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것,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란 곳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만나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데 그 사람과 나는 전생에 어떤 관계였을까?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하필 그 날, 그 때, 그 장소에서 인연을 맺어 그 사람과 관계를 이어나가는데 이것은 얼마나 작디 작은 확률일까?
불교의 인연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지점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그것이 평생의 동반자처럼 쭉 이어져 나갈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의 길과 그들의 길이 달라져 중간에 관계가 끊길 수도 있다. 그럼 그것은 추억이 되고, 또 아픔이 되기도 한다. 지나간 인연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인연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세상은 정말 신기하다. 때마침 우리에게 알맞은 인연을 어떤 사건이란 이름으로, 어떤 우연이란 이름으로 하필 그때 알맞은 인연을 맺게 도와주니까. 꼭 그게 사람이 아닐지라도, 유튜브에서 본 어떤 영상이 될 수도 있고, 귀여운 반려견일 수도, 우연히 쇼핑몰에서 마주친 액자 속에 담긴 그림일 수도 있다.
모든 것에는 에너지가 깃들어 있다. 한때 해롭다고 생각되던 에너지가 시간이 지나 내가 바뀌면 그것이 득이 될 수도 있고, 또 한때 득이 된다고 생각하던 에너지가 시간이 지나면 내게 해로울 수도 있다. 이럴 때 인연법은 서로의 인연이 다시 닿거나 끝났다고 표현한다.
우리 모두는 변한다. 1분, 1초, 이 짧은 시간에도 우리의 몸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고, 우리 앞에 마주한 사람도 미립자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직전의 그 사람과 다른 사람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하듯, 만물은 유전한다. 나도 변하고, 남도 변하고, 우리와 관계 맺는 것들은 모두 변한다. 그게 인연인가 보다.
두꺼운 옷을 벗고, 얇은 옷으로 갈아입은 느낌이 든다. 새롭게 시작된다는 것.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는 것. 누군가를 만나 껄껄 웃고, 기쁘다가, 또 슬프기도 한 나의 모든 인연들이 결국에 한 송이 꽃이 피고 지는 것과도 같다는 것. 시간이 지나 계절이 변하고 꽃이 피고 다시 지듯, 모든 인연도 그렇게 피어오르고 또 작별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