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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Feb 22. 2024

스페인에서 만난 그리운 인연

-부퍼탈에서 온 그녀

모니카:나는 부퍼탈에서 왔어.


나:아! 네가 피나 바우쉬의 고향 부퍼탈(독일) 출신이라고?

      우와~ 반갑다. 나는 피나 바우쉬 좋아하거든.


모니카: 내가 부퍼탈에서 왔다고 소개했을 때, 

               피나 바우쉬를 언급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내가 어찌 독일의 부퍼탈이라는 지역을 알겠는 가? 모른다. 가본 적도 없다. 그러나, 피나바우쉬를 안다면 부퍼탈을 모를 수는 없기 때문에 언젠가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모니카와 나는 첫 인연을 맺었다. 내가 스페인에 있었던 초창기 시절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어서, 사람들은 나를 대부분 일본인이라고 오해를 했는 데, 모니카는 ‘너는 한국에서 왔구나.’로 대답해서 호감이 가기도 했었다. 그때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북한이냐 남한이냐를 묻던 시절이었다. 나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나, 그때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그랬다.

특히 내가 있던 스페인 남부에서는 말이다. 북한이냐 남한출신이냐라는 질문이 지겨워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가끔 북한에서 왔다고 구라를 치기도 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아버지는  1.4 후퇴 때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남으로 내려오신 이북오도민 출신이셨다. 그때 아버지는 나의 친할머니와 어린 나이에 그렇게 생이별을 하셨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기억하자면 ‘기리니끼니, 고저~~’ 이런 식의 사투리와 억양을 자주 쓰시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이북출신이기도 하지 않나? 그래서 북한출신이라는 거짓말이 뻔뻔하게 나온 것 같다. 내 핏줄은 저 어디가 아니라, 근원을 찾아가면 북쪽이므로. 이것이 그렇게 싫지는 않았는 데, 뭔가 다른 것을 추구하는 나는 다르다는 것 자체에 자부심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당악 김 씨인데, 아직도 살면서 당악 김 씨를 만나보질 못했다. 어디 계시면 연락이라도.... 또한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남자는 남쪽, 여자는 북쪽 올레! 사람들은 내가 북한 출신이라는 말을 건네면 의심스러운 표정을 건네면서, 본인이 알고 있는 얄팍한 북한에 대한 지식을 총동원하기 시작했다. 거기는 자유로운 여행이 불가능하지 않냐? 공산주의 아니냐? 김정은이라는 강력한 독재자가 있지 않냐? 이쯤 되면 나도 딱히 할 말이 많지 않아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출신임을 작고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땐 그랬다.      

모니카는 독일 고등학교 시절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가있었다고 한다. 기숙사 룸메이트가 한국인이었다고 했다. 그 후로 학교 가는 길에 또 수업이 끝나고 연습을 같이 하기도 하고, 콘서트도 같이 다니면서 친해졌다. 한 번은 남자친구가 스페인을 방문한다는 얘기를 했다. 약간은 쑥스러운 듯이 내 남자친구가 나이가 좀 있으니까, 놀라지 말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많으면 얼마나 많겠어. 라며 속으로 생각했으나, 나이를 들으니, 모니카와는 18살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18살 차이라.. 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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