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에덴의 용 / 칼세이건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 1

by 사피엔




먼지에서 뇌로 : 기적의 서막



세상은 나를 종종 헤매게 하고
나는 바람과 빛에 기대어 숨을 고른다.
어느 위대한 시인이 남긴 지성의 별빛 아래,
나는 다시, 생각하는 존재로 선다.
칼세이건,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에덴의 용



세상에 대한 지각 능력이 얼마간 모자란 나는 늘 서 있는 자리에서도 이따금 방향 감각을 상실하곤 한다. 그러한 날, 길 잃은 이에게 불어오는 무심한 바람, 스쳐가는 한 가닥 빛은 단지 위안으로 그치지 않는다.

어떤 위대한 이가 이 지구 행성에 남긴 밤하늘의 별보다도 찬란한 지성의 유산, 나는 그가 이끄는 빛을 따라 바람을 들이쉬고 내쉰다. 생기를 호흡한다. 코스모스에서 그리고 창백한 푸른 점에서.



지금 내 두 손은 별들의 세계를 사랑했던 그가 남긴 책이 나만의 길잡이 별이 되어 애틋하게 들려 있다.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



에덴의 용 :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



1978년에 출간된 이 책은 천체 물리학자인 칼세이건에게 퓰리처상을 안겼다. 그런데 과학자가 용이라니. 그것도 에덴의 용이라! 외계 생명체와의 교신을 주제로 한 유명한 영화 <콘택트>가 칼 세이건의 원작 소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이나 황당했던 것만큼 에덴의 용 역시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SF 그쪽인가? 제목만 보면 불 뿜는 용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이 그려져서 알라딘을 소환해 놓고 한참이나 꼼꼼히 확인했다.



세이건의 <에덴의 용> 다행히 뇌과학 책이었다.






10년 전 해리포터 시리즈를 몇 날 밤 꼬박 새워 읽었던 것처럼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이 미친 듯 천둥을 울려대며 천지를 휘젓고 날아다니는 판타지 속 용가리라 해도 나는 즐겁게 읽었으리라. 생각해 보면 호그와트의 교장 덤블도어가 죽던 날 밤 소설책을 덮고 얼마나 슬퍼했는지.



<창백한 푸른 점>을 몇 년째 완독 못했던 이유가 어쩌면 상실의 두려움이 예상됐기 때문이란 살짝 핑계 섞인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칼 세이건의 고매한 지성과 범우주적 통찰이 담긴 보배로운 책들을 나만의 설렘으로 소중히 마음에 품고 싶다. 아주 아주 오랫동안.



사람의 마음이란 참 오묘하다. 이러한 감정이나 정신은 대체 인간의 몸 어디에서 비롯되고 생성되는 것일까?



무엇이 설렘, 기쁨, 고통, 슬픔을 일으켜 우리로 하여금 의식하고 고뇌하는 활동을 하게 만드는 걸까? 소설 속 인물의 죽음마저도 애달파서 가슴이 무너지는 사람의 마음은 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시각을 담당하는 곳에서 툭하면 눈물이 나는 걸까? 무엇보다 방향감각 딸리는 건 순전히 멍청하기 때문일까?



아득히 먼 옛날, 고대 이집트인들은 "마음이 내장(자궁이나 심장)에 있다고 생각해서 죽은 자를 미라로 만듦으로써 그 마음을 영구히 보존"하려 했단다. 마음이 뇌에 있다고 확신한 최초의 인물은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시대에 태어난 히포크라테스라고.(아이뉴턴 참고)



인류의 지극한 호기심과 탐구 정신의 결과 우리는 이제 마음이란 것이 뇌의 작용에 의한 현상임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우주만큼이나 인간의 뇌 역시 최후의 비경(祕境)으로 풀지 못한 수수께끼의 영역인 채 남아 있는 것도 확실하다.



그러나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가 될 수 없다"라고 말하는 칼 세이건은 "이따금씩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뇌의 작용은 뇌의 해부학적, 생리학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음은 뇌의 각 요소들을 개별 활동 또는 통합된 활동의 결과"라는(p16) 근본적인 전제를 깔고, 인간 뇌의 진화와 역사 그리고 인간이 고등한 지능을 소유하게 된 이유를 궁구한다. 이 책 <에덴의 용>은 그런 의미에서 뇌과학 입문서다. (날으는 용은 안 나온다.)



뇌과학 분야가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던 1970년 당시 천체 물리학자인 저자는 지적 우주 생명체의 존재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 인간의 지능부터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40년 전 칼 세이건의 뇌에 관한 추론과 논리는 뇌의 구조와 기능 등을 분자 수준으로까지 밝혀내며 비약적 성과를 이룬 오늘날에도 꽤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우수한 두뇌가 풀어내는 흥미진진한 뇌의 이야기와 천재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에 다시 한번 깊은 감동!



총 320페이지 분량의 <에덴의 용>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 1,2는 우주력이다.

우주가 존재 한 150억 년을 우리의 1년으로 변환한 달력이란다.


단조롭고 지루하기 이를 데 없이 태양력, 그레고리력이란 일상 달력에 맞춰 살아온 내게 저 친절하게 압축한 우주의 시간, 우주력을 보여 주시니 동공에 가해진 갑작스러운 이 충격을 어찌 설명할까.



그 장구한 인류의 역사는, 갈등과 긴장과 번뇌로 점철되었던 내 지난한 인생은 어느 구석에 찌부러져 있단 말인가. 저 우주력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우리 인간 개체의 삶은 거대하고 무관심한 우주 앞에서 하루살이나 미물보다 나을 게 없지 않은가.



따져 볼 것 없이 티끌에도 비길 바 못 되는 우리 존재가 이 순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란 그저 우두망찰.



"그러나 지식은 무지 보다 낫다. 힘든 진리는 마음을 달래 주는 거짓말 보다 훨씬 더 나은 것이다."

- 칼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에서



우주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진실은 잔혹하지만 기호를 논할 문제는 아니므로 숙연하게 받아들일 밖에.



나 역시 영원히 무식쟁이로는 행복하게 머물 수 없는 부류에 속하며 다행히도 앎이 주는 기쁨 그 자체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기에. 그렇기에 이 경이로움 앞에서 더욱 겸허해지는 것이다.



티끌만 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은, 자신을 넘어 우주를 인식하고자 했다. 고대 사막에서 별자리를 그리던 이들,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은하수를 가늠하려 했던 이들, 그리고 칼세이건처럼 코스모스에 마음을 걸었던 이들까지.



아득한 심연, 무심한 우주의 침묵 속에서, 앎은 우리의 가장 빛나는 불꽃이었다. <에덴의 용>은 그런 인간의 지적 여정에 바쳐진 책이다.



뇌라는 작고도 복잡한 기관이 어떻게 이토록 놀라운 정신세계를 만들어 냈는지, 어떻게 지구상의 다른 모든 생명체와 구별되는 사유의 도약을 이루어 냈는지를 탐구하며, 칼 세이건은 우리를 '생각하는 갈대'로 이끌어 준다.






< 에덴의 용>은 단순한 뇌과학 설명서가 아니다. 이 책은 과거를 바라보며 우리의 본질을 묻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나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 안 어딘가 깊은 곳에서 작게 울려 퍼지는 경외의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세상을 향한 나의 오래된 질문들과, 아직 닫지 못한 답을 향한 미약한 몸짓이다.







세이건은 이 책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뇌의 진화 과정으로 풀어낸다. 파충류의 뇌에서 포유류의 뇌로, 그리고 인간만의 고등 사고를 가능하게 한 신피질로. 그 층층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단순한 생존 본능을 넘어 별을 사랑하고 질문을 품는 존재로 변모한 경로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이어질 다음 내용은 바로 위의 폴맥린의 학설 3위 일체뇌(이 재미있는 이야기는 코스모스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와 각 장 요약과 감상중심으로....



우리는 미약한 존재.
그러나 별들이 속삭인다. "지성은 생존을 꿈꾼다."칼세이건, 그의 언어가 오늘도 내 등불이 된다.







***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사 온 후 약간의 단장을 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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