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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Kim Dec 22. 2019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영속

달리 미술관 가는 길

Each morning when I awake, I experience again a supreme pleasure - that of being Salvador Dali. By Salvador Dali

매일 아침잠에서 깰 때마다, 나는 최고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내가 살바도르 달리로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음에. By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The persistence of memory, c.1936, The Museum of Modren Art

멀리 보이는 바다와 삭막한 언덕. 그 앞에서 표류하는 나 자신. 그리고 치즈처럼 녹아내리는 시계들과 고여있는 검은 거미떼. 무의식 속에서 나열한 이 이미지들이 문득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날. 초현실주의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의 뇌구조가 궁금하다. 도대체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의 그림은 알쏭달쏭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달리의 흘러 내리는 시계 앞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당신에게! 가없이 흘러가버리는 이 시간은 맘씨 좋은 친구처럼 우리를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달리의 흘러내리는 시계

보헤미안의 천국.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위의  '달리 뮤지엄'으로 가는 표지판은 참 예쁘다. 오늘 마음의 표지판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특권이 있다면 눈에 보이는 이정표를 따라 발걸음 닿는 대로 길을 떠날 수 있다는 것. 그런 밑도 끝도 없는 자유로움이 나를 온전히 감싸 안을 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대면하게 된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달리 뮤지엄 표지판
매일 아침잠에서 깰 때마다, 나는 최고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내가 살바도르 달리로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음에.


매일 아침잠에서 깰 때마다, 살바도르 달리, 그 자신으로서의 최고의 즐거움을 경험한다니! 이 근자감에 가득 찬 예술가는 매일매일의 삶이 곧 여행이었을까?

에스파스 몽마르트르, 달리 미술관 정문의 낮과  밤의 풍경을 본다. 유모차에 앉아 있는 아이도 글씨를 아는지 모르는지 달리 뮤지엄의 브로셔를 유심히 바라본다.

드디어 살바도르 달리의 꿈의 세계로 입장! 살바로드 달리는 1930년대 당시 미국의 섹시 심벌이었던 배우 메 웨스트의 팬이었는데, 그녀의 부드럽고 빨간 입술 영감을 받아 길이 2m의 입술 소파를 만들었다. 전시장 초입구에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바로 그 Lip Sofa! 한번 앉아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겨난다.

때때로 아침을 먹기도 전에 불가능한 일을 여섯 개나 믿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녀를 기억한다. 달리의 꿈의 세계 역시 그의 불가능한 일들을 앨리스보다 수십 배는 더 이뤄놓은 듯했다. 여기 달리의 것으로 각색된 앨리스를 보시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살바도르 달리

한 사람의 생각과 말은 그 '꿈의 반영'이기도 하다. 예술가는 자신의 꿈을 작품으로 남긴다. 살바도르 달리만의 기이하고 독특한 세계를 탐험하고 온 날. 몹시 피곤했지만 나는 그 시간의 영속성을 기억하고자 한다. By Sarah

매일매일이 축제같은 테르트르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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