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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Kim Jun 28. 2020

앙리 마티스의 파랑 휴가

For most people, loving art doesn't mean
pictures in museums,
it means thinking deeply
and intelligently aboit cars and clothes.
Alain de botton

대부분의 사람에게, 예술에 대한 사랑은
뮤지엄에서 그림 보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차와 옷에 대해 깊이 그리고 지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By 알랭 드 보통
앙리 마티스, 푸른 누드IV, 1952, 마티스 뮤지엄, 니스

앙리 마티스의 컷 아웃 작품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전에 없던 여행휴식기에 들어갔지만) 파리에 갈 때마다 머물게 되는 친구 파리지엥의 욕실에는 앙리 마티스의 <푸른 누드 IV, 1952>가 있다. 파리의 이른 아침. 창가에 비취는 푸른빛과 앙리 마티스의 파랑이 조화를 이룬다. 때로는 알랭 드 보통의 말마따나 예술에 대한 사랑은 뮤지엄에서만 아니라 친숙한 생활 속에서 찾아야 맛이다.


색채는 인간에게 마법과 같은 에너지를 준다.
by 앙리 마티스


색채를 통해 마법 같은 에너지를 만들어 낸 앙리 마티스. 노년에 들어선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수술을 받은 후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보내야 했다. 그래도 이 열정 많은 화가는 육중한 세월 앞에서 자신의 예술인생을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다. 그는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 끝에 목탄 조각을 달고 벽면에 스케치를 해나갔다. 그리고 앙리 마티스답게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며, 그 길을 개척했다. 물감을 이용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대신 오색 찬란한 색종이를 지면에 붙이는 작업에 몰두하면서 말이다. 그의 병실은 어느새 원색의 아뜰리에가 되어 생동감 넘치는 형상들로 가득했다. 화가가 평생 동안 추구해오던 단순한 형태와 강렬한 색상이 마침내 그 노년에 새로운 빛을 본 것이다. 푸른색의 색종이 조각이 콜라주 된 작품, 푸른 누드 Ⅳ는 언제 봐도 스무 살의 활기와 에너지가 넘쳐난다.

 

컷 아웃 콜라주, 푸른 누드 Ⅳ와 앙리 마티스


화가에게 익숙했던 붓과 물감이 아니라 가위를 이용해 '가위는 연필보다 훨씬 감각적이다'라는 말을 하며 이 단순하지만 강렬한 작품을 남긴 것이다. 그의 유쾌한 작품들을 보면 텁텁한 마음이 뻥 뚫리듯 시원해진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한낮의 열기에 지쳐 찬물로 기분 좋은 샤워를 막 한 것처럼.

지중해의 푸르름을 닮은 마티스, 뮤지엄 로비의 컷 아웃 대형작

파리, 퐁피두 센터 현대미술관이나 니스 마티스 미술관에 들어서면 대형 컷 아웃 작품에 입이 쩍 벌어진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조수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대형 작품들을 창조해낸 그를 생각하면 가히 대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다. 화가의 작업실이나 침실을 지중해의 싱그러움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대번에 바꾸어 놓았으니까! 나이와 건강이라는 장애물을 뛰어넘어 시공간을 초월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놓은 데 성공한 그의 빛나는 열정에 난 늘 감동하고 힘을 얻는다.

앙리 마티스의 푸른 누드와 조각이 있는 방 @ 마티스 뮤지엄
색채는 인간에게 마법과 같은 에너지를 준다.
앙리 마티스
앙리 마티스, 푸른 누드IV, 1952, 마티스 뮤지엄, 니스


지중해의 바캉스 같은 그림.

마티스 블루, 파랑을 쫒아

니스, 마티스 뮤지엄으로 갔다!


앙리 마티스의 <푸른 누드> 시리즈는 총 네 점이 있다. 마티스의 작품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생산되는 작품일 것이다. 내 직장 책상에도 작은 엽서를 붙여놓고 매일같이 푸르른 휴가를 꿈꾼다. 파랑 종잇조각이 여러 개 모여 몸의 형태를 구성하고, 자세히 보면 목탄 드로잉 작업도, 여기저기 핀으로 고정한 흔적도 보인다. 마티스는 오랫동안 천착해온 주제를 색종이를 오려 붙이며 몸의 윤곽이나 팔다리의 관능미를 표현했다. 그리고 마침내 몇 주 몇 개월이 걸려 이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여러 시행착오 끝내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고는 파란 종이 한두 장만 가지고 1 시간도 안 걸려서 나머지 세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MOMA

마티스는 스무살 무렵 맹장염에 걸려 운명처럼 물감을 손에 넣은 후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평생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과 조각을 했지만, 죽음이 가까이 오면서, 예술가로서의 힘과 테크닉이 마침내 절정에 달한다. 컷-아웃- 종이 오리기를 통해 단순한 창작을 넘어 예술의 한계에 도전한 것이다. 화가의 노년 작품 배후에 담긴 집념과 창작열을 생각해보면, 이 단순한 종이 조각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와 생기가 참 놀랍다!


마티스 뮤지엄, 미술 전공학생들의 작품 전시회

마침, 마티스 박물관에서는 니스 예술학도들의 전시회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21세기의 마티스가 되길 꿈꾸며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뽐내는 자리였다.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소음들이 적적한 미술관에 생기를 더해주었다.

니스, 마티스 뮤지엄 가는 길

푸르른 빛깔의 니스, 마티스 뮤지엄 가는 길, 붉은 벽돌의 건물 외관이 이방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티스는 프랑스 남부를 여행한 후에 원색과 형태에 더 빠져들었다. 남쪽 지방의 강렬한 햇빛과 지중해의 해안선은 화가가 아닌 누구라도 매료될 만큼 멋지다! 마티스는 20세기의 최고의 아티스트며, 친구이자 라이벌인 피카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색을 탐구해나갔다. 색채의 대가답게 그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자신만의 완벽한 색과 디자인을 얻어 예술가의 초상으로 남았다.

니스의 아침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 찾아
나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은 매우 교훈적입니다. 그가 영감을 받았던 빛이나 야자나무 같은 이국적인 요소들은 항상 주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직접 찾아낸 것들이죠. 따라서 남쪽으로 이주한 건 그에게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마티스 미술관은 니스, 구도심의 우거진 공원을 끼고 고고학 미술관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지중해 풍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한 껏 더 살려준다. 샤갈 미술관과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어 하루 여정으로 딱이다. 지중해의 풍광이 아름다운 니스에 정착한 두 거장. 마르크 샤갈과 앙리 마티스. 이 둘을 만난 하루를 내 맘속에 저장해 둔 날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날이었다. 내 남은 인생의 가장 젊은 오늘. 관람을 마치고 마티스 엽서를 한 장 샀다. 소중한 사람에게 이 행복을 선물로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고고학 박물관이 있던 자리를 지나
내 그림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표현적입니다.
사물과 그것을 둘러싼 공간과 비율 같은 요소가 모두 자기 목소리를 냅니다. 색채가 드러나는 방식은 매우 직감적입니다. 색채의 주요 기능은 표현하는 겁니다. 나는 선입관을 내려놓고 색을
칠합니다. 앙리 마티스
마티스와 노년의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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