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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헌 Apr 26. 2019

'삶 속에서 글쓰기' 실험을 하며 얻은 결론 넷

글쓰기 연구소에서 글을 쓰는 실험을 한 결과

글쓰기 연구소에 들어가고 1차 실험을 끝냈다. (참고. 글쓰기 실험 소개) 삶 속에서 글을 써보며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 되돌아보았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판단했다. 글쓰기를 일상생활에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통해 의미 있는 4가지 결과를 얻었다. 차례로 글을 쓰며 변화된 결과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오늘은 마지막 네 번째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글을 쓰며 나는...


내 글이 부끄러워졌다.

글쓰기 실험을 하며 좋은 변화만 있던 것은 아니다. 실험한 뒤 어느 순간부터 걱정과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에 비해 만족스러운 글을 내지 못하는 좌절감이 크기 때문일 수 있다. 실험 초기에는 글과 관련한 팟캐스트, 영상, 독서 등 콘텐츠에 소비하는 시간이 많았다. 배우고 느낀 점은 스펀지처럼 모조리 흡수하고자 했다. 성장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뿌듯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 좋았다. 하지만 조금씩 쌓인 글쓰기에 대한 압박감에 눌려 스펀지처럼 흡수한 모든 것이 빠져나왔다. 글을 쓴다는 인식이 즐거움에서 잘 써야 하는 부담감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멋모르고 작성하는 글을 쓸 수 없었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내놓은 조언과 비교해서 내 글을 보면 수정할 문장이 수두룩했다. 배우고 느낀 내용을 거침없이 작성했던 옛글을 보며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그들이 제안한 형식으로 내 글을 맞춰 나가야 했다. 그래야만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동안 멀쩡한 문장 하나 없는 글을 보며 자신감은 바닥을 내리찍었다. 결국 나는 의욕은 좋았으나 중요한 본질을 놓친 상태로 열심히 헛발질하고 있었다. 퍼즐 맞추듯 하나씩 채워가던 나의 글쓰기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글의 기준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에 덮여서 변질되었다. 남의 글이 가진 색깔을 따라 할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비교하고 못난 내 글을 탓하기에 바빴다.


멋모르고 재미있게 작성했던 예전 글


쓸데없는 고민으로 힘을 뺐으니 감정의 맨바닥까지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생긴 무기력함은 욕심과 의욕을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했다. (이 역시 글쓰기 실험 결과 중 일부다.) 반강제로 재충전을 하게 된 것이다.

'글을 쓰는데, 뭐가 필요해? 내가 내 글 쓰겠다는데...'


'내 글'을 존중하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 자리에 앉아 글을 쓰기 주저하는 모습이 한심했었던 것 같다. 나는 좋은 글을 읽으며 느낀 감정을 '내 글'에 녹일 고민이 필요했다. 보다 성숙해진 글을 쓰고 싶었지, 잘 쓴 글을 보고 따라가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다시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당시 의욕에 앞서 여러 책과 자료에서 얻은 지식이 글을 쓸 때 떠오르곤 했다. 재미있는 건 떠오른 생각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이렇게 작성하면 좋겠는데?'


예전과 지금이나 동일하게 글을 쓰지만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내 글을 다른 글과 비교했다. 내 글은 예뻐 보이지 않고 고칠 것 투성이었다. 지금은 100%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 글을 존중하고 있다. 성장통이었을까? 글을 잘 쓰고 싶은 의욕으로부터 배우고 느낀 생각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고 생각한다. 마치 예방 접종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미열이 발생하고 몸이 무겁지만 금세 회복되는 것처럼. 그리고 어느 날 찾아올 바이러스로부터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처럼.


내 글은 잘 쓴 글 일수도 혹은 부족한 글일 수도 있다. 사실 부족한 글에 더 가깝다. 그래서 많이 써보고 읽어야 한다. 어느 날 다시 읽어볼 내가 부끄럽지 않도록. (그런데 그게 가능하려나...) 최소한 글쓰기에 흥미가 있다면 최근 겪은 성장통이 자주 찾아올 것이다. 미리 염려할 필요도, 극복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없겠지만 잘 아프고 더 성장한 내 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전보다 성장했다. 내 글을 보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것을 보면.


글쓰기를 좋아하고 더 좋아하고 싶어서 실험을 해봤다.

그랬더니 내 글이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삶 속에서 글쓰기' 연구 1차 결론 - 글쓰기를 좋아하면 '내 글'을 존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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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에서 글쓰기' 실험을 하며 얻은 결론 하나 - https://brunch.co.kr/@sapzape/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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