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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Sep 23. 2016

생각

많이 해야 하나? 안해야 하나?

오늘 허지웅이 쓴 글을 읽었다. 잊고 싶은 기억을 잊으려고 노력해봤지만 잘 잊혀지지도 않을 뿐더러 회피하다보니 잊지 말아야할 것들도 함께 잊혀져버리기도 하더라. 그래서 알게 됐는데 잊고 싶은 기억은 잊는게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해서 희석하는거더라.. 라는 요지의 글이었다. 절대 동감


나는 무슨 문제를 만나면 끝없이 그 생각을 한다. 저절로 그렇다.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내 입장 그사람입장 그리고 객관적인 누군가의 입장. 그 다음에는 이 문제의 핵심이 뭔가에 대해 책을 찾고 질문을 하고 인터넷을 찾아본다. 오래도록 골이 아프도록  그 문제에 걸려 넘어져있다. 자다가도 생각나고 웃다가도 밥먹다가도 티비보다가도 생각한다.  그냥 넘어가지를 못한다. 


오랫동안 생각하다보면 여태 몰랐던 걸 깨치기도 한다. 그런데 딱히 묘안이랄 게 없는 문제가 있다. 기분나빠지는 생각,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화가나는 생각, 내가 어찌해 볼 게 없는 생각, 상대방은 쥐뿔도 내 생각 안하는데 나혼자만 줄구 장창 괴로워지는 생각. 그런거는 딱 끊어야 한다. 어떻게? 저절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끊을 수 있지? 어떻게 하냐면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진짜로 머리를 좌우로 세게 흔들고 생각을 멈춰야한다. 안 넘어가지면 자세를 바꾸고 내가 있는 장소를 바꾸고 그래도 안되면 운동을 가서 무거운 거를 들든지 차가운 물에 수영을 하든지 뛰든지 걷든지 해야 한다. 처음에는 몸이 천근 만근 귀찮아 죽겠지만 이틀만 지나면 삼일째부터는 문제에서 좀 놓여나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너무 심심해서, 시간이 남아서 뭘 할지 모르겠다거나 혹은 너무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거나 하고 싶기는 한데 용기가 안난다거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는게 좋다.  오래 생각하고 있다보면(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그리 스트레스도 아니다) 정말 묘안이 떠오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내 남편은 오랫동안 위장약을 남용하면서 살았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해도 위장약부터 찾았다. 어느날 작정하고 앉아서 인터넷을 뒤졌다. 뭐.. 여러가지 그 사람의 조건을 고려해서 내린 결론이 비타민 B12였다.  그 비타민을 먹기 시작한 뒤로 남편은 위장약을 거의 먹지 않게 되었다. 내 나름대로 이론이 있지만 여기서 설명하기는 그렇고.. 하여튼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런 생각은 많이 하는게 좋은 것 확실하다.


이제부터는 머리가 마음대로 아무거나 생각하도록 두지 않을 작정이다. 생각하면 좋은 생각만 할 거다. 결론이 없는 생각은 확실히 거부할거다. 요즘 내가 내버려두는 생각은 산티아고 벼룩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가하는 생각이다. 진드기방지 천으로 매트를 만들어서 매일밤 깔고 자는게 좋을지? 무거운 가방에 그런거를 정말 지고 다니고 싶을지에 대해서 아주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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