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왜 이토록

ㅡ 결핍의 사유로 바라본 사랑의 얼굴

by 사피엔



누구나 사랑을 원한다.
하지만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결핍은 우리 안에 고요히 웅크려 있다가,
때론 관계를, 때론 나 자신을 삼킨다.
사랑을 말할 땐 늘 그늘도 함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핍을 안은 채, 누군가의 별이 되기 위해 다시 사랑을 시도한다.



1. 모두가 안고 살아가는 결핍


"항상 외로움을 많이 타며 가슴이 허한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애정결핍을 진단하는 글들은 종종 이렇게 시작된다.


마치 그것이 특정 사람들의 병인 양.


하지만 애정결핍은 인간 조건의 일부다.

우리는 모두 결핍 속에 살아간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고 말했다.

목적 없이 이 지구라는 행성에 떨어진 우리.

고독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다.


쓸쓸한 가을 낙엽은 백만장자의 마음에도 내려앉고,

달뜬 연인의 밤에도 불어온다.


외로움은 감정이 있는 자의 그림자다.


2. 결핍은 관계를 향한 충동


관계를 맺고 사랑을 나누는 이유, 그 시작은

고독이다. 외로움은 우리를 타인에게로 향하게 만든다.

공포 본능이 지능 발달의 동력이었듯,

외로움은 사랑의 동력이 된다. 그러나 그 관계의 시작이 결핍에만 기대고 있다면 사랑은 오히려 또 다른 고통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되묻는다. 우리의 애정 전선은 정말 안전한가?


3.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자아들


결핍은 사랑을 왜곡시킨다.

어릴 적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를 사랑받을 자격 없는 존재로 인식할

가능성이 많다.

그 기억은 관계 속 불안으로 이어지고,

회피하거나 집착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수많은 방식으로 사랑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4. 나를 돌보지 않으면, 누구도 품을 수 없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온전히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나와 사이가 나쁘면 그 누구와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 내 안의

상처받은 자아, 그 아이를 먼저 보듬어야 한다.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사랑을 받지 못한

과거가 지금의 사랑까지 방해하기 때문일지도.


5. 결핍은 사라지지 않는다, 함께 살아갈 뿐


결핍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안고 살아내는 것이다.

사랑은 그 결핍을 덜어주는 힘이지만,

그 자체로 모든 상처를 치유하진 않는다.

그러니 사랑은,

결핍을 부정하지 않고 품는 용기다.


사랑이 어려운 건 우리가 너무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일까.


그렇다. 사랑은 어렵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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