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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Jun 10. 2016

외국어수업

지난 몇 년동안 나는 커뮤니티 센타에서 영어공부를 했다. 일주일에 두번 두시간씩. 이년정도는 수업 두개를 신청해서 두시간씩 일주일에 네번 수업을 한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꽤 오랜시간이다.


지금까지 4명의 원어민 선생님한테 배웠다. 그 분들은 나이가 거의 30대여서 젊은 사람의 생각을 듣는게 참 신선하고 좋았다. 지금 선생님은 남자분인데 언젠가 한번 그런 얘기를 했다. 자기가 집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수업을 오는 이유는 우리랑 얘기를 하는게 좋아서 라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연구소가 밀집해 있고 그래서 인지 주민들이 대부분 본인이나 남편이나 자식때문에 외국에 살아본 경험이 많다. 우리 영어반도 영어가 유창하신 분들이 많아서 그 선생님은 우리랑 언어에 거리낌없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반가운가보다. 우리는 그 사람의 젊은 취향이 새롭고 선생님은 한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가보다. 종종 우리에게 차 팔 사람,  중고 핸폰 팔 사람 ..물어보기도 하고, 볼 일을 보다가 모르는게 있으면 카톡으로 긴급히 물어보기도 한다. 


선생님이 그랬다. 영어는 일정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터는 영어공부를 하는 것보다 영어를 이용해서 다른 공부를 하는게 영어실력이 더 향상된다고. 그래서 우리는 다 같이 온라인 강좌를 한꺼번에 등록했다. UC, Berkeley에서 개설한 Science of Happiness라는 강좌인데 이 강좌를 영어시간에 같이 공부하기로 한거다. 그런데 우리들은 영어공부하는 것보다 핸드폰에 앱을 깔고 강좌 등록을 하는게 더 힘들었다. 그중 몇분은 돋보기를 쓰고 생전 처음으로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다운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끈기를 가지고 하나씩 천천히 모두 성공할 때까지 열심히 알려줬다. 우리 모두가 이 선생님이 아니면 대체 누가 나한테 이런 걸 가르쳐 주겠냐며 감사했다. 몇명이 돋보기 쓰고 이런 걸 들여다보려니 갑갑하다. 그냥 종이로 보는게 편하다고 했지만 다른 이들이 설득했다. 앞으로는 이런거를 모르면 많은 일에서 우리가 불능이 된다. 가르쳐 줄때 배우자 좋은 기회다. 막상 해보니 안되는게 아니라 안하는거라는걸 알게됐다고 했다. 


나는 뭐든 시작했다가 금방 싫증을 내고 그만두곤 하는데 이수업은 대체 싫증이 안난다. 갈때마다 즐겁고 기쁠 것까지는 없지만 가기 싫거나 그만 두고 싶은데 끈덕지게 참고 있은 적은 한번도 없다. 희안한 일이다.


그러다 올 봄부터 근처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시작했다. 그 학교는 수업을 영어로 하기 때문에 외국학생이라고 해도 수업을 듣는데 한국어가 필요하지는 않다. 다만 어쨌든 한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편의를 위해서 그리고 관심사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은 두명의 인도네시아 학생인데 정말 낫놓고 기역자도 모른다고 해야하나? 한국어는 전혀 모르는 학생들이었다. 그나마 여학생은 한국드라마 팬이라서 언어는 몰라도 한국에 대해 여러가지 아는게 많았고 한국어 발음이 좋았다. 남학생은 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한국어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받아쓰기도 하고 단어시험도 보는지 단어를 많이 알고 잘 읽는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학생들의 장학금 조건은 학점이 최소한 4.3만점에 3.25를 넘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그런지 한달동안 캠퍼스 밖에 나가 본 적이 없다고 하고 지난 주에 뭐했냐 오늘 뭐 할거냐 물어보면 연구실에서 공부한다는 대답뿐이다. 두명은 이슬람교도다. 여학생은 다른 사람에게 얼굴과 손만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요즘같이 더운 날에도 긴팔 긴바지에 히잡을 쓰고 온다. 안 덥냐고 물으면 인도네시아는 더 더웠어도 괜찮았다고 한다. 오늘 수업시작하기 전에 내가 더워서 물을 한잔 떠오면서 너도 줄까? 물으니 라마단이라서 낮동안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다고 했다. 물도 안돼? 네.. 안돼요.  그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음식을 사먹을 때 조심해야 하고 라면도 돼지고기가 들어있는지 확인할 수 없어서 못 먹는다고 했다. 남학생이 불닭볶음면은 닭고기일것 같아서 먹었다고 했다. 내가 안 맵냐고 하니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매운 걸 잘 먹는다고 별로 안 매웠다고 했다. 아들이 언젠가 한번 불닭볶음면을 끓였다가 맛보이기에 먹었더니 너무 매워서 남편이 다 갖다 버린 적이 있었기 때문에...헐... 돼지고기가 안 들어간 라면을 찾다가 풀무원에서 이번에 새로 나온 육계장면이 그렇다는걸 알게 돼서 오늘 육계장면이랑 틈새라면을 갖다줬다. ㅋㅋ 그것도 안 맵다고 하려나.. 아들이 그걸 끓이면 나는 부엌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대학교다닐 때 맡았던 최루탄이 생각난다. 끝없이 재채기를 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있기는 하지만 영어선생님이 우리에게 한국에 대해 배우는 것처럼 나도 요즘 인도네시아에 대해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라마단 우기 건기 그리고 한국에서 너무 비싼 두리안 .. 두리안이 38000원이라서 너무 놀라 사진을 찍어서 친구에게 보여줬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5000원이란다. ㅎㅎ한국에서 싼게 뭐냐고 물으니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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