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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Sarah LYU Nov 09. 2022

베일쓰고 먹는 프랑스 음식, 신께 미안해서?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건 항상 똥 묻은 개이다

심약한 분은 보지 마세요


이것 먹는 프랑스, 과연
개고기 비판할 자격 있나?


나는 식성이 그리 까다롭지 않다. 못 먹는 게 없다.-아프리카에서 도마뱀도 먹었었다. 내 입에 거슬리는 음식이 거의 없다고 해서 선천적 무(無)미각자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각각의 식재료를 입안에 넣고 그 고유한 맛을 음미하는 재미를 안다. 요리와 제과제빵에 유명한 프랑스에 와서는 음식과 식문화가 훌륭해서 아주 행복하다.


하지만 그런 내게도 가리는 음식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푸아그라이다. 맛은 기가 막히게 좋지만 내가 먹지 않는 이유가 있다.


프랑스어로 푸아(foie)는 ‘간’이고, 그라(gras)는 ‘기름진’이라는 뜻이므로 푸아그라는 기름진 간 혹은 지방간이다.


원래 푸아그라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이다. 나일강 근처에 모여든 철새가 겨울이 되면 추위를 견디기 위해 무화과를 많이 먹었고, 그렇게 먹이를 많이 섭취한 철새의 간이 커져, 그것을 요리했을 때 무척 맛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발견했다. 이것이 자연적인 푸아그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인공으로 거위와 오리를 사육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 화가 가득한 요리, 푸아그라

알에서 깨어난 거위를 감별하여 암컷은 분쇄기에 갈아버리고 수컷만 남겨 좁은 우리에 가둔다. 수컷의 간이 암컷보다 훨씬 크게 자라기 때문이다. 거위의 주둥이에 쇠로 된 깔때기형 파이프를 위장까지 쑤셔 넣은 뒤 하루에 1.5kg의 사료를 위에 강제로 넣는다. 이 양은 사람으로 치자면 200인분의 식사를 한 번에 먹는 양이다. 그렇게 강제 사육을 당한 거위의 간은 스트레스로 인해 복부 공간의 2/3까지 커진다. 이 크기는 일반적으로 사육된 거위의 간보다 거의 10배 가까운 크기이다.


이렇게 잔인하게 사육되는 거위에게 얼마나 많은 ‘화’가 쌓일까.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고통과 억울함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다. 그런 감정은 나쁜 형태로 체화되어 남을 것이고, 그것을 섭취하는 인간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내 몸을 그런 ‘화’에 일부러 노출시킬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나는 고급 음식임에도 푸아그라를 먹지 않는다.


내가 먹지 않는 또 다른 요리는 ‘오르톨랑 요리’이다. 이것은 현존하는 요리 중 잔인한 요리의 끝판왕이다.


신도 보면 진노할 잔인한 요리


프랑스에는 ‘오르톨랑(ortolan)’이라는 참새 종류의 작은 새가 있다. 사육과 요리 방법이 잔인하여 일명 악마가 요리한, 천사를 위한 음식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이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죽기 전에 꼭 먹고 싶은 음식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맛이 거의 천상의 맛이므로 그 요리를 먹을 때는 신께 너무 죄송해서, 신이 보지 못하도록 머리에 베일을 쓰고 먹는 오랜 풍습이 있다.


* 오르톨랑 사육법

일단 오르톨랑의 두 눈을 뽑아 작은 상자에 가둔 후 먹이를 준다. 이 새는 야행성이므로 먹이를 밤에만 먹는다. 눈을 뽑아버리면 하루 24시간 내내 밤인 줄 알고 계속 먹이를 먹게 된다. 그렇게 한 달을 억지로 강제사육을 한다.


* 조리법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를 산채로 아르마냑 ¹이라는 술에 담가서 익사시킨다. 새가 숨을 거둘 즈음엔 폐를 비롯한 복부의 장기에 아르마냑이 가득 들어가게 된다. 그 후 아르마냑에 담가졌던 오르톨랑을 그대로 오븐에 넣어서 6분~8분 정도 익힌다. 오븐에서 꺼내서 털을 뽑으면 요리는 끝이다.


* 섭취법

먹을 때는 손으로 머리 부분을 잡고 다리 쪽을 입으로 가져가서 몸통 전체를 입안에 넣고 서서히 입안에서 뼈를 발라가며 큰 뼈는 뱉어내고, 잔뼈와 살을 함께 씹어 먹는다. 첫맛은 헤이즐넛 향이 느껴지고 끝 맛은 천상의 고소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새가 산 채로 아르마냑에 담가졌기 때문에 아르마냑이 흠뻑 배어들어가 있다. 특히 씹을 때, 툭 터져 나오는 아르마냑의 달콤함은 혀로 느끼는 미각 오르가슴의 최절정이라고 까지 한다.


얼마나 맛이 좋으면, 오르톨랑을 먹는 얼굴 표정을 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베일을 쓰고 먹을까.


사진출처 : Google


이 요리가 너무 잔인한 데다 그 새의 멸종 위기를 우려해서 프랑스에서는 1999년부터 금지되어 있다.


손석희 아나운서와
프랑스 여배우와의 설전


21년 전인, 2001년, 손석희 아나운서와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전화 통화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제가 아는 어느 프랑스인이 한국에 와서 개고기를 먹어보고 입맛에 맞아서 그 뒤로 자주 개고기를 먹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어느 미국인이나 영국인도 개고기를 먹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석희 아나운서가 물었다.


“프랑스인이나 미국인 영국인은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요. 왜냐면 서구인들은 문명인이거든요. 그런 교양 있는 서양인들이 그렇게 야만적일 리가 없기 때문이에요.”


브리짓은 화를 내면서 대답했고 말이 끝나자마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전국에 생중계되는 인터뷰에서 인격의 밑바닥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들이 예절을 모르는 야만인이고, 서양인은 문명인이기 때문에 절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 다분히 인종차별주의적인, 웃기고 이상한 발언이었다. 그녀가 정말 동물을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그런 운동을 한 게 맞는지, 동물은 보호하되 사람은 차별하자는 건지, 의문이 생길 지경이다.


브리짓 바르도는 한국이 올림픽을 개최할 무렵, 개고기 문화를 거론하며 한국을 전 세계적으로 망신 주었던 사람이다. 한 가족처럼 지내는 강아지를 어떻게 먹을 수 있냐는 건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게다가 개를 식용으로 하는 문화는 반드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가 아니라, 중국, 동남아, 중앙아시아는 물론, 일부 아랍지역에까지 널리 퍼져있는 식문화이다. 하나 유독 한국만 콕 집어 공격했다는 것은 다분히 그녀에게 특정 의도가 있지 않았나 추측된다.


프랑스 자국에 이토록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요리가 있을진대, 동양의 개고기 문화를 싸잡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녀가 무엇 때문에 저리도 몰상식적이며 몰지각한 공격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어렵다.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건
거의 항상 똥 묻은 개다.




각주1. 아르마냑 : 프랑스 아르마냑 지방에서 만들어진 와인 증류주 (꼬냑에서 만들어진 것과 같은 종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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