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다가…
우리가 그림을 보는 이유는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의 경험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알베르토 망구엘
언젠가 선배가 무슨 보석이 좋냐고 물었습니다. A Diamond is forever!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니까 다이아몬드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흠. 두 번 생각하고는 진주가 좋다고 말했어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무척이나 좋아했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런데 그때는 미처 몰랐죠. 진주라는 이 아름다운 보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은은하게 빛나는 진주 한 알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당신은 알고 있나요?
바다 밑에 사는 대부분의 조개는 어패류의 뼛조각이나 모래가루가 자신의 보드라운 살을 비집고 들어올 때, 이것들을 뱉어내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그렇지만 어떤 진주조개는 갖가지 이물질들이 그 속살을 아프게 하더라도 자신의 분비물로 이물질의 둘레를 감싸며, 곪은 상처를 끌어안는다고 해요. 결국 그것들이 쌓이면 바닷속의 광물질과 결합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진주입니다. 조개의 갸륵한 인내가 세월에 힘입어 은은한 빛깔을 담은 보석이 된다는 것이지요.
상처 입은 조개가 그것을 치유하기 위한 내부 반응을 걸쳐 진주가 된다는 사실이 마음에 소망 하나를 던져줍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곧장 뱉어 버리는 평범한 조개로 살 것인가.... 아니면 오랜 담금질의 과정 속에서 아름다운 보석 하나를 토해내는 진주조개로 살아남을 것인가... 선택은 오로지 우리 각자의 몫이겠지요.....
살다 보면 우리의 삶 속으로 온갖 잡다한 이물질이 비집고 들어와 아프고 상처 날 때가 왕왕 있습니다. 좋은 상황이든 나쁜 상황이든 우연찮게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양과 쓰임새를 보기 좋게 윤색해 가시는 단 한 분의 손길을 기억하며 살고 싶어집니다. 때로는 풀리지 않는 어떤 문제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모든 것을 허락하시는 신의 권능과 자애로우심을 마음 가득 신뢰하기 때문에요..
백만분의 일이라도, 내 좁은 시야로는 앞 뒤 정황을 살펴볼 재간이 없습니다. 항상 최선으로 이끄시는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길 뿐이에요. 또한 우리네 삶 속에 산재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거뜬히 부둥켜안고 지나갈 때, 그 안에서 빛나고 있는 진주를 발견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우리 가 그 용기와 참된 사랑 안에서 더 강건하길 바라면서...
오늘도 반짝반짝 빛나는 하루 이기를!!
best wishes, sarah
빛으로 그려낸 일상의 기적
네덜란드 델프트 베르메르 뮤지엄을 가던 날. 차갑고 청초한 아침. 딸랑딸랑 경쾌하게 울리는 트램을 타니 아이 같은 설렘으로 심장이 쿵쾅댑니다. 베르메르의 [델프트 풍경]을 볼 때마다 그림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고 싶었는데요. 그 ‘델프트의 풍경’을 실제로 마주 하다니 얼마나 기대되던지요!
빛의 화가 베르메르는 그의 짧은 생애를 이곳 델프트에서 보냈어요. 동네를 관통하는 작은 운하 길과 구비구비 작은 골목길들이 사랑스러운 곳이랍니다. 토요일 오후 이 마을엔 작은 마켓이 열려 생기 넘치는 사람들의 갖가지 표정들을 즐길 수 있고요. 네덜란드의 귀여운 전통 드레스를 입고 오고 가는 손님들에게 풍미 있는 치즈 시식을 권하던 그녀도 궁금해 집니다. 벅쩍이는 광장을 돌아 나오면 베르메르 센트럴 델프트 뮤지엄이 바로 보여요.
이 코시국이 끝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은 곳 중 하나예요. 사람은 그가 얼마나 살았는지 생일날 촛불의 숫자가 아닌, 더 이상의 기대와 설렘이 없어 삶이 권태롭게 느껴질 때 그때부터 마음이 늙기 시작합니다. 코로나로 지친 이 시간들을 고이고이 접어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기상하고 싶은 날. 당신도 한 번에 달려가고픈 그런 마음의 장소가 있나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다가 이야기가 길어졌어요. 하나의 이야기에는 때때로 어떤 매듭이 있어, 그 매듭을 잡아당기면 켜켜이 쌓인 기억들이 우수수 쏟아니까요…
어떤 장소이건 그곳을 풍요롭게 하는 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한 장소가 풍요해지려면 앞서 다녀간 사람들이
남겨둔 감정들이 그곳에 서려 있어야 한다.
마치 자기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해지는
장소가 있는가 하면, 왠지 서먹하고
불편한 장소도 있다.
어떤 장소는 꿈으로 인도하는 통로가
되어주고, 또 어떤 장소는 우주를 일깨운다.
그런 장소의 벽들이 오랜 세월 동안 보고
들어온 수많은 사연들을 나지막이 속삭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이야기에는 때때로
어떤 매듭이 있어서, 그 매듭을 잡아당기면••••
온 우주가 열리며 잠깐 동안 놀라운 비밀을
드러내 준다 By 장 자크 로니에,
영혼의 기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