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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Feb 15. 2016

헬스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

어떻게?

나는 종종 보스톤 마라톤에서 뛰는 상상을 했었다. 그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이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 가지게 된 바램이었다. 그 책을 읽다보면 당장 나가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뛰는게 귀찮다 생각될  때 처방약처럼 책을 펼쳐봤고 그러면 또 다시 뛰고 싶어졌다. 사이보그처럼 뛴다는 말을 들을 때쯤 아팠고 그 후로는 뛸 수 없었다.


일년쯤 헬스장에 못다녔을 뿐아니라 거의 움직임 자체가 없는 생활을 했다. 몸무게는 늘었고 얼굴도 부었다. 어느날 거울  속 나를 보니 너무나 실망스러웠고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반대했지만 나는 고집을 부려 운동을 시작했다.


이제 뛸 수 없으니 조금 걷고 근육운동을 하기로 했다. 동네언니한테 스쿼트를 배우고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푸쉬업 효과 있는 기계에 겨우 5kg올려서 시작했다. 한 2주 정도 운동을 하니 이게 너무너무 재미가 있는거다. 헬스장에 다닌지 10년이 되어가는 동안 설마 근육운동을 한번도 시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매번 실패했었다.


 어느날 티비에서 근육운동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멋진 복근을 머리에 그리면서 무리하게 운동을 시작했다. 샤워장에 내려가는 계단에서  다리가 부들대서 겨우 한발씩 옮기면서 당황해 했고 그 뒤 며칠동안 꼼짝없이 근육통에 시달렸다. 그렇게 몇번 더 시도 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에잇.. 뛰기나하자.. 로  결론이 났던 거다.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포기하게 되는 패턴이 있다. 의욕적으로 운동을 시작한다. 근육통에 시달린다( 몇날을 뻐쩡다리로 살아야 하고 일어날때마다 아이고.. 곡소리가 절로 난다. ) 일주일쯤 후에 다시 헬스장으로 향하지만 이때는 운동을 해야 겠다는 마음 반, 또 다시 뻐정다리 신세가 되면 안될텐데.. 걱정 반.. 이미 운동에 대한 흥미는 잃었고 해야한다는 새해 결심만 남게된다. 이런 상태에서 몇번 운동을 더 가다 말다 하다보면 다음달 등록할 시기가 오고 .. 갈등을 시작한다. 그리고 등록을 포기한다.


그러니 운동을 시작하려면 일단 멋진 복근 같은거 절대로 상상하면 안된다. 믿음직한 허벅지 위로 바삭 올라붙은 엉덩이 같은거 절대로 기대하면 안된다. 그걸 목표로 땀을 한바가지씩 흘리고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처음에는 그저 맨몸으로 앉았다 일어나고 다리 벌렸다 오므리고 윗몸일으키기나 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그렇게 2주일만 해도 배가 단단해지고 (아직 두손 가득 뱃살이 잡히더라도 그 안쪽 깊은 곳에 뭔가 조금은 딱딱해지는걸 느낄 수 있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때는 침대에 자석이 붙어서 끌어당기는 것처럼 다른 사람보다 중력을 3배쯤 받는 기분이더라도 한시간정도만 돌아다니면 전보다 힘이 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욕심없이 살살 했으니 근육통도 살살 온다. 일어날때는 다리가 뻐근하지만 뻐정다리 수준은 아니다. 그러니 빠지지 않고 매일 갈 수 있다.  그렇게 견디다보면 덩어리가 커지고 횟수가 늘어난다. 내가 기특해서 얼른 가서 확인하고 싶어진다. 헬스장에 기쁜 마음으로 들어선다.  


10년 넘게 헬스장에 다니면서 시작하지 못했던 근육운동을 시작할 수 있어서 즐거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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