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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Sep 29. 2016

말조심

어렸을 때 오빠나 남동생이랑 치고 박고 싸운 적은 있지만 그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받을 때는 주로 말을 통해서 였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무섭다는 경험은 쌓여 갔지만, 그럴수록 입을 꿰매버리고 싶을 정도로 입단속이 어렵다는 것도 알게됐다. 누군가는 내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상처를 받았다고 하고, 내 편에서도 가끔은 누군가가 꼭 그렇게 한 말이 아닌줄 알면서도 상처 받았다. 


그런데 즉문즉설 강연중에 법륜스님이 나한테 말씀하시듯이 그러셨다. "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마세요. 내가 잘못 말했네요 죄송합니다..하면 돼요"라고. 입을 꿰매버리라고 하지 않으셨다. 우둔한 나는 "왜? 말이 얼마나 중요한데.. 조심해야지..입밖에 내지 말아야지"라는 의문이 들었고 며칠동안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퍼뜩 알았다. 내가 가끔 누군가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 줄 알면서도 굳이 오해를 할 때는 평소에 그사람에게 불만이 있었을 때다. 만약 평소에 불만이 없는 사람이 좀 거슬리는 얘기를 하는 경우에는 "죄송합니다. 잘못말했네요."라고 하면 바로 마음이 풀린다. 그러니까 말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평소 내가 옳은 생각을 내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진심으로 대한다면 내 입에서 거슬리는 말이 나올리도 없지만 혹 실수로 그런 말이 나오더라도 바로 오해를 풀 수 있다. 그러니까 입조심을 할 게아니고 마음조심을 해야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혹시 깔보는 마음을 갖거나 속이는 마음을 갖는다면 진짜로 입을 꿰매버리기 전에는 반드시 탈이 난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누가 나를 오해해서 속상했던 마음이 풀렸다. 오해하는 그 사람이 원망스러웠는데 실은 내가 원망살 일을 벌였던 것이다. 내가 뭐라고 하는 말이 서운했다고 하는 말은 그냥 말뿐이다. 그 말때문이 아니라 내 행동때문에 내 마음때문에 화가난거다. 그러니까 내가 한 말을 오해한게 아니고 내 진심을 알아버린거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모든 경우가 딱 맞다. 내가 서운할 때도 그렇고 남이 나를 오해할 때도 그렇다. 꼭 말때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렇게 입조심이 힘들었던거다. 마음은 아무렇게나 하면서 입으로만 환심을 사려고 하니 처음에는 잘나가도 결국에는 들키고 혹은 내쪽에서 알아내고 말로 트집을 잡아 다투게 된다. 마음조심을 하면 입조심은 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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