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이익. 끼이이익. 차고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문을 여닫을 때마다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들으며 간혹 아이들이 어렸을 적 가족여행을 갔을 때 묶었던 곳에서 방문을 열자 끼익 거리는 소리에 둘째가 “방문이 방귀를 뀌네!” 하며 깔깔거리던 때를 떠올리곤 했다. 때론 그 소리가 십 년을 넘게 산 이 집이 나이 들어가며 이곳저곳이 삐꺽거리는 내 몸 같아 동병상련을 느끼기도 했다. 언제부터 그런 소리가 났는지, 어느 때부터 나는 또 그 소리에 익숙해졌는지, 날마다 그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살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소리를 듣고 지내냐?” 올봄, 타주에서 놀러 와 머문 친구가 말했다. 소꿉친구인지라 스스럼없는 내 친구와 그 남편도 내 남편과 동갑내기인 데다 취미도 같고 아이들도 또래인지라 미국에서 산, 지난 이십여 년간 종종 왕래하며 지내온 터였다. 그들이 머문 손님방이 그 문을 열고 들어오면 마주치는 곳에 있어 방 안에 있어도 누군가가 그 문을 열고 들락날락할 때마다 나는 그 소리를 견디다 못해 말했다. “WD-40 없어요?” 친구 남편의 질문에 나는 “그게 뭔데요?”하고 되물었다. “아니, WD-40를 몰라요? WD-40 1초만 뿌려주면 저 소리 없어질 텐데.. ”
다음 날, WD-40가 배달돼 왔다. 친구 남편이 손수 꺼내 문의 경첩에 스프레이를 하니 정말 뿌리자마자 소리가 없어졌다. “어머, 정말 신기하네요.” 온갖 것에 궁금해하고 궁금한 것은 찾아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이런 신기한 것을 누가 발명했나 싶어 찾아보았다. 1953년에 로켓 화학 회사(Rocket Chemical Company)라는 신생 회사의 직원 3명이 발명한 제품인데, 이 회사는 WD-40라는 단일 제품으로 성장해 이십 년이 지나 회사 이름도 그 대표 상품인 WD-40로 1973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제는 시가총액이 27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이다. WD-40는 “물의 변위, 40번째 공식 (Water Displacement, 40th formula)"의 약자로 이 제품 개발이 마흔 번째 실험에서 성공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원래 항공 우주 산업에서 사용할 녹 방지 및 탈지제를 만들기 위해 실험을 시작해, 항공우주 계약업체인 컨베이어(Convair) 사는 이 제품을 사용해 녹과 부식으로부터 아틀라스 미사일(Atlas Missile)의 외피를 보호했다 한다. 아틀라스 미사일은 미국 최초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로, ICBM은 북한이 여전히 개발하고자 애쓰며 종종 한반도 위로 쏘아 올리는 그런 미사일이다. 미 공군을 위해 개발된, 그런 무시무시한 규모에 쓰이는 제품이 어떻게 이렇게 일상에 쓰이게 되었을까.
이 제품의 신비한 효능을 경험한 컨베이어(Convair) 사 직원들이 몰래 이 제품을 빼 내와 습기로 녹슨 자신들의 공구와 자동차 등을 고치기 시작했고, 1960년엔 일곱 명으로 늘어난 로켓 화학회사 직원들이 자신의 자동차 트렁크에 제품을 싣고 팔러 다녔다 한다. 회사 설립 40주년인 1993년엔 미국 가정의 80% 이상이 이 제품을 사용했고, 2000년에 이 제품의 이천가지 용도 (WD-40’s Search for 2000 Uses)를 응모해 팬클럽이 생기기 시작했고 전 세계 곳곳에서 보내온 사례를 모아 여러 권의 책이 출간되기도 했단다. 그들의 역사를 요약한 웹사이트엔 끈적거리는 쥐덫에 발이 붙어 버린 새의 발에 이 스프레이를 뿌려 새를 살린 일, 뱀의 껍질을 벗긴 일, 벤트에 숨어든 도둑을 잡은 일 등등 상상하기 힘든 실제 사례들이 실려 있다.
시간이 지나며 쇠가 습기와 먼지 등으로 인해 부식하고 삐걱거리듯, 우리의 삶도 몸이 삐걱거리기도 하고 관계가 끼익 거리기도 한다. 우리의 삶에 뿌리면 마법처럼 삐걱거림을 없애는 WD-40와 같은 제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첫 공식도 시작하지 못한, 삶에 뿌릴 수 있는 스프레이에 “매직 미스트 (Magic Mist: MM)”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WD-40가 세 명의 직원이 마흔 번째 시도에서 공식을 완성해 만들어졌다면, 매직 미스트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시도를 거쳐야만 할 게다. WD-40 공식의 비밀은 지금까지도 철저히 유지돼왔다 한다. 추측건대 그들이 시작한 요소는 ‘물’ 일 것이다.
매직 미스트에 반드시 필요한 첫 요소는 사랑이 아닐까. 함께 매직 미스트 공식을 찾아갈 이, 누구 없나요?
(2022.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