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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Jun 05. 2016

돌에 새긴 조각

자아

책을 읽다가 인간의 자아라는 것은 돌에 새긴 조각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다. 라는 글을 읽었다. 뜻밖에도 아주 작은 습관하나가 시발점이 된다고 했다. 어떤 여자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새로운 필적을 연습하기 시작했고 오전 내내 변화된 필적으로 헌법전문과 게트스버그 연설문을 써보다가 정오쯤 되었을 때 그 여자는 자기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또 다른 여자는 어릴때부터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그리고 아침에 눈 뜰때마다 눈에 띄는 천장의 금을 없애고 다른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뾰로뚱하고 심술궂던 소녀는 성숙한 여자가 되었다고 했다. 이게 무슨 헛소린가 하겠지만... 사실 필적을 바꾸거나 천장의 금을 지워 없애는 것은 자아의 변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 일을 계기로 다짐을 했고 지워져버린 금처럼, 없애버린 필적처럼 예전의 자아를 영원히 버린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금을 없애거나 필체를 바꾼다는 결심같은 건 없었던 것같다. 내 자아가 딱히 맘에 드는건 아니었지만 뭔가를 바꿔 내가 아닌 내가 되고 싶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많이 변해 있다고 느낀다. 내 결심과는 상관없이 외부적요인으로 나는 많이 변했다. 많은 걸 잃었고 또 그만큼의 것들을 얻었다.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물론 지워버리고 싶은 실금 몇개쯤은 가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한다. 카톡이 생긴이후로는 내가 카톡사진으로 쓸까바 더욱 핸폰 사진기에 찍히는걸 끔찍해한다. 우리 아이들은 입양된 줄 알겠어..라고 푸념하는데 그래도 중요한 건 머리속에 다 들어있겠지? 안도했다. 자아는 돌에 새긴 조각이 아니니 언제든 바꾸고 싶은대로 바꿀 수 있기를 반면 어릴적 추억은 돌에 새겨진 것처럼 영원히 기억에 남기를 바란다.  내 아이들보다도 더 어린 나를 추억해보면 나도.. 나도..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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