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s of seeing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창문
먹은 음식으로 뭘 하는가를 가르쳐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말해 줄 수 있어요. 혹자는 먹은 음식으로 비계와 똥을 만들고 혹자는 좋은 일과 유머에 쓰고. 나는 내가 먹는 걸
일과 좋은 유머에 씁니다.
'내가 먹는 걸 일과 좋은 유머에 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내가 아는 지식이, 내가 품은 철학이나 가치관이 곧 내 영혼의 양식이 되니까요. 늘 잊어버리는 사실이지만 한입 한입 들어오고 나가는 것들을 허투루 여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인지 자신이 믿고 있는 일, 옳다고 생각하는 일, 또 자신이 할 일을 은근히 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 존경스럽고 어느 순간엔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이 아침, 조르바의 문장을 보면서, 이유는 모르겠는데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 아스라이 떠오릅니다. 성직자의 꿈을 포기하고 네덜란드에서 화가가 되기로 다짐한 그는 당시의 미의 기준과는 거리가 먼 풍경과 사람들에서 영감을 얻었지요. 보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우직하게 믿고 추진해 나갔던 이 화가의 끈기와 열정이 늘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고흐가 다른 화가와는 달리 그 생의 불완전함이 온전히 작품에 투영되었기 때문일까요?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과 오테를로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는 각각 <감자 먹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미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흐는 자신에게 꽂힌 주제의 그림들을 반복해서 여러 점 남겼지요. 고흐의 대표작인 해바라기도 전 세계 여기저기에 열두 점이 있고, 고흐의 노란방 역시 같게 혹은 다른 버전으로 무려 세 점이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오르세보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고흐의 방’ 사이즈가 훨씬 크고 느낌이 딱, 고흐의 방 같아서 좋았어요.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허락되지 않아 귀한 작품들을 직접 찍지는 못했습니다. 고흐 스스로 최고의 작품이라고 여기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암스테르담에 있는 작품으로 우리는 알고 있죠. 그런데 사실 고흐가 누에넨에서 수많은 습작을 거쳐 남긴 <감자 먹는 사람들>의 첫 작품은 바로 크뢸러 뮐러의 것이랍니다. 둘의 차이를 감상해 보시죠. 이 그림의 배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흐의 편지 전문을 읽는 게 도움이 됩니다.
언젠가는 이 그림이 진정한 농촌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거야. 나는 그런 그림이라고 확신해.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보이는 농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에 가장 맞는 것을 찾으면 돼. 나로서는 농민을 조잡한 대로 그리는 쪽이, 그들에게 상투적인 감미로움을 갖게 하는 것보다 길게 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고 믿어...
나는 농민화를 상투적인 방식으로 세련되게 그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해. 농민화에 베이컨, 연기, 찐 감자 냄새가 난다고 해도 좋아 - 그게 건전하지 않은 게 아니야 - 마구간에서 거름 냄새가 나는 게 좋은 거야, 그게 바로 마구간이니까 말이야. 만일 밭에서 잘 익은 옥수수나 감자 냄새, 새똥 냄새, 퇴비 냄새가 난다면 그게 특히 도시인에게는 정말 건강한 거야. 그들이 그런 그림을 접하면 무언가 얻을 게 있을 거야...
여하튼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이 그림을 그들에게 보여주렴. "웬 쓰레기 같은 그림이야!"라는 소리를 들을 게 틀림없지만 그것은 각오해야 해. 나 자신도 그렇듯이. 그래도 우리는 진실하고 정직한 그림을 계속 그려야 해. 농민생활을 그리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야. 그러나 예술과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생각할 내용을 부여하는 그림을 그리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나로서는 스스로를 비난할 수밖에 없어...
농민을 그리려면 자신이 농부인 것처럼, 그들 자신과 같이 느끼고 생각하면서 그려야 해. 지금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그려야 해. 나는 너무나 자주 농민은 하나의 독립된 세계이고, 수많은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 세계는 문명화된 세계보다 더욱더 뛰어나다고 생각해..."
Ways of seeing! 누군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 사람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어쩌면 그 사람의 전부이기도 합니다. 화가들은 우리가 무엇을 봐야 하는지 거울처럼 그들의 작품을 세상에 남긴 거고요. 신 들만이 즐기는 세상천지 아름다운 색감을 다 훔쳐다 캔버스에 담아낸 빈센트 반 고흐...
저 남루한 오두막에 뚜벅뚜벅 들어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찐 감자와 뜨거운 차를 같이 나누고 싶어 지네요. 화가가 그려 놓은 그 순간순간을 눈으로 직접 목격한 날은 문화 양식을 충분히 흡입한 거 같아 행복해집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 하나가 늘었다는 생각에 맘이 풍요로워 지고요.
당대의 미와 추를 넘어서서 그 순간의 진실을 담아내고자 했던 화가의 열정이 느껴져서 맘이 참 행복해졌던 순간입니다. Thank you Mr. Van Gogh! By Sar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