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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Feb 17. 2016

우리는 스스로 사치스럽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소비사회와 지루함의 관계

"인간은 필요한 것이 필요한 만큼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한 것이 딱 필요한 만큼밖에 없는 상태는 사실 위험부담이 몹시 크다. 어떤 사건으로 필요한 물자가 손실되면 즉시 필요한 수준보다 밑돌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고 상상을 해봤다. 매일 성실히 일하고 노력하지만 딱 생필품 사고 애들 학비낼 정도의 돈만 겨우 번다면? 먹고 사는거랑 별 상관없는 여행이나, 심심풀이 영화관람이나, 우연히 눈에 띄는 스카프 한장 살 여력이 없다면? 행복하다고 느끼기 힘들 것 같다. 먹고 살만큼 보다 조금 더 벌어야한다.  인간은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필요를 넘어서는 지출을 해야한다. 즉, 낭비를 해야한다.


오랜동안 인류는 물자를 낭비하면서 만.  아주 맛있는 음식을 배가 터지게 먹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대에 접어들면서 인류는 한계가 없는 소비를 시작했고 결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소비는 물자 자체를 추구하는게 아니라 물자에 부여된 개념과 의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유명맛집에서 식사를 할 때 소비자는 식사자체를 추구하는게 아니라 그 식당에 부여된 의미를 추구한다. 그 유명한 집에서 나도 비싼 돈 주고 먹어봤다.. 라는 데에서 만족을 구한다.  소비자는 그 가게에 부여된 관념과 의미를 소비한다. 그 관념과 의미는 결코 만족되지 않고 이제 다른 새로운 맛집을 가도록 부추킨다. 새로운 유명맛집탐방은 끝이 없다. 줄을 서서 먹어봐도 실은 별다른 맛도 아니다. 그래도 먹어봤으니 안심한다.


 자동차 회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다. 소비자들이 새로 바뀐 모델 자체를 원하는 게 아니라 '새 모델로 바꾸었다' 라는 관념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자동차회사가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 이상 소비는 계속된다.


급기야는 노동과 여가도 소비되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노동에서 '삶의 보람'이라는 관념을 소비하게 되었고 여가에서 ' 여가를 자유롭게 쓸 정도로 능력있어' 라는 개념을 소비하게 되었다. 이제 여가는 노동이 정지되는 시간이 아니라 '나는 좋아하는것을 하고 있어'라고 온힘을 다해 주위에 과시해야하는 시간이되었고 역설적이게도 이제 여가에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광고회사들은 도달할 수 없는 관념을 퍼트린다. 예를 들어 '개성'이라는게 그렇다. 아무도 도대체 개성이라는게 뭐라고 꼬집어 대답할 수가 없다. 개성적이 된다는 과제는 실패한다기 보다는 도저히 성공할 수가 없다. 소비자는 도달점이 없는데 도달할 것을 요구받는다.


소비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낭비는 곤란하다. 만족보다 더 가져야 낭비가 되기 때문인데 소비사회는 누구도 만족하고 멈추기를 원치 않는다.  오히려 달성 못할 관념을 널리 퍼트리는게 목표다. 즉,  소비사회는 낭비를 방해하는 사회이다. 


관념을 소비하는 행태는 "한가함이 없는 지루함을 초래한다. 한가함없는 지루함은 소비와 지루함사이의 악순환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맛집을 탐방하지만 음식맛은 대동소이하아니 음식맛에는 처음부터 별 관심도 없었으니 뭘 먹든 벌써 마음은 또 다른 새로운 맛집에 가 있고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은 지루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매번 이렇지는 않지만 또한 아주 결백하지는 않다. 누구는 맛집에, 누구는 자동차에, 누구는 화장품이나 옷에,  혹은 성형수술에 대해 악순환을 경험해 봤을것이다. 우리는 소비사회에 살고있으므로.


이제 우리는 소비사회의 노예가 되는 대신,  물자 자체에서 기쁨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결국은 내가 낭비를 하며 사치스럽게 산다고 느낄 수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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