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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Jul 22. 2016

해야했었던 말
하지 말아야 했었던 말

딸아이가 방학을 했다. 중학교때는 귀밑 몇센티로 단속을 해대니 방학만 하면 염색을 하더니 (걸려서 다시 검은 염색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퍼머를 하고 싶다고 했다. 개학때 다시 손을 보더라도 하고 싶다는 대로 하라고 허락을 했다. 가서 머리를 하고 나오는데 보니까 인형처럼 예뻤다. 그래서 마론인형 같다고 하니 그게 뭐냐고 물었다. 응.... 그러니까 바비인형 같다고.. 애는 바비는 아는데 마론인형은 모르는구나..


가만히 보니 아이 헤어스타일이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 유행하던 파마다. 나도 꼭 딸아이 정도 머리를 기르고 다니고 있었고 끝에만 웨이브가 들어간 파마가 정말 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탁했다면 엄마가 들어줬을 것도 같은데 나는 마음속으로만 엄마가 나를 데리고 가서 파마를 해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고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면 쪼그만게 멋내고 싶은가보다..라는 비아냥을 들을까바 겁이 났던가보다. 


돌이켜보니 그때뿐이 아니다. 수없이 많이 그랬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할까 두려워하면서 살아왔다.  주변에 쉽게 자기를 내어놓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는 갑옷 입고 방패뒤에 숨어 있는데 누군가가 맨몸으로 남들 칼앞에 기꺼이 드러눕는 모습을 보면 신기했다. 나조차 그 사람을 난도질 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사람에게 감탄했다.  나는 늘 그런 사람옆에 있고 싶었다. 그 옆에 있으면 가끔은 나도 그사람처럼 할 수 있었고 그게 그렇게 좋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흔치 않을 뿐 아니라 만나더라도 내 옆에만 두기가 쉽지 않다. 그 사람은 인기인이니까.. 

 

나는 내 감정을 내욕구를 좀  더 솔직하게 말했어야 했다. 설령 당시에는 비아냥 댔더라도 그 사람은 나를 오해하지는 않았으리라.


반대로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들이 있다. 욱해서 정신줄 놓고 외쳐댔던 말, 이래야  옳다라는 생각에 매달려서 네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던 말, 부정적인 결말을 예측하면서 똑똑한 척 했던 말, 상대방 형편은 알지도 못하면서 쑥떡대서 남 맘아프게 했던 말, 나를 치켜세우느라 남을 깍아내린 말들.. 그러니까 남에 대한 얘기는 하는게 아니었다. 니가 이래..가 아니라 지금 내 생각은 이래. 너때문에 화나..가 아니라 지금 내 기분은 이래. 그냥 내 얘기만 할걸 그랬다. 너가 어떻다는것은 그저 내 생각일뿐 진짜 네가 어떤 상황인지 어떤 기분인지 어떤 진심인지 내가 속단하지 말걸 그랬다.


지금이라도 나는  내 감정은 솔직히 털어놓고 남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말기로 한다.


 엄마한테 파마 하고 싶어요.. 라고 할껄.. 그랬으면 에고 쪼그만게 이뻐지고 싶은가바... 말을 하면서 엄마는 씽긋했을거고 이쁜걸보면 내 생각이나서 핀한개라도 더 구해다 줬을건데.. 싶다. 


욱하지 않았더라면, 뒤에서 쑥덕대지 않았더라면, 부정적으로 예측하지 않고, ..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내주변에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사람들이 나를 지켜봐주고 있을텐데..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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