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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Sarah LYU Oct 26. 2022

인종차별주의자 이웃 & 통쾌한 복수 1

해외에서의 인종차별에는 이렇게 대처하세요! <제니퍼 이야기>

나는 파리 11구에 살고 있다. 이곳은 아랍 사람들이 많이 사는 구역이지만, 내가 사는 건물에는 나를 제외하곤 유색인종이 단 한 명도 없다.


내 아파트는 한국식으로 3층이다. 프랑스는 건물의 가장 아래층을 0층이라고 하므로, 프랑스식으로 하자면 2층이 된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라는 미국 드라마에서, 층수가 헷갈려 아래층을 자신의 집으로 착각한 에밀리가 그곳에 사는 잘생긴 프랑스 청년과 마주치는 에피소드가 있다. 몇 편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 건물 내에는 열네 가구가 살고 있다. 다들 서로 사이가 좋은 편이다. 반상회 같은 포멀한 모임도 있으나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등 일 년에도 여러 차례 웃고 즐기는 이웃 모임이 있다. 겉으로는 얼마나 친절하고 좋은지 모른다. 마주칠 때마다 나누는 인사는 간지러울 정도로 살갑다.


왓츠앱 단톡방도 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도 잘 안다. 내 이름이 뭔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그들이 훤히 아는 것은 물론이다.


어느 날이었다.


바쁜 출근길 아침이었다. 나가는 길에 버리려고, 가득 찬 쓰레기봉투와 재활용품들을 양손에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쓰레기 통이 맨 아래층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분리수거가 철저하지는 않지만 나름 분류해서 버리는 시스템이다.


일반쓰레기통이 있고, 재활용품 쓰레기 통이 있으며, 유리병을 버리는 통이 따로 있다.


그날 아침도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렸다. 그리고는 그곳의 문을 닫고 나왔다. 출근길이었므로 곧장 대문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파시오(Patio)라 불리는 가운데 뜰을 지나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약 5미터 정도 후방에서 “쉬느와”라고 외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프랑스어로 중국인을 “쉬느와’라고 한다. 그런데 이 용어는 말하는 사람의 뉘앙스에 따라 동양인을 싸잡아 모욕하는 느낌으로 저급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내가 사는 건물에는 유색인종이 없다. 모두가 내 이름이 Sarah인 것을 안다. 게다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도 다들 아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것이 나를 부르는 소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 목소리가 한번 더 들렸다. 이번에는 조금 가까이 와서 더 큰 목소리로 “쉬느와!!!!”


그날 나는 돌아보지 않고 바로 나갔어야 했다. 그런데 혹시 나를 부르는 건가 싶어 몸을 돌렸다.


돌아보니, 0층에 사는 제니퍼였다. 그녀는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씩씩거리며 나를 향해 걸어와서는 쓰레기 버리는 것에 대한 훈수를 두었다.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라. 이 지저분한 중국인 같으니… 그리고 그곳의 문을 닫을 때는 살살 닫으라는 게 그녀가 말하는 골자였다.


너무 바쁘고 급했다. 출근길에 지각을 하지 않으려면 서둘러 뛰어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그녀가 하는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그래, 그래. 알았어”라고 대충 대답하고 나갔다.


문제는 그날 저녁 퇴근 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니퍼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라저래라 명령하는 것도 기분 나쁘거니와,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그녀가 왜 나를 비하하는 느낌으로 “쉬느와”라고 불렀을까 싶어 점점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내 감정을 죽이고, 상냥한 느낌의 메시지를 보냈다.

“제니퍼, 안녕. 오늘 아침에 네가 나를 “쉬느와”라고 불러서 기분이 좀 그랬어. 이름을 불러줄 수도 있었을 텐데. 더구나 내가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라는 거 너도 잘 알지? 앞으로는 이름으로 불러주면 고맙겠어. 좋은 저녁시간 보내. - 사라가…”


그런데 그녀의 답변이 이상했다.

“내가 언제 네게 쉬느와라고 했어? 멀리서 봤기 때문에  프랑스 사람인지 동양인인지 구분도 안되는데 내가 어떻게 네게 쉬느와라고 할 수가 있겠어?”라고 했다.


아니, 이 아름답게 친한(美chin) 여자를 다 봤나?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마주치기 때문에 나의 요염한 뒤태와 옷차림, 헤어스타일을 보면 곧장 나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 더구나 이 구역에 길고 까만 직모를 가진 아시아인은 나 하나다


자기가 했던 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고 딱 잡아떼는 비열한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


나 : 네가 나를 “쉬느와”라고 불렀잖아?

제니 : 내가 언제 그랬니? 나는 그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살아생전 결코 해본 적이 없어

나 :  내가 두 번이나 들었는데?!

제니 : 너 오늘 아침에 기분이 되게 나빴나 봐!! 없는 말을 지어내는 거 보니...


인종차별이라는 단어가 그녀에게서 먼저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득달같이 화를 냈다.


아침에 맞닥뜨렸을 때 따끔하게 말했어야 했다. 아쉽게도 시간은 지나버렸고, 그녀는 지금 뚝, 잡아떼고 있다. 아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 어이없었다. 분한 마음을 어찌할 길이 없어 집에서 나와 근처 성당에 가서 하나님께 기도를 다 했다.


“하나님, 저 인간 어째 좀 해주세요. 나 억울한 거 아시죠? 교통정리해줘요.”


그리고 나는 한국에 있는 동생에게 보이스톡으로 이 상황을 이야기했다. 멀리서 내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겠지만, 내 마음 편하자고 동생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동생은 온갖 욕설로 내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동생이 그랬다.

“언니야, 똥을 싼 후 그걸 그 여자 집 현관문 앞에 처발라 버려! 나오다가 똥 밟고 그 위에 자빠지게. 그리고 그 여자 볼 때마다 한국말로 욕을 쎄리 해버려라. 한국말이지만 그게 욕이라는 건 알 거야. 하지만 자세히는 모르니까 언니한테 뭐라 하진 못할걸!! 그러고 나서 그년이 욕을 하거나 안 좋은 소리 하거든 녹음을 해버려!! 이 똥물에 튀겨 죽일 ㄴ”

“하하하하”


우린 그렇게 신나게 떠들어댔다. 동생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 '똥을 한번 처발라봐?'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런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모든 복수는 내 손이 아닌 하늘이 하도록 해야 한다>가 내 지론이다. 어찌 되었건, 동생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 해도 너무 통쾌해 분이 풀렸다.


그 후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단톡방에 올라온 몇 장의 사진…

이거 뭥미? 분명 제니퍼 집 안의 사진이었다. 너무너무 사이다 같은 장면… 움화화화!!!!

그것은 바로…. (이건 뭐……. 동생이 돗자리라도 깔아야 하는 거 아냐?!)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욬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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