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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Mar 16. 2016

다시 살빼기

안하고 싶었지만...

티비채널을 돌리다가 다큐3일이라는 프로를 봤다. 우리나라에는 대략 1500개의 성형외과가 개업중인데 그중 3분의1정도가 강남 일대에 있다고한다. 3일동안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취재를 한 내용이었다.


병원을 찾은 다양한 사연들이 있었지만 한결같이 좀 더 예뻐지고 싶다라는 바램은 똑같았다. 나는 그 부분에서 조금 헷갈렸다. 좀 더 예뻐지는게 왜 그렇게 중요할까? 그들중에는 물론 꼭 수술이 필요한 사람도 있었지만 전혀 문제가 없고 혹은 오히려 객관적으로 예쁜 축에 드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도 없고 수술 부작용 그리고 엄청난 병원비 (어떤 환자는 지난 10년동안 적금을 부은 돈을 가지고 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를 지출하면서까지 그들이 갖고 싶어하는 아름다움은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얼마전 운동을 다니다가 가까워진 친구에게서 책을 한권 선물 받았다. 프랑스여자들의 서랍이라는 책이다. 프랑스에서 살게 된 미국여자가 프랑스 여자들이 아름다운 비법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책인데 미국여자들에게는 상당히 신선한 자극이 되었던 책인가보다.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미국여자들은 대체로 편한 스타일 그리고 솔직한 스타일이라면 프랑스 여자들은 좀 신비롭고 여성스럽고 아름답다는 거다. 미국여자들이 프랑스 여자들을 동경하고 따라하고 싶어지도록 잘 써진 책이었다. 그 책에 따르면 프랑스여자들은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표현처럼 사는 동안  한순간도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그렇게 매 순간 아름답기 위해 노력하는게 정말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지금보다 좀 더 예쁜 여인이라면 지금과 뭐가 달라질까?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는다면 더 좋은 일이 일어나는건 아닐까?


당신이 아름다운 사람이라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이득이 될 것인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들이었고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이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예쁘지 않은 사람들은 사는 동안 혜택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고 못생겼다고해서 딱히 불이익을 본 적이 없으니 그들은 다사람들(예쁜 사람들)도 모두 자기들 처럼 사는 줄 안단다. 반면 아름다운 사람들은 어딜 가나 좋은 대접을 받고 호의를 받으며 공짜 선물을 받은 경험이 많으니 당연히 유리하다고 답한다고 한다.


집집마다 정원이 있는데 어떤 집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꿔놓았고 어떤 집은 황폐하게 방치해 놓았다면 누구든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집주인에게 호감을 가질것이다. 물론 집 주인의 사람됨됨이는 정원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지만.


모두들 꽃을 좋아하고 꽃에 감탄을 하니 나도 꽃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세상에 누가 꽃을 안 좋아한단 말인가?  만화영화 악당이 아닌 다음에야... 꼬마자동차 붕붕은 꽃향기를 먹고 사는데.. 당연히 꽃은 좋아해야지.. 친정집은 정원이 그야 말로 꽃밭이다. 친정부모님은  정원에 꽃 한송이 피는것도 큰 기쁨이고 즐거움으로 여기신다. 새벽에 물을 주면서 두분이 나누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꽃을 자식처럼 대견해하고 사랑하신다. 내가 들어가면 들어오다가 무슨 꽃이 핀걸 보았냐고 묻고 내가 못봤다고 하면 그게 어떻게 안보이냐고 나무라신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진짜 꽃이 좋은 줄을 모르겠다. 그 대놓고 눈에 띄는 원색이, 그 연약함이, 며칠 못가는 아름다움이 정말 정이 안간다. 사랑할 수가 없다. 사랑을 줬다가 순식간에 버림받을테니..  그래서 나는 기회가 된다면 내 집 정원에는 큰 나무 한그루를 심고 싶었다. 봄에는 꽃보다 예쁜 연두색 나뭇잎을 피우고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주고 가을엔 두껍게 쌓이는 낙엽을 떨구는, 아무데도 가지않고 나를 기다려 주는 믿음직한 나무를 심고 싶었다. 꽂따위는 심고 싶지 않았다.

 

여자의 아름다움은 꽃같다.  누구는 내가 예쁘다고 하고 누구는 안 예쁘다고 하고 누구는 젊어보인다고 하고 누구는 늙어보인다고 한다.  그런 믿을 수 없는 외모따위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누가봐도 예쁜 사람이 될 자신이 없을 바에야 귀를 닫고 싶었다. 


그런데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에 어느정도는 나도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고  예뻐보이고 싶다는 마음은 꾸준히 내마음속에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귀가 닫아지지가 다. 누가 예쁘다고 하면 기분이 날아갈듯 고 누가 별로라고 하면 죙일 우울하다. 신경끄고 지만 꺼지지 않았고 종종 피부가 좋아진다는 크림을 샀고 성형외과는 꿈꿔본  없지만 피부과 정도는 누가 가자고만 하면 따라 나서고 싶었다. 그러니 내가 여자인걸...여자라서 예쁘고 싶다는 본능을 가질걸.... 그냥 인정하고 그 마음을 조금쯤은  보살펴야겠다.  


가끔 정원에도 나가봐야 할 것 같다. 너무 황폐하지 않을 정도로는 가꿔도 좋을 것같다. 누구보다 예쁘게 뽐내려는 마음만 내려놓으면 가꾸기에도, 보기에도 좀 편한 스타일이 되는건  그렇게 부담되는 일은 아닐 것 같다. 좋은게 좋다라는 표현처럼,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표현처럼 좀 더 보기좋은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는게 다른 일을 못할 만큼 나를 바쁘게 할 것 같지도 않다.                  


정원이 황폐하면 꽃씨를 심기전에 우선 우거진 잡풀도 걷어내고 돌덩이도 골라내야 할거다. 나는 아마도 몇년새에 슬금슬금 불어난 몸무게를 먼저 빼야할 것 같다. 꾸준히 운동을 하는데도 배는 아직도 남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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