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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Jul 14. 2016

일상

살아내기

아들을 놓고 온 뒤로 한동안 슬프고 걱정돼서 아무 것도 안했다. 그냥 견디고 있었다. 좀 나아질 때까지. 


누가 딸만 둘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흥... 군대보낼 아들 없어 좋으시겠군 얌체같아.. 그런거였다.ㅠㅠ 참 못났다. 


다른 아이들은 편지 받는 재미에 산다. 제발 편지 좀 많이 보내달라...하는데 우리 아들은 쿨내가 진동하신다. 잘지낸다. 걱정 마시고 아들 믿어달라. 엄마 편지 매일 안쓰셔도 된다. 한꺼번에 도착한 편지 2통에서 그렇게 말하고는 감감 무소식이다. 입대전에도 어차피 같이 살던건 아니었지만 궁금해도 전화한통 할 수 없음이 갑갑했다. 그리고 군대라는걸 가본 적이 없는 나는 그곳이 대체 어떤 곳인지 그 속에 있는 아들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돼서 더 답답한 지경인데.. 울 아들은 자기도 연락이 끊겨 가족이 잘 지내는지 정말 궁금한 걸보니 엄마 아빠도 얼마나 염려하실까 이해가 된다고 하더니 믿어달라.. 한마디로 염려와 걱정을 끝냈으리라 생각하는가보다.


그런데 어제 내생일이 7월 9일 인 덕분에 아들한테 짧은 편지 한통을 받았다. 생신축하합니다. .. 행복한 7월9일 보내세요.. 아들 잘지냅니다. 걱정마세요. 홍홍.. 기분이 너무 좋았다. 편지를 핸폰 사진함에 넣어놓고 보고 또 봤다. 남편한테도 딸내미한테도 자랑을 했다. 편지 받았다~~~


나이를 한살 두살 먹으면서 어느순간 겨울이 싫었다. 밖에나가 매서운 추위에 잠깐 노출되는 것도 진저리 나게 싫었고 집안에서 냉기가 뼈속으로 스며드는 느낌도 싫었다. 어휴 늙으니까 추운게 너무 싫어... 약간의 절망도 있었지만 별 느낌없는 불평이었다. 그런데 몇 살 더 먹어보니 그게 아니다. 추운것만 싫은 줄 알았더니 더위도 만만치가 않다. 


작년여름 처음으로 더위의 무서운 맛을 봤다. 잠들기가 힘들었고 겨우 잠들어도 얕은 잠이었다. 밤새 비몽사몽하다가 물한모금 마시려고 어둠 속에 일어나다 어지럼증에 넘어질 뻔한 뒤고 나는 더위가 두렵다. 남편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보통 일찍 일어나는게 아니다. 아들이 고등학생이 된뒤로  나는 원래도 늦게 자지만 이젠 타의로 늦게 자게 되었다. 아들은 보통 한시는 넘어서 잤고 나는 아들방 불이 꺼진 후에라야 잤다. 보통 2시쯤 잤던 것같다. 아들이 졸업하고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니 그런 패턴은 이어진다. 딸은 그보다는 조금 일찍 자서 나도 한시 전에는 잔다. 그러니 일찍 일어나는 남편 아침밥을 챙겨줄 수가 없다. 나는얘들 밥먹일 때나 일어난다. 그러면 어쩌다 내가 설겆이도 못하고 잠든 날이면 남편이 아침에 밥먹고 설겆이를 다 해놓고 출근을 한다. 그런데 그 설겆이 소리에 잠을 깬게 작년 여름이 처음이다. 모르겠다. 그 전에도 남편은 설겆이를 해줬지만 나는 한번도 그 소리에 깬 적이 없다. 그런데 작년 여름에는 밤새 뒤적이다 잠깐 잠 들은 것 같은데 싱크대에서 쩔렁 쩔렁 해대면 화가 치밀었다. 나 위해서 해주는 설겆이라 화를 낼 수는 없고 또 하지 말라고도 하고 싶지 않은데 잠을 깨우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 내가 나이먹고.. 이렇게 변해가는게 그렇게 슬펐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왔고 본격적인 더위가 무섭다. 그래서 나는 봄부터 여름나기 준비를 했다. 


남편은 알러지 비염이 있어서 집에서는 절대로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에어컨을 켜면 다른 방으로 간다. 안방 에어컨은 10년동안 10번은 틀었으려나??  사실 작년에도 나는 남편과 떨어져 서재에서 지냈다. 그런데 서재에는 커다란 책상두개가 방을 차지 하고 있어서 책상사이 조그만 자리에 이불펴고 누워지내는게 편치 않았다. 그래서 책상 두개를 한쪽으로 몰아서 방 가운데를 비웠다. 그런데 이불을 펴고 개고 하는 시스템도 편치 않았다. 그동안 침대생활을 해와서 방바닥에 누워 자는게 밤새 방바닥하고 씨름을 하는 것 처럼 힘이 들었다. 그래서 소파를 들일까 하다가 소파에서 자는게 불편할 것같아서 소파침대를 사볼까 하다가 소파 침대도 일반 침대보다 작고 판판하지도 않아보여서 포기하고 아들 매트리스를 가져다 벽에 기대고 작은 매트리스 침대하나를 사서 매트리스에 붙여 소파를 만들었다. ㅋㅋ  거인이 쓰는 소파같다. 그래도 아주 편하다. 이제 나는 낮에도 밤에도 에어컨 틀어놓고 편하게 책보고 잠들 수 있다. 그제는 더워서 에어컨을 켜고 자느라 방문을 닫아놓아서 남편 설겆이 소리를 안 듣고 잘 잤다. 조금 안심이 된다. 


거의 매일 만나던 친구가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조금 외로웠었다. 이제 혼자 지내도 편하다. 매일 매일 할 일이 있고 그 일을 해내는게 뿌듯하다. 오전에는 주로 배우는 걸 하고 오후에는 주로 운동을 한다. 강요하는 것은 한가지도 없다. 그러니 맘편하게 하고 있다. 운동은 욕심을  버리니 꾸준히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욕심없이 해서 그러는지 효과는 진짜 없다. 그래서 이걸 왜하나 확 때려 치울까..하는 생각이 안드는 것도 아니다. 올라 붙은 애플힙, 매끈한 배 그런거.. .진짜 없다. 1년하면 어쩐지 두고 본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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