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rah Kim Dec 08. 2019

일상의 예측 가능함이 가져다 주는 편안함

내가 사랑한 파리

파리에 살면 살수록 나는 무언가 할아버지 시대의 자명 시계처럼 구닥다리 톱니바퀴가 고장이 날듯하면서도 용케도 잘 돌아가는 것 같은 포근함을 느끼고 그에 동화되었다. 그 편안함의 정체는 바로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프랑스식 편안한 삶’의 정체다.
조승연, 시크:하다 중에서
파리의 청량한 아침 그리고 Bonjour!

#S1. 내가 만났던 그는 회사가 끝나면 에펠탑 주변을 산책하는 평범한 파리지엥이었다. 사이요 궁에서 바라본 에펠이 근사하다며, 잔디에 앉아 쉬어 가자고 했던 그 남자. 서머타임엔 밤 10시가 돼야 에펠의 불빛이 들어온다는 것을 처음 말해준 사람이었다. 조용히 파리에 갔던 나는 어김없이 에펠탑 근처에서 조깅하고 있는 그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참, 파리라는 도시는, 파리 사람들은 몇 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그대로구나. 그와 조우하면서 반가움이나 설렘보다는 늘 곁에 있는 공기처럼, 푸르른 5월에 부는 미풍 처럼 편안함을 느꼈다.

정오의 햇살과 쉼

#S2. 빛바랜 올리브 그린 색깔의 미라보 다리위에서.. 그렇게 켜켜이 쌓인 시간과 이야기들이 꿈틀대는 이 도시를 참 오랫동안 사랑해왔다. '파리에서  쓰고 사는 '이 평생 꿈이라는 내 말을 그는 절대로 허투루 듣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용기백배되는 말만 했다. 그 말의 씨앗이 내 안에서 꽃 피울 날이 오겠지!우리의 인생은 결코 통장의 잔고나 숨쉰 햇수로 평가받을 수 없다. 그 보다는 오히려 살아가면서 얼마나 숨막히게 벅찬 순간을 가졌는지가 중요하다. 속도를 얻으면  안의 풍경을 잃는다. 그래서 내가  아름다운 풍경들을 기억하기 위해 글자로 나만의 우주를 짓는다. by Sarah

오후 6시, 미라보 다리위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피카소가 사랑한 ‘줄무늬 티셔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