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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Sarah LYU Dec 12. 2022

시속 5km의 산책은 영감의 원천

다리를 움직였는데 두뇌가 가동돼?

글을 살짝 묵히면 성숙해진다?


글이 무슨 김치도 아니고 어떻게 묵힌단 말인가! 그리고 묵히는 시간 동안 뭐하나?


컴퓨터를 켜고 글을 한 꼭지 쓰고 난 후 브런치 글쓰기 페이지에 저장하여 작가의 서랍에 넣어둔다. 그리고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초고와 수정 사이에 내가 ‘의식’을 치르듯 꼭 하는 행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걷기이다. 걸을 때의 요령은 내가 방금 무엇을 했는지, 어떤 글을 썼는지 기억에서 완전히 지우고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


다리를 움직여 동네를 산책하는 동안 정말 신기하게도 내 무의식은 속에서 작업을 한다. 분명 의식적으로는 방금 쓴 글을 떠올리지 않는다. 하나 머릿속에서는 더 나은 문장, 더 적합한 표현,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제목이 차례로 줄을 서 나도 모르는 사이 두뇌의 서랍에 차곡차곡 정리된다.



걷기만 했는데, 기발한 제목이 나와!


이전 글에서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특화된 글을 쓰기 위한 포맷을 소개했다. 글의 내용은 당연히 작가 고유의 부분이므로, 원하는 주제로 자유롭게 쓰면 된다. 간혹 글이 무척 뛰어난데도 제목이 적합하지 않다거나, 길이가 너무 길어서 독자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보게 된다. 이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브런치 글쓰기 포맷을 언급했었다.


댓글을 달아주신 많은 분들이 제목 정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사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내겐 반드시 ‘걷기’가 필요하다. 걷는 행위를 하는 동안 뭐라 말하기 힘든 트랜스(trance) 상태가 되어 내 두뇌와 내 지능으로 생각해 냈다고 보기 힘든, 재미있고 독특하고 기발한 제목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냥 무턱대고 걷기만 하면 안 된다. 걷는 타이밍은 바로 초고와 수정 사이여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걷기만 하면 그저 글 쓸 줄 모르는 '튼튼이'만 될 뿐이다. 글을 한 꼭지 쓴 후에 걸으면 걷는 동안 우리의 정신은 자유롭게 풀려나 마음껏 배회하면서 예상치 못한 멋진 일들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걷는 행위는 확실히 인간을 더 높은 경지의 지적 세계로 안내한다. 그토록 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산책을 즐겼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루소가 그랬고, 칸트가 그랬고, 베토벤이 그랬다.


산책은 우리를 예술가로, 소설가로, 철학자로 만들어준다.



속도는 시간당 5Km


너무 느린 걸음도 지나치게 빠른 걸음도 효과가 없다. 인간의 정신은 시간당 5킬로미터의 속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가장 크게 상상력을 자극받는다. (여성분들은 시속 4Km도 괜찮다)


따분한 사무실과 고루한 고정관념이라는 폭군에서 풀려난 우리의 멘탈은 걷는 행위를 하는 동안 해방의 자유를 맛보며 하늘의 영감을 빨아들인다. 확실히 걷기란 열정과 무위(無爲) 사이에 존재하며 열심과 태만 사이의 정확한 균형을 제공한다.


루소는 말했다.
“나는 멈춰 있을 때에는 생각에 잠기지 못한다.
반드시 몸을 움직여야만 머리가 잘 돌아간다.”


인간의 신체와 정신은 무척 신기하다. 다리를 움직였는데 어떻게 두뇌가 가동된단 말인가! 제2의 심장이라 불리는 다리(정확히는 장단지)가 혈액을 펌프질하면서 동시에 영감도 끌어당긴다는 것인가!


이에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철학보다 몸에 더 많은 지혜가 있다.”


신체와 분리된 철학과 문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종종 설거지, 청소, 마당의 잡초뽑기 등과 같이 몸을 움직이는 활동과, 화장실에서 볼일 보기, 샤워하기 등과 같이 몸의 상태가 달라지게 하는 활동도 영감을 얻는데 무척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인간의 의식을 트랜스(trance)로 이끌어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는 데는 산책만 한 것이 없다. 일정한 속도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눈으로는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정신은 한 없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어떤가!
오늘부터 기발하고 훌륭한 글쓰기를 위해
초고와 수정 사이에
시속 5km로 걸어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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