭제된 위치를 뜻한다.


부킹으로 만난 상사는 여자를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할 이유가 없다는 듯이.

와이셔츠 차림의 남자들은 이미 거나하게 취해

있었고, 그날의 중심은 “오빠” 소리를

숨보다 더 자주 코안에서 뿜어내는 친구였다.


상사는 친구의 허리에 손을 댈 듯 말 듯,

그녀가 오빠 할 때마다 튀어나온 눈을 더 크게

떴다 감았다 하며 얼굴을 바짝 붙였다.


여자는 그날도 혼자 술을 따라 마셨다.




저녁 시간 지하철 안은

퇴근하는 사람들로 빽빽했다.

여자는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잡을 자리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어디에 손을 두든 몸이 먼저 밀려났다.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다리를 벌린 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각도는 정확했고,

면적은 과했다.


여자는 그 남자의 다리 사이로

비어 있는 공간을 계산했다.

사람 하나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틈이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늙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늙은 남자의 시선을 피해야 할 때면,

숟가락으로 눈깔을 파버리겠다는

혼잣말을 입안에서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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