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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Dec 05. 2016

sapience 건강

먹거리

붉은 여우 사막여우 .. 여우 종류가 여럿이듯 사람도 여러 종류였단다. 호모 네안데르탈.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가 전세계로 이동하고 나서 다른 종류의 인간들은 멸종됐다. 어떤 식으로 멸종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설이 있지만 역시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간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라는건 부인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체 사피엔스는 다른 인간들이 가지지 못했던 어떤 능력을 소유했던 걸까? 없는것을 말하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그것이다. 쌩뚱맞지만 그 능력이 사피엔스가 다른 인간들을 모두 멸종시키고 유일한 인류로서 지구상에 존재하게 된 이유이다.


사피엔스외의 다른 인간들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했지만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가까이에 있는 개인들과만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그들의 무리는 아무리 커도 150명을 넘지 못했고 대부분은 수십명 단위로 생활했다. 그 이상의 개인들은 서로 친분을 유지하고 믿음을 공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피엔스는 없는 사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즉 신화를 공유했다. 같은 신화를 믿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없다고 해도 서로 신뢰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 같이 뭉쳐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마의 150명을 가뿐히 넘어서 수백 수천명이 함께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다른 인간과 다른 동물을 이겼다.  소설가들 만세!!


동물과 다른점은? 사실 인간이 동물과 생물학적으로는 많이 다르지 않다. 완전히 다른 점 중 하나는 인간이 두발로 걷는 다는 점인데 인간이 두발로 걷는 이유는 두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생물학적 무기가 없다. 날카롭고 위협적인 이빨이나 빨리 달릴 수 있는 다리 등은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손을 세밀하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점을 이용하기 위해 두발로 걷게 되었다. 그런데 두발로 걷는 인간은 허리통증을 앓게 된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는 두발로 걷기 위해 작아진 골반과 아기무게를 허리로 지탱하느라 무척 힘들었고 그래서 인간은 엄밀히 보면 엄청난 조산을 하게 된다. 인간의 아기는 태어나서 거의 일년을 걷지도 못한다. 그 후로도 수 년동안 보살펴 줘야 혼자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망아지나 송아지가 태어나자 마자 비틀비틀 걷고 조금 후에는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 인간 아기가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태어나는지를 알 수 있다. 인간이 두발로 걸으면서 두손을 정교하게 사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침 읽고 있는 책이 사피엔스이기 때문이고  먹거리 걱정을 하다가 언젠가 들었던 얘기가 생각나서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들었던 얘기는 "오직 인간만이 음식을 맛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다른 동물들은 자기 건강에 이로운 음식은 맛에 상관없이 거부하지 않고 먹는다고 한다. 나는 특히 음식을 가려 먹는다. 어려서부터 고기나 생선을 먹지 못했다. 무슨이유로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힘든게 고기 맛이다. 다른 사람들은 고기 고기 노래를 부르고 맛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 맛이 너무 비위가 상한다. 생선 비린내는 말할 것도 없고 고기삶는 냄새는 토가 난다. 대학생이 된 후로 다른 사람들과 식당에 갈 일이 많아지면서 불편했다. 그래서 먹어보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구워서 상추와 쌈장으로 둘둘 말은 고기나 갈아서 양념맛으로 고기맛을 덮은 인스턴트음식은 조금 먹는 편이다. 즉 고기맛이 안나야 한다.  그런 내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음식이 김치다. 


40세 정기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판정을 받았다. 고기도 안먹고 몸매도 날씬한데 어째서 고혈압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온갖 인스턴트 음식( 라면 피자 햄버거는 물론이고 소세지 어묵 즉석식품)을 하루가 멀다하고 먹고 매 끼니 김치를 다른 사람보다 2-3배 먹고 있었다. 그러니까 결국 몸에 좋은 음식은 하나도 안 먹고 하루 나트륨 소비량은 적정량의 거의 10배수준이었던 것 같다. 라면 하나를 먹으면 소금 하루 섭취량의 100%가 넘는데 나는 라면을 많은 양의 김치와 함께 먹었고 그걸 하루에 세끼를 먹어왔으니 말해뭐해. 고기를 안 먹는다고 딱히 과일이나 야채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맛은 안 나지만 개미가 있고 먹기에 부드러운 즉석식품종류와 과자 빵 떡 아이스크림등이다. 뭐하나 몸에 좋은 음식이 없다. 굳이 굳이 꼽아보자면 어려서 부터 즐겨먹던 밥 반찬은 두부와 콩나물이다. 


어제 티비를 보는데 노벨생리학상을 받았다는 사람이 하는 말이 한국인 식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것은 많은 소금섭취량이라고 했다. 즉 인스탄트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김치를 덜 먹어야한다는 말인데 나는 김치없이 밥을 못 먹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단백질 쉐이크다. 아예 밥상을 차리지 않고 하루 한끼는 우유에 탄 쉐이크를 마시려고 한다. 벌써부터 거부감이 들지만 인간만이 맛으로 음식을 먹는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면서 내가 인간이기 전에 건강한 동물이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친정엄마는 타고난 주부시다. 그러니까 엄마랑 살 때는 인스턴트 음식을 그리 많이 먹지 않고도 맛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때도 갖가지 맛난 김치종류를 많이 먹기는 했지만 가끔 먹는 라면말고는 다른 인스턴트 음식은 없었다. 그런데 엄마와 달리 나는 타고난 게으름뱅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싫어하는게 요리다. 깨끗이 치워진 싱크대에서 흙투성이 감자나 양파를 다듬기 싫고 깨끗하게 말려서 걸려진 도마위에 피가 흐르는 고기나 생선을 올려놓고 싶지 않다. 그 모든 재료와 양념통을 뒤엉켜 놓고 만들어낸 음식이 별로 반겨지지 않으면 더욱 비참하다. 첫째는 내가 만든 음식의 대부분을 내가 먹지 않는다. 그러니 맛난 요리를 할 리가 없다. 안먹어봐서 모른다. 식구들도 칭찬보다는 타박이 많다. 그러니 더욱 요리를 하고 싶지 않다. 매일  다른 동남아 나라처럼 아침부터 나가서 사먹는 식습관이 자리 잡기를 마음속으로 바란다.  나는 가끔 나가서 구워먹는 고기는 조금 먹지만 그나마 그 고기를 집에서 구우면 먹지 않는다. 국물속에 들어 있는 고기는 한번도 먹어 본 적이 없고 그 국물도 거의 먹지 않는다. 냄새나는 음식은 대부분 먹지 않는다. 반면 남편에 대해서 결혼 전에 어머님이 그러셨다. "쟤는 아무리 반찬이 한가득이라도 고기가 없으면 반찬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가지볶음을 간장에 짜게 볶아서 김치랑 곁들여 소금 폭탄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가지볶음은 한번도 먹지 않는다. 김치찌개도 국물을 넉넉히 부어서 고기 냄새가 안나게 끓여놓으면 짜다고 건더기만 건져먹고 국물은 그대로 버린다. 그래도 20년 넘게 살다보니 남편은 지금은 고기 없는 밥상도 가끔은 맛있게 받을 줄 알게 되었다. 반면 내 입맛은 바뀐게 없다. 지금부터 바꿔보려고 한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좀 더 동물적이고 싶다. 자연에는 없고 인간이 만들어낸 수 많은 인스턴트음식 그리고 과자 빵 케잌 매운 떡볶이 튀김(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멀리하고 자연스러운 식생활을 하고 싶다. 


거의 십 년동안 매일 몇 잔씩 마셔오던 커피믹스를 이제야 완전히 끊었다. 사실 커피 믹스를 끊은 지는 1-2년 됐지만 그 맛을 포기 하지 못해서 인스턴트 커피에 설탕 한스푼 그리고 우유를 섞어서 먹어 왔는데 항상 설탕이 마음에 걸렸었다. 그러다가 사카린이 그동안 오해 받아 왔다는 기사를 읽고 설탕대신 사카린 두알갱이를 타서 마신다. 그러니까 설탕도 프림도 끊었다. 한끼분량의 김치를 포기하기 위해서 굽네몰에서 구입한 다이어트 쉐이크를 마시기로 했고 아침에 한 포 먹었더니 밥먹은 것처럼 배가 불러서 깜놀. 


전에 쓴 글중에 헬스는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근육이 생긴건 아니다. 다만 몸상태가 좀 가뿐해지고 배부분이 조금 딴딴해진 느낌이 든다. 그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다이어트는 대 실패했다. 매일 그렇게 먹지는못하지만 너무 과식을 했다거나 얼굴이 빵빵해졌다는 느낌이 들면 다이어트 식단을 조금 활용한다. 혈압은 많이 높지는 않지만 약을 먹는게 유리하다고 해서 먹고 있다. 아빠가 당뇨병을 앓고 있어서 크롬을 먹고 있고 오메가 3도 먹고( 전에는 아마씨오일도 오메가 3라고 해서 그걸 먹었었는데 효과가 적다고 해서 지금은 dha epa수치를 보고 고른 제품으로 먹고있다.) 식촛물을 마시면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서 저녁식사후에는 커피대신 마신다.(당분을 섭취하고 싶지 않아서 100%감으로 만든 감식초를 6병이나 한꺼번에 샀는데 너무 너무 시어서 먹을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미초를 사서 마시고 있다. 이건 맛나다.) 식초를 마시기 싫은 날은 1000mg 비타민 c 한알을 먹는다. 그리고 얼마전 혈액검사에서 유난히 낮은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걱정이 되어서 폴리코사놀을 먹기 시작했다. 그 많은 쿠바사람들이 먹고 효과를 봤다고 하니 믿음이 갔다. 한달쯤 후에 다시 한번 혈액검사를 해서 수치를 확인해보고 계속 먹을 지 결정하려고 한다. 크롬은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걸 먹으면 혈액내의 당분을 좀 더 잘 해결한다고도 하고 폭식의 욕구가 덜해진다고 하던데 확실히 단게 당기는욕구가 줄어드는걸 느낀다. 당뇨가 걱정되거나 전 당뇨단계이신 분들은 고려해 보셔도 좋을 듯. 


언젠가 고구마가 좋다는 책을 한권 읽을 적이 있어서 평소에 고구마를 먹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사다놓은 고구마를 봉지채로 버린 적이 많았다. 그러다가 정말 맛있는 고구마 농장을 알게 되었다. 태어나서 먹어본 고구마 중에 제일 맛있다. 맛샘농장 고구마. 가격도 적당하고 2대째 고구마를 재배하신다고 하는데 새로운 품종이란다. 호박고구마랑 밤고구마의 중간이라는데 그 말이 딱 맞다. 너무 물렁한 호박고구마랑 너무 퍽퍽하고 달지 않은 밤고구마의 단점을 보완해서 적당히 부드럽고 달고 맛난 고구마다. 3킬로나 5킬로를 2만원 정도에 구입했던것 같다. 고구마를 따로 삶으면 양이 많기도 하고 식은 고구마는 별로기도 해서 밥할때 한 두개씩 찌고 싶었지만 그러면 밥에서 고구마 맛이 나서 싫었다. 그래서 지금은 밥을 앉힐 때 조그마한 스테인레스 용기에 고구마를 몇개 넣어서 밥위에 얹어 익힌다. 그러면 밥도 밥대로 괜찮고 고구마양도 적당해서 좋다. 밥이야 수시로 하니까 고구마는 몇개씩만 익히면 된다. 


집에서 샐러드를 먹고 싶기는 한데 귀찮은 구석이 있다. 게다가 사다놓은 양상추나 다른 야채들이 금방 물러지고 못먹게 되니 사러가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러다가 얼마전부터는 아예 샐러드용으로 여러가지 야채를 손질해서 포장해놓은 제품을 사다가 살짝 헹궈서 야채탈수기에 털어서 먹으니 너무 간편하고 좋다. 한 가지 팁은 날자가 하루 이틀 지난 제품은 40-50% 할인하는데 사다가 바로 먹으면 아무 상관이 없다. 나는 주로 할인제품을 사온다. 여러가지 야채를 고루고루 사다가 못먹고 버리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가볍다. 


샐러드는 주로 삶은 계란과 방울 토마토 견과류를 넣어서 들기름으로 버무려 먹기도 하고 닭가슴살을 첨가하면 소스없이 그냥 먹기도 한다. 닭가슴살은 굽네치킨의 매운훈제맛으로 하면 고기맛이 거의 안난다. 거기서 파는소세지는 더 양념맛이 많이 난다고 하던데 그건 좀 더 가공식품같아서 닭가슴 모양이 그대로 있는 제품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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