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게 살고픈데, 왜 어려울까!

by 사피엔


간절히 꿈꾼다는 건 어떤 걸까.
내겐 이런 소망이 있다.
품위 있는 일상, 지혜와 교양을 갖춘
사람들과 함께하며 우정을 나누는 삶.


드라마 한 장면이 있다. 열심히 일한 하루 끝,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며, 일과 사랑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 받는.


하지만 지금껏 내가 살아온 현실은 그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교양과 우정 부재.

합리, 이성 따위 굳이 필요치 않은 환경.

오랫동안 나는 그런 곳에 있었다.


자주 '이방인'이 되었고, 때론 자책했고,

마음 한 귀퉁이는 늘 납작하게 짓눌려 있었다.


부조화, 불균형, 부조리한 세상에 적응해 보겠다고 아무리 복작대고 버둥거려도 상처받아 굳어진 심장, 고통으로 주름진 이마는 좀처럼 펴질 날이 없었다.


자주 도망쳐 생각했다.

잠시 잠깐 왔다 가는 이 세상, 정말 그렇게 애써 적응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경주할 만한 가치가 과연 있을까?


사람 사이의 틈을 메우는 일 ㅡ

그게 내게 가장 고단한 과제였다.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타인을 관용하지 못하는 옹졸함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결격 사유처럼 느껴졌고, 그럼에도 나는 애쓰기보다 거리를 두는 쪽을 선택해 왔다.


그들과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미숙하지만 확고했던 생각.

그건 경솔한 오만이자 헛된 자존심이었다.





'서로 아무런 삶의 연결고리가 없을 때 더 쉽게

혐오하지만, 서로의 삶이 한 자락이라도 섞이면 이해하고 공감할 여지는 꼭 생긴다.'

<다가오는 말들> 서문에 있는 말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선이다.

그러나 난 망설인다.

삶의 '한 자락'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건 서로의 온도를 맞출 수 있는 거리일까, 아니면 단지 얄팍한 관찰의 표면일까?


서로의 '삶'을 공유하기 위해선 서로가 '함량을 갖춘 인격체'여야 한다는 냉정한 조건이 붙는 게 사실이다. 이 기본적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는 관계들 속에서, 이해와 공감이라는 말은 어불성설, 공허한 상투어일 뿐이다.


브런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읽지 않고, 눌러만 주는 ‘좋아요’는

어쩌면 이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거짓 공감의 형식일지도 모른다.

'좋아요'는 응원도, 공감도 아닌 "나는 여기에 있었음"을 인증하는 출석 도장일 뿐, 진짜 감정은 없어보인다. (심지어 오늘은 노르웨이산 눈깔이 남긴 뜬금포 복붙댓글까지.)


'진심' 없이, 관심의 제스처를 흉내 내는 일에 익숙한 사람들, 왜 이럴까.

서로서로 '좋아요' 눌러주는 경망스러운 손가락들이 만든 네트워크 생태계,

이런 관계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는 무엇인가.


브런치 입성 2주를 넘기는 동안,

나는 이곳에 만연한 가짜 관계를 통해

‘공감 중독 사회’의 병증을 보고 있다.

함께 연결돼 있으면서도, 철저히 단절되어 있는 세상.




현실은 더욱 냉혹하다. 그렇잖아도 고단한 사람들은 정신적 에너지를 아끼겠단 듯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객관적 근거 없이 자신이 믿고 싶은 걸 진실로 받아들이는 일에도 사람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게 무지한 진리가 형성되고, 세상은 오류와 어리석음, 모순으로 만연해간다.


대선을 앞둔 요즘, 언론이 만들어낸

여론 풍경을 들여다보면 그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사람들이 편을 나누고 좀비처럼 날뛰는 모습은

sns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작은 조직, 일상의 관계 속에서도 품위, 이성, 논리는 흔치 않다.


더 이상 공감이란 말을 믿지 않고

마음 한 조각조차 내어주지 않는,

각박한 인간이 되어 버린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해 볼까.

품격 있는 한 권의 책,

인품 좋은 이의 고아한 말,

냉소 너머 다가올 진짜 미소.

그 정직한 감정.


그리고

한번씩,

상처를 감안하고 내가 먼저 다가가는 용기와

가끔은,

나를 내려놓는 실험,

그 실험에 기꺼이 걸어들어가는 ㅡ

어른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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