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사랑에 의한, 사랑을 위한

by 이동훈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에 의해 길러지고, 사랑하기 위해 살아간다. 동이 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듯이, 모든 사람은 제 각자의 실연을 경험한다.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더는 사랑하지 않거나, 새롭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내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그렇다. 우리가 이런 상처들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많은 이별을 경험하고 내면적으로 더욱 여물어져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한 편의 영화처럼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직장이나 학교, 또는 사회 여러 곳에서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모두가 무언가 하나씩을 놓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랑의 부재. 혐오와 멸시.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펼쳐져 있고, 부드러움보다는 강함이 우선시되며, 상처받은 영혼들이 슬픔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연약함과 나약함이란 무엇일까?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남들보다 비교 우위를 점해야 하고,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지녀야 한다. 사회의 원리에 입각한 이상, 우리에게 사랑과 우정, 가치와 존경 같은 단어들은 그저 머나먼 허공에서 떠다니는 단어들로 보인다.


혐오를 지양하고, 사회가 지금보다 조금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우리는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 우리는 깊은 의미에서 본다면 모두 연결된 존재들이다. 대한민국, 더 나아가서 거대한 지구, 거기서 더 나아가서 우주적 존재라는 점에 입각한다면 우리는 모든 사람, 동물, 식물, 그 외의 다른 생명들과도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존재를 사랑하고, 서로를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하나의 근원적인 지점에서 나왔으며, 모든 것이 공동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장미는 아름답지만 가시를 지니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찔리기 쉽다. 또한 장미는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서 자라기보다는, 자연의 섭리로 말미암아 대지 위에서 꽃을 피운다.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 장미와 닮은 우리의 마음이 나타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에게 끌리고 사랑에 빠지지만 개개인이 지닌 뾰족한 가시에 의해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봐 거리를 두기도 한다. 빨간 장미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이다.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은 달콤하겠지만, 콩깍지가 벗겨지고 상대방의 단점이 보일수록 언제 그랬냐는듯 서로 극복할 수 없을 만큼의 공허함을 느끼기도 한다.


최대한 많이 사랑해보고 상처 입어볼 것.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용기 내서 다가가 말해볼 것. 사랑에 빠지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만큼 최대로 줘볼 것. 약자를 존중하고, 모든 생명체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 둘 것.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랑은 다양하다. 반려견과의 입맞춤이 될 수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포옹이, 또 때로는 내가 미워하던 이를 용서하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것도 새로운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사랑을 하고 싶어한다. 열렬한 사랑에 빠져,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비련의 주인공에 감정 이입해 눈물을 흘려보기도 한다. 우리가 지닌 사랑은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가치다.


길 위를 지나가며 활짝 피어난 꽃들을 마주한다. 그 꽃들이 내뿜는 향기를 맡으며 나는 한 송이 꽃이 되어 보기로 결심한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간 내가,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수도, 또는 받았을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의 일상은 돌아가고 세상은 앞을 향해 나아간다. 거짓과 차별, 시기와 질투가 우리를 감싸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사랑, 협력과 평화가 우리를 감싼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장미, 프리지아, 튤립, 수선화, 코스모스, 개나리처럼 여러 꽃들이 저마다의 의미를 띠고 지구 공동체를 구성하듯이, 사람도 사람 사이에 있을 때 비로소 완전해지며 여물어 가는 법이다. 결국, 사랑이 있기에 만물은 존재하고 존재한다는 의미를 통해 사랑 또한 다양한 범위로 넓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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