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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Apr 21. 2016

우리 아들

부모에 대한 신뢰

며칠 전 12시가 넘어서 전화벨이 울렸다. 아들이었다. 그런데 받으려는데 몇번 안 울리고 그냥 끊겼다. 별일 아니면 그냥 카톡으로 한 두마디 하고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 무슨 일이지? 전화기를 잘못 눌렀나? 다시 하겠지. 그런데 전화가 다시 안 왔다.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져서 전화를 걸었더니 아들이 꺼이 꺼이 울고 있다. 가슴이 철렁. 울며 불며 하는 소리를 꿰맞춰보니 여친이랑 헤어졌단다. ㅠㅠ  


나이먹은 나는 그런 모습이 짠하고 안쓰럽기도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러면서 크는 거다....세상의 단맛 쓴맛 알아가는 아들이 대견하기도 했다. 애는 우느라 별소리를 못하고 나는 아직 울고 있는 애를 두고 전화를 끊을 수가 없어서 30분 넘게 전화에 대고 인생얘기를 해댔다. 너 이런 모습을 보니 엄마도 정말 맘아프다. 그래도 살다보면 어쩌고 저쩌고..


아들 베프 엄마를 만나 아들 소식을 전하니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짠하다고, 힘들어서 어쩌냐고 걱정하면서 그래도 엄마한테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며칠 후, 다른 사람을 만나 아들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무슨 아들이 그런 얘기를 엄마한테 하냐?.. 친구한테나 하는 거 아닌가?...하는 얘기를 듣고 보니 저사람이 지금 우리아들을 마마보이라고 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서야 그게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남편하고 이 얘기를 했다. 남편은 아니라고 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부모한테 얘기할 수 있도록 평소에  자식들한테 믿음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자기가 힘든데 부모가 실망할까바 혹은 오히려 자기를 책망할까바 부모한테 말하지 못하고 전전긍긍 한다면 그건 부모 잘못이라고 했다. 


자기가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말하면 엄마가 혹시 친구하나도 못사귀고, 학교하나도 조용히 못다닌다고 실망할까바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회사에서 퇴직하게 되었을때 얼마나 무능하면 남들 다 다니는 회사를 자기 혼자 짤리냐고 실망할까바 말하지 못하는 아버지들이 있다.  만약 그들이 평소 식구들과 서로 믿음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었다면 아이는 자기가 친구를 쉽게 사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것을 엄마랑 상의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것이고 아버지는 가족들과 재정적인 문제를 상의하고 또 정서적으로도 위로를 받기 위해 식구들에게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비난이 아니라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은 평소에 쌓여 있어야 한다.  


아들은 타지에 혼자 살면서 힘든 일도 많을테지만 대부분은 지나고 나서 한가할 때 그런 일도 있었다고 얘기를 하는 편이다. 그런 아들이 전화기에 대고 30분 넘게 울 정도면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30분 내내 몇마디 하지 않은 아들이 제일 많이 했던 말이,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였다. 그런데도 자기가 여친한테 차였다고 하면 혹시 자기를 못난이취급할까바 털어놓지 못한다면 잘못된 일이다. 자기의 아픔을 같이 공감해주고 위로해줄 거라고 믿고 전화해 준 아들의 신뢰가 고맙다. 남편얘기를 듣고보니 장한 어머니 상이라도 받은 것마냥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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