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L입니다. 어떤 말로 편지를 시작할지 고민이 드는 밤이네요. 가벼운 인사말로 시작을 해볼까, 아니면 유명한 철학자의 어록을 인용을 해볼까 고민해보다가 그저 소탈하고 일상적인 제 언어로 표현해보려구요.
사람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게 사업상의 실패가 되었든, 연인과의 이별이 되었든 어떤 지점에서 위기를 만나 고민과 고뇌에 빠지게 되죠. 왜 회복탄력성이란 말도 있잖아요? 위기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길을 다시 되찾고 앞으로 묵묵히 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오질 못한 채로 방황하는 이들도 있어요. 회복탄력성은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통제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기조절을 통해 그 위기에서 벗어나 앞서 말한 새로운 길을 걷는 성질을 말해요. 쉽게 말해 상처를 입었을 때 얼마만큼 빨리 회복이 되는지를 나타내주는 이정표 같은 것이지요.
불안과 우울은 우리를 쉽게 잠식하게 만들어요. 별 것도 아닌 일에 상처받기도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상대방은 의도 없이 뱉은 말이지만 그 말을 듣는 내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또 내가 상처를 주기도 하고 뭐 그런 경우들이요. 회복탄력성이 높을 때 우리는 상처를 씩씩하게 씻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어요. 남들이 비난을 하든 훈수를 두든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묵묵히 나아가는 거죠. 아무렴 뭐 어때, 라고 생각해보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더 나아가서 희망과 위안을 받죠. 어때요, 참 신기하지 않나요? 우리의 마음을 우리 스스로가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요.
이번 기회에 책을 한권 추천드리고 싶어요. 고대 로마의 집정관이자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가 자신의 친구인 루킬리우스에게 보낸 서한집입니다. 이 책은 쓰여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대의 많은 독자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삶을 살아갔던 현자들에게 지적이면서 동시에 도덕적인 영향을 주었어요. 스토아 철학자였던 세네카는 자신이 쓴 편지에서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학파 철학자들의 말들을 인용한답니다. 늙음, 죽음, 우정, 도덕과 같이 살아가면서 한번은 반드시 마주쳐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전개하고 있어요.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하라며 친구인 루킬리우스에게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고 희망을 주는 참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죠. 서양에서는 라틴어 교재로 세네카의 편지를 아직도 공부한다고 하니 재밌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문장의 교본이 되는 동시에 윤리적으로도 훌륭한 가치를 지니고 있거든요.
사실 인생이 매번 행복하고 재미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는 상처 앞에서도 매번 다짐하면서 마음을 다잡습니다. 다음번에는 더 잘해야지, 더 노력해야지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성장해나가는 것처럼요. 훌륭한 진보는 내면을 성찰하면서 끊임없는 독서와 사색을 통해 본질적으로 이루어져요. 월든이란 호숫가에서 오두막 집을 짓고 살았던 데이비드 소로우나, 유배지에서 여러 저술을 남긴 정약용 선생님처럼요. 독자들에게 한번쯤 권해보고 싶어요. 내가 나 자신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내가 나를 진정으로 직시하고 만날 수 있는지 말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편지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에게 보냅니다. 만약 제가 추천한 세네카의 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다른 책을 읽으셔도 좋고, 댓글로 자신이 감명깊게 읽은 책을 추천해주셔도 좋아요. 행운과 사랑이 항상 깃들기를 바라겠습니다. 이상 L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