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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Kim Jan 11. 2021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당신이 그리워 질때 보는 그림

부암동 환기 미술관 가는 길

시와 노래를 그림에 담고 싶어 했던
한국 미술의 거장, 수화 김환기
C.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파리 시절 수화는 그림에 있어 시 정신이 중요함을 알았다. 위대한 그림에는 저마다의 노래가 있다. 자신이 부를 노래, 부르고 싶고 불러야 할 노래가 무엇인지 또렷이 알고 그것을 그림에 담는 것이 중요했다. 뉴욕에 도착했을 때 수화의 마음 안에는 몹시 절실한 것이 생겼다. 그리움이었다. 두고 온 사람들을 생각하며 수화는 점을 찍어 나갔다. 색과 자료에 대한 연구도 깊어졌는데 가슴 안의 것들을 더욱 잘 형상화하기 위한 실험들이었다.


김광섭의 시에 영감을 받아 찍은 푸르른 작은 점...

네모난 창에 찍힌 수많은 점들이

우주의 무한한 별처럼 둥둥 떠다닌다.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이억 만리 떨어진 땅에서 구구절절 그리운 마음을 담아본 사람만 알까.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그 마음이 당신에게 가닿기를 ...


김환기“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
저녁에, 김광섭 (1969)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부암동 환기 미술관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볼 때처럼, 마음속에 폭풍 감동을 느끼고 왔던 날. 김환기 화백의 그림에는 그렇게 밑도 끝도 없는 푸르른 우주가 담겨 있다. 북악산 아래, 서울의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정취가 머무는 곳,  1992년 종로구 부암동에 김환기의 아내 김향은은 남편의 유작과 유품을 돌보고 김환기 재단을 만들고 환기 미술관을 설립한다. 건물은 본관 별관, 교육실, 수향 산방으로 되어있다.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숨가프게 돌아가는 일상에 마음의 쉼표가 필요한 날에는 북악산 아래, 고요한 김환기 미술관으로 가면 된다.


작년 여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이 131억 최고가 갱신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우주를 직접 보고 온 날, 나는 심장이 마구 쿵쾅 댔다.


좌우 분할 두폭화로 무한히 펼쳐진 우주의 공간으로 빨려들어가는 장대한 느낌은 꼭 직접 느껴봐야 한다!! 우주는 김환기 화백 주치의 김정순님이 구매해 40년이 넘게 소장하고 있었던 작품이다. 크리스티경매 아시아 태평양 총괄 사장 프란시스 벨린이 5년 전 부터 이 작품을 눈여겨 보고, 김정순씨 가족에게 작품 출품을 설득했다고 했다. 5년의 긴 설득 끝에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드디어 크리스티경매에 출품된 것이다.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인 이 화가가 진정 자랑스럽다. 다시 언제 이 그림을 볼 수 있으려나!

김환기, '우주'(Universe 5-IV-71 #200), 1971[크리스티코리아 제공]
미술가는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내기 전에 아름다운 것을 알아내야 한다. 아름다운 것에 무감각한 미술가가 있을까. 미술가는 눈으로 산다. 우리들은 눈을 가졌으되, 만물을 정확히 보고 있는 것일까? 옥석을 분별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돌 틈에서 옥을 발견해 낸다는 것은 하나의 창조의 일이다. 김환기[편편상] 1961년 9월


내 재산은 오직 자신뿐이었다. 갈수록 막막한 고생이었다. 이제 이 자신이 똑바로 섰다. 한눈팔지 말고 나는 내 일을 밀고 나가자. 그 길 밖에 없다. 이 순간부터 막막한 생각이 무너지고 진실로 희망으로 가득 차다. 김환기, 1967.10.23
환기 미술관 마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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