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영혼의 서사

by 이동훈

1. 우리 모두는 죽는다.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인간의 실존에 관련된, 인간의 감각에 관련된 고차원적인 질문에 해당한다.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자손을 남기지 못한다. 우리의 개체에서 생이 끝이 나고 만다. 선사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명이 아랫세대로 유전되어 올 수 있던 것도, 선조들의 사랑 때문이었다. 그것이 계약에 의한 결혼이었든, 자유연애에 의한 결혼이었든 종류에 상관없이 어쨌든 그들은 우리의 아버지를 낳았고, 아버지는 다시 우리를 낳았다. 그렇게 세대는 반복되었다. 파멸과 정지는 없다. 생은 우리 지구, 우리 우주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문명은 번성하고, 과학과 기술은 날로 발전할 것이다. 인간을 담는 그릇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

2. 낙엽이 지는 무렵, 실의에 빠진 한 남자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한탄했다. 내게 남은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회상하며 연신 자신의 핸드폰만을 쳐다볼 뿐이었다. 핸드폰에는 아무 연락이 오질 않았다. 그는 철저히 혼자였다. 고독에 휩싸였다. 그는 니체의 사상에 심취했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삶은 그를 배반하고 말았다. 인생은 쓰디썼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괴롭히는 고통만 늘어날 뿐이었다. 사랑을 하고 싶었던 그는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빈손으로 떠나게 되었다. 인생을 떠난다. 그의 옆에 남긴 몇 장의 유서와 함께 떠난다. 그것은 그의 평생의 숙원이자 인생의 전부였던 기록에 의한 서사였다. 그는 끝내 죽음이 되었다.

3. 우리의 인생은 돌고 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짧은 인생을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유한한지 알 수 있다. 세상이 바라는 요구와 기준들에 숨이 턱 막힌 사람들,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싶은 피터팬들을 보아라. 우리에게 삶이란 단지 일회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영원히 반복되고 회귀하는 억겁의 성질을 지닌 것이다. 그러니 슬퍼하지도 말고 노여워하지도 말라. 그대가 이번 생에 고통을 받았다고 다음 생에 역시 똑같은 고통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다음 생에 인도의 왕자로, 예수님의 제자로, 미국의 대통령으로 태어날 수 있다. 현실이 답이 없고 상황이 나아지질 않는다며 미리 속단하지 말라. 인간에게 신은 공평한 기회를 주신다. 신은 우리를 늘 지켜보고 계신다.

4. 무엇이 삶인가? 무엇이 인생인가?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관통하고 또 관통하는 것인가? 위에 예시를 든 세 가지의 글들은 모두 인간의 삶과 관련된 실존, 고독, 유한성, 반복되는 윤회를 이야기한다.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아마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 개의 이야기는 독립되어 보이지만 모두 깊은 연관성을 띤 채 서로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람의 인생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며, 사람의 삶을 토로하는 은유와 비유로 점철된 이야기들이다. 독자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페이소스와 비극? 아니면 극적인 카타르시스? 나와 관련이 없는 제3의 나라에 거주하는 이름 모를 한 개인의 일대기 같은 그런 느낌? 어떻게 느꼈든 그것은 독자의 자유다. 이 글들은 한 사람의 인생이 비유적으로 묘사된 일대기이자, 영혼의 흔적들이다.

5.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고, 또 공부해야 하는 인생의 초석 같은 단계들이 있다. 출생, 양육, 성장, 배움, 노동, 결혼, 황혼, 죽음처럼 우리에게 삶이란 지난하고 연속적인 다양한 단계들의 조화로움이다. 미궁 속에 거주한다는 고대 그리스의 미노타우로스 같기도, 또 때로는 성난 아버지가 소리를 지르며 연신 자식들을 도발하는 극적인 면도 있다. 누군가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서 재산과 인생의 전부를 걸고 사람들 앞에서 허장성세를 외치는 사람들, 또 때로는 사랑을 하고 싶어서 길거리에 모르는 여인들에게 말을 거는 젊은 남성들을 떠올려 보라. 삶은 도박인 동시에, 총알 한 발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건다는 러시안룰렛 같기도 하다.

6. 우리가 인생에 바라는 다양한 속성들과 흥미로움은 바로 이 지점에 담겨 있다. 살아간다는 것, 죽는다는 것,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덧없다는 사실. 성공이란 목표에 도달해 인생을 개척해 내는 것도 중요한 성취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우리의 ‘영적인 성장’이다. 영혼의 깊은 사유와 사색을 통해 우리의 성장 가도를 앞으로 쭉 내세워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치지 않고 달려가야 한다. 물질문명에 따른 시기와 증오, 그것들과 대비되는 성모 마리아의 입맞춤, 아기 예수의 눈물, 우리의 삶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 주는 고대 시대에서 현대 시대까지 계승된 철학들. 우리가 무엇을 취해야 할지,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겸허히 물어보자. 그리고 받아들여 보자. 인생을, 즐거움을, 낭만을, 그리고 사랑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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