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지금은...
어릴때는 아니 그러니까 젊을때는 몰랐다. 그때는 아프지도 않았고 지치지도 않았고 결린데도 없었고 쑤시는데도 없었고 뻣뻣한게 뭔지, 속이 더부룩한게 뭔지, 이가 아픈게 뭔지, 귀가 잘 안들리는게 뭔지, 가까운글씨가 안보이는게 뭔지 몰랐다. 지금은 아주 잘 안다.
뭔가를 먹으면 왠지도 모르게 배가 아플때가 있어서 왠지를 더이상 궁금해하지 않는 날이 온다는걸, 어떤 색 어떤 디자인의 옷을 입어도 대체 어울리지가 않는 날이 온다는걸, 오래걸으면 다리가 아프다는걸, 사람많은데 가면 숨이 막히고 머리가 아파온다는걸, 밤을 새면 죽을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걸, 추운데 돌아다니면 죽을 것 같은 기분인걸, 더운데 돌아다니면 화가 머리끝까지 날 수도 있다는걸 몰랐다. 지금은 아주 잘 안다.
그때는 음식이 비위 상해 먹지 못한다고 하면, 음식의 맛이 이상하다고 지적을 하면, 피곤해서 놀 수 없다고 하면,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하면, 시원하고 비싼 커피집에서 음료수 한잔 하고 가자고 하면(그 돈으로 배부른 밥이 아니라) 나는 그녀가 그렇게 달라 보였다. 뭘 먹어도 더워도 추워도 괜찮고, 땀 찔찔흘리면서도 말통하는 친구가 옆에서 같이 걸어만 준다면 하늘 끝까지라도 걸을 수 있는 내가 부끄러웠다. 나는 왜 그렇게 마당쇠처럼 다 괜찮은지 마님처럼 예민하고 까칠하지 못한지 불만이었다.
이제 나는 여러방면에서 예민하고 까칠하고 제약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내가 여러사람앞에서 그런 예민함을 드러내야만 할 때, 동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까칠하게 이도 저도 안된다고 말해야 할 때, 지금보다는 나중을 위해서 절제해야만 할 때 많이 부끄럽다. 뭐든지 오케이를 외칠 수 있었던 젊음이 너무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