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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Jun 13. 2016

갑자기 죽다.

우리 아빠는 형제자매가 7남매다. 우리 엄마는 5남매. 그래서 헤아려보니 나한테 사촌은 12명 그리고 이종사촌은 9명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언니랑 가장 어린 동생을 비교하면 거의 부모세대만큼 나이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그 중간에 끼어있는 우리들은 나이대가 거의 비슷하다. 30,40대가 주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어린 축에 끼는 이종 사촌 여동생이 지난주에 교통사고로 죽었다. 경찰이었던 동생은 며칠동안 잠을 제대로 못자고 피곤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넘어가 버스를 들이박고 전복해서 병원으로 옮긴지 몇시간만에 죽었다고 한다. 부모도 살아있고 남편도 있고 아직 어린 딸이 두명 있으니 그 애달픔은 말할 것도 없다. 


대학교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모두가 호상이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했다. 딱히 슬프거나 마음이  아픈것도 아니었다. 장례를 치루는 그 소란과 벅적함에 얼떨떨했던 기억뿐이다. 몇 달전 작은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는 우리 아빠도 금방 돌아가시면 어떻하나.. 우리 아빠도 이제 그럴 연세가 되신건가.. 흔들리는 아빠 걸음걸이가 불안했었다. 그렇지만 그  죽음들은 내 전세대 그리고 전전세대의 죽음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아니었다.  나랑 같이 자란 사촌이었고 심지어는 나보다 9살은 더 적은 동생이었다. 인형처럼 생긴 언니에 비해 밋밋한 얼굴이었던 동생을 이모는 낳자마자 못난이라고 불렀다. 성격은 씩씩해서 누가 뭐라고 해도 기죽는 법이 없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키가 크고 날씬해서 모델같은 인상을 주던 동생이었다. 나도 어렸던 어느 겨울 솜씨좋은 이모가 담근 맛있는 깍두기에 밥을 먹고 젖먹이 동생을 보면서 얘 정도면 못난이 인가보다.. 했었던 기억이 있다. 몇년전에 사업에 실패하고 부도가 난 사촌오빠가 자살을 했다. 자주는 아니라도 어릴때 어느 방학엔가 할아버지 댁에서 같이 지낸적이 있던 그 오빠도 이 동생도 그러니까 죽음이라는게 이렇게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마음은 끝없이 침잠하고 반면에 삶의 무게는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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