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에덴의 용 / 칼세이건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 (2)

by 사피엔




에덴의 용, 그리고 우리 안의 용들



"석탄기의 찌는 듯 무더운 정글 어딘가에서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뇌에 저장된 정보량이 유전자에 저장된 정보량을 넘어서게 된 생물이 등장했다. 바로 초기의 파충류였다. 이 생물의 등장은 생명의 역사에서 하나의 상징적인 전환점이었다. 이후 포유류와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의 출현은, 뇌의 진화에 있어 거대한 두 차례의 폭발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여정은 여전히, 지금 이순간에도 진행중이다."

p63





<코스모스>에서도 저자는 폴맥린의 3위일체뇌 이론을 소개한 바 있다. 인간의 뇌는 크게 세 단계에 거쳐 진화해 왔다. 수억 년 전 우리가 파충류 시기에 형성된 R- 복합체(파충류 뇌, 1단계) 그 위를 둘러싸고 있는 변연계(포유류 뇌, 2단계), 진화의 마지막 단계로 뇌의 가장 바깥쪽에 나타난 신피질(대뇌피질, 3단계)



인간 뇌의 R-복합체는 공룡(파충류)의 머릿 속에서 하던 생명 활동의 기본적인 기능을 오늘날에도 담당하고 있다. (자연선택에 의해 제거되지 아니하고) 변연계는 사랑과 이타심 같은 감정의 뿌리를 이룬다. 포유류들이 새끼를 부양하기 위해 발달시킨 이 뇌 구조는, 인간 마음의 기능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리고 신피질은 인간 특유의 사고, 판단, 인지적 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신피질 중 좌반구(좌뇌)에 위치한 두정엽과 측두엽이 언어, 분석, 합리적 이성을 관장하고, 우반구(우뇌)에서는 공간, 지각, 패턴 인식, 음악, 창조적 사고, 직관을 담당한다. 전두엽은 인간에게만 부여된, 고도의 정신활동을 가능하게 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그로인한 근심과 불안을 감당하는 곳이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바로 불안과 근심이다.....그러나 우리 인간 본성 가운데 카산드라(나쁜 일을 예언하는 사람을 상징)적 요소는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p91



"에덴의 용"


메타포로서 "에덴"은 수백 만년 전 우리 조상들이 수렵 채집하던 고향, 아프리카 사바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우리 조상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용(뱀)들이었고, 그 위협과 공포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인간 지능(신피질)의 진화가 이루어졌을 거란 맥락은 충분히 타당해 보인다. 이는 선악과를 먹도록 유혹한 뱀 이야기와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인간의 경우 측두엽 아래 어딘가에 억제 중추가 있어서 파충류의 뇌기능 상당 부분을 꺼놓았다가 뇌교에 진화된 활성 중추가 잠자는 동안 아무 해를 주지 않고 R-복합체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초자아가 이드를 억제한다는 프로이트의 주장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p188



인간은 의식 속에서 억제된 무의식을 꿈을 통해 드러낸다. 잠들어 있는 동안 신피질(특히 좌반구)의 통제가 느슨해지면, 깊은 곳에 잠자던 파충류의 본능이 꿈이라는 세계에서 깨어난다.

신피질의 영향으로 낮동안 억제되어 있던 파충류의 뇌가 꿈을 꿀 때면 잠들어 있던 용들을 깨운다니! 참으로 흥미롭고 아름답다. 언어의 마법사 칼세이건의 #3위일체뇌 가설은 원시지구로부터 거슬러 올라와 이제 저 먼 우주 공간 어느 행성으로 향한다.



우주의 어느 곳이든 똑같은 원자와 분자가 존재하는 이상 중력, 양자 역학 등의 자연 법칙은 상당 부분 동일할 것이므로 외계 생물의 '뇌'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진화 과정에서 차례로 추가된 여러 개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을 거란 예측과 더불어.



"인간이 생화학적으로나 뇌의 생리적 특성으로나 다른 동물들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은 신, 또는 신들이 특별히 창조한 존재"라고 뿌리 깊이 믿는 것에 대해 저자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러한 주장은 변연계와 우뇌의 원리들로, 지적 엄밀함이 부족하고 회의주의가 결여된 것이며 인간은 신피질의 완전한 기능(변연계와 R영역이 어우러진 이성)을 통해서만 오직 미래를 향해 진취할 수 있다!라고.



나자마자 혼자 걷는 여타 동물이 엄마 뇌의 70%를 가지고 태어나는 반면 인간 아기는 20%의 기능만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귀여운 아기들은 에덴의 용 수준인걸까? 이후 만 3세 이전에 뇌세포가 급격히 형성되지만 20년이라는 긴 뇌 발달의 여정과 함께 생체 성장 또한 이뤄지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다. 우주적 관점에선 찰나에 불과한 삶이지만 우리 인간에겐 언제나 반드시 거쳐야할 적정한 시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중요해 보인다.

다행히 인간 뇌의 가소성은 일말의 희망을 안겨준다. 때를 놓쳤거나 나이든 뇌에도 전망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뇌 활동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겠다. 최소한 치매걸린 용은 되지 않도록 말이다.



DNA 분자 구조를 규명함으로써 유전의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크리스퍼 유전자 조작 기술로 원래 없던 특성을 부여하는 등의 엄청난 진보를 이뤄낸 지금이다. 그러나 뇌를 조작하여 지적, 정서적 능력을 향상시킨다든가 일정 부위를 통제한다는가 하는 뇌과학적 기술 성취는 아직 더딘 듯하다. 물론 다양한 영상 진단 기술의 발전을 누리고 있지만 간질 발작 환자의 전조를 알아채서 예방과 완화를 수행하는 장치를 뇌에 삽입한다든가 정상인의 지능을 더욱 특출나게 향상시킬 장치를 삽입하는 등의 외과수술 등은 아직까지 현실에선 실현되지 않은 채 저자의 상상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혹시 의식과 정체성이 업그레이드된 초인간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나? )



도서관을 좋아했던 지성 찬미자 칼세이건은

"인간지능의 역사에서 다음에 다가올 주요 구조적 발달은 아마도 지적인 인간과 지적인 기계 사이의 협력이 될 것"이라 통찰한다. 인류에게 문자 발명 못지 않게 중요한 가치로 평가 받게 될 새로운 발명품이 바로 "인간 좌반구의 뛰어난 생산물인 컴퓨터"라는 것.

인간의 뇌가 아무리 정교하게 배선되어 있다 하더라도 인간 신경세포 전달 속도보다 100만 배 이상 더 빠른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컴퓨터 회로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급기야 자가 학습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고 불과 수년만에 인간은 생각(뇌신호)만으로 기계를 직접 조작하는 수준까지 기기문명을 발전시켰다.



칼세이건의 바람대로 인간 대뇌피질의 산물인 문명, 인공지능 컴퓨터가 미래의 어느날엔가 외계지적 생명체와의 교신에 성공하려면 그전에 인간 좌반구와 우반구의 협력 만큼이나 인간과 기계 사이의 협력이 중요해 보인다. 또한 인간의 이기에 의한 오남용 예방 등 필수적인 윤리 문제부터 다뤄야져야 할 것이다.

꿈속에서나 활개치는 용들이 낮에도 좌반구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튀어나와 천지를 휘젓기 전에.



"우리가 용에게 두려움을 느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일부를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사실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에덴 동산에 용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p 177



우리는 여전히 파충류의 뇌를 품고 산다. 인류는 99%의 시기를 에덴동산에서 용(뱀)과 함께 살았다. 우주력으로 보면 12월 31일 밤 12시 무렵, 단 1초도 되지 않는 순간, 운좋게 대뇌피질의 수혜를 누리며 살다가는 우리! 책 한 권을 읽고 보니 공간 지각력이 좀 모자라고, 세상 인식이 남보다 느리다 해도, 더 앞서고자, 하나라도 더 쟁취하고자 애태우며 삶을 소모하지 않고, 이 아름다운 지구행성에서 이처럼 신비로운 뇌를 가지고, 누군가와 함께 찰나의 생을 공유할 수만 있다면!!

좋은 책과 좋은 사람이라는 '빛과 바람'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그렇다.






#칼세이건 #에덴의용 #폴맥린 #3위일체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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