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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부산, 데이비드 호크니!

호크니처럼 살기

by Sarah Kim
보이는 것을 의심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사랑하며,
나만의 시선으로 이 세계를 다시
그리며 살고 싶다. 데이비드 호크니

부산, 센텀시티 뷰

아트부산 1박 2일 일정을 마치고…


아트부산(Art Busan)은 도시와 예술이 만나는 가장 생생한 현장이다. 해마다 5월, 바다를 품은 도시 부산에서 열리는 이 아트페어는 국내외 유수의 갤러리와 작가들이 참여하는 동시대 미술의 장이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이 한 공간에 모여, 예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또 보여준다. 그러나 아트부산의 진짜 매력은 ‘전시’에 머물지 않는다. 이곳은 작품과 관객, 수집가와 창작자, 도시와 세계가 교차하는 살아 있는 플랫폼이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예술을 ‘경험하고 해석하고 질문하게 하는’ 열린 장. 바다와 맞닿은 부산이라는 장소성은 여기에 더 깊은 시선을 더한다. 예술은 이곳에서 풍경이 되고, 순간이 되고, 때로는 삶의 방향이 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트부산을 위해, 1박 2일의 짧은 여정의 짐을 쌌다.

부산, 센텀시티 벡스코
내가 사랑한 아트부산
데이비드 호크니


영국출신의 화가이자 드로잉 작가, 무대 디자이너, 디지털 아트 선구자. 무엇보다 그는 ‘보는 방식’을 바꾼 예술가여서 동시대의 위대한 예술가다.


1960년대 팝아트 시대를 배경으로 등장했지만,

단순한 팝화가가 아닌 시각의 실험가로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LA의 수영장을 그린 시리즈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고,

인물화, 풍경화, 사진 콜라주, 아이패드 드로잉 등

끊임없이 매체를 넘나들며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시도해 왔다.

David Hockney


2023 여름, 시카고


시카고 미술관에서 그의 대작을 보고 어찌나 행복하던지! 오랫동안 그림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American Collectors (Fred and Marcia Weisman)》

미국식 부, 예술, 그리고 거리감의 초상


이 작품은 미국의 저명한 미술 수집가 부부인 프레드와 마르시아 와이즈먼(Fred and Marcia Weisman)을 묘사한 대형 인물화다. LA의 햇살 아래, 자신들의 조각 컬렉션이 놓인 정원에서 나란히 서 있는 부부는 일종의 소유와 거리감을 시각화한 풍경처럼 느껴진다.


호크니는 이들을 친근하게 그리되, 냉정하게 배치한다. 두 인물은 나란히 있지만 미묘하게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는 감정의 틈이 느껴질 만큼의 ‘심리적 거리’가 존재한다. 정원에 세워진 조각상과 조경, 그리고 깔끔한 구성은 그들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면서 동시에 예술을 ‘소유하는’ 사람들임을 상징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1968 American Collectors (Fred and Marcia Weisman)
2025년 아트부산


타센 부스에서 예상치 못하게 호크니의 거대한 도록을 만났다. 저 거치대와 크고 작은 도록 2권이 800만 원 이상이라고했다. 숙소로 돌아와 호크니에 대해 생각했다.

위대하고 놀라운 이 예술가에 대해.

호크니의 거대한 화집을 넘기며
데이비드 호크니처럼 살자!


1. “보는 방식이 곧 삶의 방식이다.”


호크니는 평생 ‘어떻게 볼 것인가’를 탐구한 사람이다.

그에게 보는 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삶의 태도였다.

같은 풍경도 여러 시점에서 바라보고, 해체하고, 재조합하며 새로운 ‘진실’을 만들어낸다.


그는 말했다.

“사진은 현실을 압축하지만, 그림은 경험을 확장한다.”


호크니처럼 산다는 건,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2. “기술을 두려워 말고, 예술의 일부로 삼아라.”


그는 70대에도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렸고,

디지털 드로잉을 ‘현대적 캔버스’라 부르며 사랑했다.


변화 앞에서 두려워하기보단, 새로운 도구로 자신을 표현하는 삶. 호크니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매 순간 ‘지금 가능한 방식’으로 창조해 냈다.


3.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친구, 연인, 가족, 일상을 꾸준히 그렸다.

그림 속 인물은 유명인도, 낯선 이도 아니다.

그의 삶에 존재하는 진짜 사람들인 것이다.


호크니처럼 산다는 건, 자신만의 이야기와 감정을 귀하게 여기는 삶. 어떤 이야기도 ‘진심’이 담기면 결국 모두에게 닿는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4. “삶이 예술이다. 그러니 색을 잃지 마라.”


그는 청각을 잃어도 그렸고, 시력이 약해져도 그림을 멈추지 않았다. 노년기엔 오히려 더 대담하고 강렬한 색으로 채워진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사는 한, 보아라. 그리고 그려라.”


호크니처럼 산다는 건, 끝까지 창조하고 감탄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이 철학은 호크니처럼 위대한 예술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기도 하다.


당신의 하루, 당신의 시선, 당신의 글 또한 하나의 작품이니까. 그러니, 오늘부터 조금 더 색을 입혀보면 어떨까.

보고, 느끼고, 표현하며— 호크니처럼.

시카고 미술관에서 본 호크니 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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