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그 변화하는 존재에 대하여

by 이동훈

사람의 본성이 악하다면 사회는 어떻게 통합되고 발전되어 온 것일까?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면 범죄와 갈등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맹자는 인간은 선하게 태어났지만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성선설을 주장했고, 홉스나 마키아벨리와 같은 서양학자들은 인간은 악하게 태어났기에 사회계약과 같은 거대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인간의 본성이 선하냐 악하냐에 대한 의문은 인류가 존속한 이래로 계속해서 내려온 오래된 ‘떡밥’일 것이다. 구석기인, 신석기인들도 우리와 같은 고등 사고는 힘들었을지언정, 인간의 본성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때로 인생을 살다 보면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하곤 한다. 그럴 때 신을 찾기도 하고, 점을 보기도 하고, 종교에 입문하기도 한다. 자신의 계획대로 인생이 통제되고 풀릴 줄 알았는데,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상황이 반전되는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역경’을 마주했다곤 한다. 그런데 이 역경을 잘 극복해내면 우리는 더욱 강해진다. 만약 재수 없게도 길을 걷다가 땅바닥에 놓여있던 바나나 껍질에 걸려 넘어졌다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재해에 큰 피해를 입거나, 위험한 병에 걸리거나, 어떠한 일로 인해 막대한 재산을 잃어버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늘을 원망하고 세상을 탓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다시 잠잠해지게 되면 우린 두 가지 경우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음 단계로 진입을 하던가, 아니면 계속해서 그때의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세월 탓을 하며 쓰러져 있든지 말이다.


외상 후 성장이라고 불리는 트라우마의 극복은 우리의 마음에 새살이 돋을 때 일어난다. 운명을 탓하며 이건 내가 이겨낼 수 없겠다고 생각하던 시련을 극복해내면 우린 한층 더 강해져 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선악의 이분법을 떠나서, 어떤 큰 사건과 시련을 겪고 난 이후에 우리는 달라진다. 인간의 본성은 선도 악도 아닌, 무(無)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선악이 태어날 당시부터 결정되어 있다는 가정보다는, 거대한 사건을 겪은 후 그것을 어떻게 소화해내느냐에 따라 인간의 마음이 바뀌리라 믿는다. 따라서 나는 인간의 본성을 ‘히말라야 산을 등반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고 싶다.


히말라야 산을 등반할 때는 힘들다. 고산병이 찾아오기도 하고, 눈사태가 한번 휘몰아치면 죽을 수도 있다. 식량이 떨어지거나 급격한 한파에 오들오들 떨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에 오르면 인간은 변한다. 내가 극복을 해냈다는, 거대한 위기를 성장과 도약의 기회로 바꿔냈다는 성취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경이로운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위기가 기회가 되어 그것을 바탕으로 성장한다면 그 이후부터 우리의 마음가짐과 자세는 달라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 시켜 한층 더 높은 곳을 향해 경건히 나아갈 수도 있고, 마치 도제식 교육을 진행하듯 내가 겪었던 시련을 누군가 똑같이 겪고 있다면 그들에게 도움의 손을 건넬 수도 있다. 학생의 단계에서 선생의 단계로 도약하는 것이다.


마음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부도 해야 한다. 내가 그 지점에서, 하필 그 지점에서 왜 시련을 겪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철저한 분석과 복기를 통해서 스스로 성장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제시된다. 우리는 그 방향을 따라서 쭉 나아가면 된다. 그러고 나면 한층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그런 식으로 성장해 나간다. 정해져 있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겪는 시련을 어떻게 소화해내느냐에 따라 거대한 존재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인간은 변화하는 존재이다. 때로는 다치기도 하고, 때로는 파도에 떠밀려 가듯 길을 잃고 방황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시련을 극복해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소위 ‘인간의 본성’ 역시 다양한 방향으로 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며 열려있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인간의 존재는 한계를 넘고 더 높은 차원으로 나아가리라 믿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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