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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Jun 28. 2016

아 정말..

군대간 아들 일주일.

군대간 아들이 그립고 걱정된다. 지난 화요일에 들여보냈으니 일주일 됐다고 헤아리다 나도 깜짝 놀란다. 겨우 일주일인가? ...싶어서. 나는 인터넷에 편지를 써서 올려놓으면 출력해서 본인한테 전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애는 손편지를 써야 한다고 한다. 군대에 가면 편지 받는 재미가 제일이라고 하길래 매일 편지를 써서 올려준다. 애가 어찌 지내는지 너무 궁금한데 그 소식은 들을 수 없고 대답없는 편지를 매일 쓰다보니 일기도 브런치도 쓸 힘이 없다.  


지난 일요일에는 봉사하는 사람들이 먹을 것을 사들고 가서 교육대에 있는 아이들 먹이고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어서 카페에 올려줬다. 사진 속에 있는 아들이 슬퍼 보였다. 동영상에서는 " 밥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군생활 하겠습니다" 라고 하던데 그 모습도 짠해서 눈물이 났다. 다른 부모들은 사진을 보니 맘이 놓인다고 하던데 나는 맘이 더 안좋아지고 뒤숭숭해지고 밤잠을 설쳤다. 애가 왜 그렇게 슬퍼보이는지.. 계속 생각해보니.. 아마 헤어진 여자친구가 이제서야 많이 그리운게 아닌가 ... 싶었다.  헤어지고 나서 시험본다 군대간다 바쁘다가 할일 없이 가만 앉아 있으면 얼마나 생각나고 그리울까.. 싶었던거다. 남편한테 그런거 같아.. 라고 하니 남편은 '이 사진을 보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 당신 소설쓰고 있네' 라고 한다.  " 여자때문에 울어본 적 없으니 모르는거지 당신은?!" 쏘아줬다. 나땜에 울어본 적은 없으니 설령 울어봤대도 댓구는 못하지..


안중근의사의 어머니는 떳떳하게 죽어라.. 라고 했다던데.. 나는 거듭거듭 엄마 아빠 생각해서 비겁해도 참아라..고 당부를 했다. 나라지키는 용감한 군인 아저씨라고들 하지만 나는 그저 머리카락 한톨도 아까워 죽겠다. 요즘 엄마들이 극성이라서 군대가 커다란 유치원이 되었다고들 한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변한건 사실인것 같다. 그런데 그건 엄마들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터넷때문이다. 편지를 인터넷으로 쓰고 신병훈련소 카페가 활성화 되어 있어서 정훈장교가 가끔 아이들 사진을 올려주고 그러면 또 엄마들은 애틋한 마음에 댓글 달아주고. 그게 어떻게 극성스런 엄마들 탓인가. 예전에는 군대 들여보내면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설령 무슨 일이 있으면 어디에 전화를 해야하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았었겠지. 그러니 유치원 운운하면서 비아냥대지 말았으면 좋겠다. 엄마들이 카페에 아들 소식을 궁금해 하는것하고 나라 지키는 것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 제발 아이들 잠자리 편하게 먹거리 맛있게 누가 누구를 패거나 죽이거나 하지 않게 해주시길..


아들입소식에 참석했더니 아이들이 생활할 막사를 구경시켜주던데 같이 본 남편이 자기가 군생활할때랑 바뀐게 없다고 했다. 그게 너무 슬프다. 현실은 그런데 유치원 운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내부반에 침대를 놓는 사업을 했는데 돈이 모자라서 계속할 수 없다고 했고 그 돈이면 모든 군인들에게 에이스 침대 하나씩 줄 수 있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내부반을 보고 느낀 건 침대를 놓는게 침대만 사면 되는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금 아이들은 자기 어깨 넓이보다 조금 여유있도록 빽빽히 누워 자도록 되어있다. 그러니 침대를 놓으려면 아마 지금 쓰고 있는 공간의 2-3배가 필요할 것이고 건물을 지어야 할 것이고 침대값이 아니라 건물값이 땅값이 엄청나게 들것같다. 그러니 에이스침대 운운 하는 소리를 듣고 복창 터지는 사람들이 있을것같다. 물론 그들이 그와중에 비리를 저질렀으니 그 모자란 돈은 더 모자라졌을 테지만..


아들은 아직도 5주 더 훈련을 마쳐야 신병교육대를 퇴소한다. 입소식에서 들으니 올해부터 전국단위로 모집을 해서 아이들이 전국에서 모였다고 했다. 전국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개인공간이나 개인 시간이 전혀 없이 빽빽히 누워 함께 자고 함께 먹으면서 24시간을 보낸다. 그게 어찌 쉬운 일일까? 게다가 낮동안에는 땡볕에 나가 훈련을 하고 흙밭을 뒹굴겠지. 우리 아들은 어릴때는 길가다 다리 아파 잠시 계단에 앉아 쉬자고 하면 거기에 어떻게 앉을 수가 있냐고 서서 기다리던 놈이었다. 커가면서 덜했지만 유난히 깔끔떨고 씻어대는 놈인데..  나라지키는 아저씨는 당연히 흙밭도 뒹굴고 땡볕도 개의치 않아야 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얼마나 힘들까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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