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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Apr 18. 2016

예민 까칠

예전엔 ..지금은...

어릴때는 아니 그러니까 젊을때는 몰랐다. 그때는 아프지도 않았고 지치지도 않았고 결린데도 없었고 쑤시는데도 없었고 뻣뻣한게 뭔지, 속이 더부룩한게 뭔지, 이가 아픈게 뭔지, 귀가 잘 안들리는게 뭔지, 가까운글씨가 안보이는게 뭔지 몰랐다. 지금은 아주 잘 안다.


뭔가를 먹으면 왠지도 모르게 배가 아플때가 있어서 왠지를 더이상 궁금해하지 않는 날이 온다는걸, 어떤 색 어떤 디자인의 옷을 입어도 대체 어울리지가 않는 날이 온다는걸, 오래걸으면 다리가 아프다는걸, 사람많은데 가면 숨이 막히고 머리가 아파온다는걸, 밤을 새면 죽을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걸, 추운데 돌아다니면 죽을 것 같은 기분인걸, 더운데 돌아다니면 화가 머리끝까지 날 수도 있다는걸 몰랐다. 지금은 아주 잘 안다.


그때는 음식이 비위 상해 먹지 못한다고 하면, 음식의 맛이 이상하다고 지적을 하면, 피곤해서 놀 수 없다고 하면,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하면, 시원하고 비싼 커피집에서 음료수 한잔 하고 가자고 하면(그 돈으로 배부른 밥이 아니라) 나는 그녀가 그렇게 달라 보였다. 뭘 먹어도 더워도 추워도 괜찮고, 땀 찔찔흘리면서도 말통하는 친구가 옆에서 같이 걸어만 준다면 하늘 끝까지라도 걸을 수 있는 내가 부끄러웠다. 나는 왜 그렇게 마당쇠처럼 다 괜찮은지 마님처럼 예민하고 까칠하지 못한지 불만이었다. 


이제 나는 여러방면에서 예민하고 까칠하고 제약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내가 여러사람앞에서 그런 예민함을 드러내야만 할 때, 동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까칠하게 이도 저도 안된다고 말해야 할 때, 지금보다는 나중을 위해서 절제해야만 할 때 많이 부끄럽다. 뭐든지 오케이를 외칠 수 있었던 젊음이 너무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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