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사랑의 기억 앞에서

by 사피엔




아들을 키우며 풀지 못한 한 가지가 있다.


계곡 한번, 캠핑 한번 ㅡ 그 흔한 '어린 날의

기억'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


나는 늘 무기력했다.


특히 쉬는 날이면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내 몸은 송장처럼 늘어져 버리곤 했다.

어린 아들과 계곡에 갈 수 있는 날이 없었던 게

아니다. 혼자선 할 수 없는 일이었을 뿐이다.



물론, 제주도에도 가고 부산도 다녀왔지만

그때마다 즐겁지 않았다.



지쳐 있었고, 짜증 났고, 나는 아이에게 그 시간을 즐거운 기억으로 만들어주지 못했다

그런 엄마 옆에서 아들은 얼마나 숨 막혔을까.



그 아들이 이제

해마다 여자친구와 함께 부산에 가고,

오늘은 둘이 다른 도시로 2박 3일 여행을 떠났다.


학교는? 묻지 않았다. 그저


"재밌게 놀다 와." 건넸다.


어쩌면 나는 어린 날 계곡에 데려가지 못한

내 아이에게 이제야

한 번의 봄을 건네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두 아이가 캐리어를 끌고 나간 아침 시간, 난 자고 있었다.


녀석은 다 자란 걸음으로 문을 닫고 나갔다.


터미널까지, 아니... 마음 끝까지 바래다주지

못한 나는 오늘도 스스로를 자책하며 양손 가득 맥주를 사들고 퇴근했다.



사랑이 이렇게 서럽고,

서러움이 이렇게 오래 남는 거라면 ㅡ

그 뜨거운 목울음이라도 실컷 질러보리라.


아들 없는

도시에서.

(아들 없는 집이라곤 할 수 없다. 녀석은 항상 집에 없었으니.)



여행간 아들에게,

쾌적한 곳에서 자고, 먹고 싶은 거 실컷 먹고 오라 말했다.

정작 카드 긁힐 때마다 심장 쪼그라들거면서.




휙, 지나버릴 인생,

왜 이렇게 가슴 저리며 살아야 할까.

왜 이렇게 아파야 할까.




















keyword
이전 08화사랑, 왜 이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