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월의 무상함에 스러져가는 많은 것들을 보아라. 젊음, 기쁨, 부, 명예 이 모든 것들이 한 줄기 강물과 같아서 언젠가 흐르고 흘러 삶이라는 거대한 바다로 집결한다. 타고난 반복과 헛된 욕망의 소멸. 왜 솔로몬은 헛되고 헛되다는 것을, 세상이 헛되고 헛되다는 것을 통탄하며 소리쳤을까. 노예도 죽지만, 왕도 죽는다. 죽음이라는 긴 항해의 끝에 이르게 되면 우리 모두는 평등해진다. 그곳엔 가난도 없고, 차별도 없다. 영롱하게 피어나는 인생 속에서 맞닥뜨린 슬픔과 절망, 작별할 수밖에 없는 노년의 슬픔 역시 소멸하여 없어지는 곳이다. 그곳엔 사랑이 있다. 빛이 나는 세상이 존재한다. 타오르는 햇빛, 작열하는 땅, 뿜어져 나오는 분수, 망각의 눈물, 전쟁과 상흔, 눈치 없는 사람들과의 막연한 이별, 사랑의 기쁨... 우리에게 인생이란 무엇일까.
2. 무의미함과 권태로움 속에서 날마다 자신의 인간성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타인에게로 향한 사랑은 말해서 무엇하리. 지지고 볶고, 싸우고 또 싸워도 결국 우리는 인간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질 못한다. 벌레도, 식물도, 짐승도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투쟁이 필요하다. 저 무의미함으로부터, 저 권태로부터, 저 무의미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우리의 길을 닦아야 한다. 날아올라 재빠르게 먹이를 낚아채는 독수리처럼 세상의 길을 쫓을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설령 죽음과 절망의 순간에 휩싸여 모든 감각이 마비되고 악마의 현혹에 빠질지라도 우리는 약동하는 가슴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상은 빛과 어둠이 존재하는 법이다. 양극이 순환하고, 한 극이 지나면 다른 한 극이 찾아온다. 그렇게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며, 인생도 따라 순환하는 법이다. 그러니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켜라. 고요한 호수에 물고기를 깨우고, 얼음을 갈라내라.
3. 무엇이 당신을 괴롭게 하는가. 무엇이 당신을 고민에 이르게 만드는가.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가치가 있는 법이다. 지나치게 과거에 얽매여 당신을 괴롭히지 마라. 당신은 무엇보다 당신 그 자체로 빛이 나는 사람이다. 첫 호흡을 터트렸을 때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질러대는 갓난아기처럼, 당신의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세상을 향해 맞설 준비를 하라. 우리는 어린 아이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인생이 괴롭고 쓸쓸하더라도, 우리에게 최후로 남은 인간성마저 잃을 순 없는 법이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 오장육부가 존재하고 팔다리가 달려 있다는 사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라. 세상은 넓다. 아직 느낄 것도 많고, 세상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도 원하는 것도 많은 법이다.
4. 어딘가로 굴러떨어진 죽음의 파편들을 보아라. 눈물을 흩뿌려 죽음을 아무리 소생하려고 하더라도 소용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눈을 크게 뜨고 죽음을 직시하라. 우리의 세상이 말하려는 바는, 우리의 세상이 드러내려는 바는, 단번에 파악이 가능할만큼 그렇게 단순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연어가 자신의 거처로 회귀하듯, 공작새가 꼬리를 펼쳐 번식의 기회를 이어 나가듯, 당신은 세상에 적응해 당신만의 거처를 만들고 세상과의 화해를 이뤄내야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당신을 쫓으려는 경쟁자들에 대한 신경은 끄고, 앞길을 향해 나아가라. 찬란하고 빛나는 세상이 그대에게 펼쳐질지어니, 고개를 들어 영웅과 신의 삶을 살았던 인물들을 보아라. 소크라테스와 알렉산더, 플라톤과 헤겔, 쇼펜하우어와 니체, 바그너와 슈만.. 사명과 의무를 짊어지고 역사 속에 큰 자취를 남겼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라. 당신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웅들의 숨결을, 그리고 그들의 삶과 몰락을 말이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연꽃 같은 젊은 추억들을 느껴 보아라. 인간은 스스로에게 너무나 가혹한 법이지만, 가혹하기 때문에 자각할 수 있는 법이다. 세상으로부터 상처받고, 죽을 만큼 고통스럽고 괴로웠던 기억은 뒤로 한 채, 빛을 쫓아라. 어둠은 언젠가 물러나는 법이다.
5. 아무것도 몰랐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세상이 이리도 가혹한지, 모든 것이 기쁨과 절망의 양극단에서 샘솟는 생멸(生滅)의 향연이라는 것을 말이다.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음으로부터 피어난다는, 무(無)로부터 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삶에 깊이 천착할수록 어떤 비극과 비밀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그 비밀을 풀기 위해 투쟁하고 달아날수록, 크레타섬에 놓인 미궁처럼 삶이 얽히고 설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노타우로스와 에우로페,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의 신음, 아이스퀼로스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세상은 분명 비극적이다. 그러니 고대의 서사시인들이 그렇게 죽음과 절망을 힘겹게 토해냈겠지. 행복과 기쁨으로만 가득하지 않은 지옥과 천국 그 중간의 삶 속에서, 신은 우리에게 도대체 어떤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만물에 깃든 이 신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어떤 길이 나은 길인지를 은유적으로 알려주었다. 세상이 다채롭다는 사실을, 이 세상에는 꽃도 있고, 그것들이 모여 이루어진 꽃밭도 있으며, 꽃밭을 맴도는 벌과 나비도 있다는 사실을. 도레미 송을 읊조리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처럼, 알프스에서 울려 퍼지는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소녀들의 노랫말처럼 우리에게도 분명 행복한 삶이 존재할 수 있는 것임을 신은 알려준 걸까. 그 소리를 듣고 세상의 모순을 자각하게 된다면 우리는 분명 향기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6. 지옥고라 불리는 보고 싶지 않은, 숨기고 싶은 세상의 흔적들이 존재한다.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그리고 쪽방까지. 최소한의 인간다움조차 만끽하지 못한 채로 가난 앞에 쓰러져가는 우리 세대의 가난한 노인들을 보아라. 돈이 없어 식사를 못하고,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의류를 챙겨입지 못하며, 돈이 없어 유희를 즐길 수 없는 그들의 슬픔을 보아라. 그들 앞에서 우리가 경건해진다는 사실을, 정말 인간으로서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한 채, 죽음 앞에서 자신의 승화만을 기다리는 이 울화통이 터지는 상황에서조차, 삶이 기쁨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면 이것은 참으로 비극적인 인식의 오류가 아닐까. 과연 세상은, 이 세상 속에 존재한다는 모든 사물이란 것들은 과연 평화롭고 눈에 띄게 빛나는 존재들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사랑과 기쁨이 있고, 존중과 화해가 있으며, 발견과 성취가 역사를 이끄는 변증법적인 존재가 과연 맞는 것일까?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산다면 다행이겠지만, 그것은 거짓과 위선일뿐 결국 명목상으로만 존재한다는 평화에 가려져 삶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사랑과 기쁨으로 승화된다면, 우리의 삶 역시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절망과 죽음의 계곡에 거주하는 미련들, 시련들, 후회와 감상들이 사라지고 인간이 남긴 최후의 발자국만 추적해낼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신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한단 말인가.
7. 천상의 하모니 속에서 세상의 끝을 생각해본다. 세상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세상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세상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아기의 눈에서 한 줄기 햇빛을 엿본다. 삶을 소생시키는, 쓰러지고 핍박받는 지하의 삶으로부터 천국까지 건져 올리는 저 한 줄기 햇빛을 말이다. 누군가의 자식이자, 누군가의 카르마를 이어 안고 태어난 소생물로부터 우리는 힘을 얻는다. 나아갈 힘을, 생각할 힘을, 살아가야 할 힘을.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되고, 말하는 대로 행동한다. 사고의 힘은 위대하다.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느냐, 우리의 생각에 무엇이 필두로 잡혀 있느냐에 따라 삶에 대한 조건들이 송두리째 바뀐다. 즐거운 삶을 살아갈 것인지, 슬프디 슬픈 삶을 살아갈 것인지 이 거대한 인생의 그물망 속에서 이리 얽히고 저리 얽혀, 우리의 생을 살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이 삶이라는 것, 그리고 이 운명이라는 것이 때론 야속하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