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자격

12개의 부재 두 번째 <자격 없음>

by 사피엔




그녀는 사랑을 포기했다. 남자의 부모는 말했다. "우리 집안에 너 같은 아이는 안 돼." 사랑조차, 자격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녀는 떠났고,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1955년,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선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버스 운전사의 명령을 거부한 여자, 로자 파크스가 있었다.

그날 그녀는 체포되었고, '불온한 흑인 여성'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1958년, 미시시피 대학교에 지원한 한 남자는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되었다,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미시시피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 흑인은, 제정신이 아님에 틀림없다."

그의 이름은 클레넌 킹이었다.



자격 없는 것은 그와 그녀들이 아니었다. 그 시대였다.

그들의 사건은 증명했다. 그날 누군가의 인생에서,법정에서 사라진 것은 한 사람의 자유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이었다.



이 잔혹한 서사는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다. 또한 자격 없음은 개인의 문제도 아니다. 지금 우리 안에, 여전히 자격 없음은 존재한다. 시험, 연애, 사회, 신분, 국경, 그리고 글쓰기조차 ㅡ "당신은 자격이 안 돼요" 판정 받고, 그 문턱에서 돌아선 수많은 '그와 그녀들'이 있다.



하지만 때로, 규칙 밖에서 자격을 증명한 이들도 있다. 조선 시대, 허준은 중인의 신분으로도 임금의 곁에 섰고, 영조는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나 왕이 되었다. 현대 정치사 속, 노무현과 이재명은 가난과 차별을 딛고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들은 모두, 자격이 없다는 말에 무릎 꿇지 않았다. 스스로 자격을 만들어냈다.



지금도 우리의 가능성이 '당신, 자격 있다/없다'로 구분되고 있을지 모른다. 연애는 상대 부모가 정한 자격에서 밀려나고, 입시는 등급 하나로, 취업은 스펙 하나로, 직장은 사내 정치에서, 육아는 엄마들의 단톡방에서, 글쓰기는 조회수와 좋아요 앞에서 ㅡ



누군가는 자꾸 떨어진다. 경계 바깥으로 밀려나고, "당신은 안 돼요"라는 말을 듣는다.



성적은 같아도, 학원 정보에 밝은 부모와 그렇지 않은 부모 사이에 입학 결과는 갈린다. 이런 세상에서 개인의 자격은 곧 부모의 능력이다.



채용 공고는 '경력 무관'을 외치지만, 경력과 인맥이 없는 이들은 기계적으로 탈락한다. 워킹맘은 아이를 방치했다고 욕먹고, 전업맘은 왜 일 안 하냐며 핀잔 듣는다. 어떤 선택도, 기준 밖이면 자격미달이 된다.



좋은 글은 내용이 아니라 조회수로 증명된다. 문장의 무게보다 좋아요 수가 판단의 기준이 되는 세계. '작가'라는 말에도, 이제는 영업 능력이라는 자격이 필요하다.



"자격 없음"은 언제나 관습과 제도의 이름으로 통보되었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순간은, 우리 스스로 "그래, 난 안 되는 사람이야"라고 믿게 되었을 때였다.

그들이 증명한 자격은 오늘 우리에게 말한다. 규칙은 기준이 될 수 있어도, 진실은 될 수 없다고.




지금도 우리의 가능성이
'당신, 자격 있다/없다'로
구분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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